[2025 고양 마을숲 생태탐사]
(4) 앵봉산

앵봉산~봉산 잇는 ‘서울둘레길’ 과도한 개발 
중요 생태축인데 고양시 관리·이용 ‘나몰라라’
서오릉과 연계해 명품 문화생태탐방로 관심을 

지난달 23일 앵봉산 마을숲 탐사객들이 나뭇잎 얼굴 꾸미기 놀이를 하고 있다. 

[고양신문] 고양신문 ‘2025 마을숲 생태탐사단’이 네 번째 찾은 숲은 덕양구 용두동 앵봉산이다. 서울 은평구와 경계를 이룬 앵봉산은 인접한 봉산과 함께 ‘서울둘레길 16코스’로 서울시민이 많이 이용하지만,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자 관광명소인 서오릉을 품은 엄연한 고양의 산이다. ‘서울(한양) 서쪽에 있는 5개의 능’이란 의미가 담긴 서오릉에는 창릉(예종과 안순왕후), 경릉(덕종과 소혜왕후), 익릉(숙종의 정비 인경왕후), 명릉(숙종과 인현왕후·인원왕후), 홍릉(영조의 정비 정성왕후) 등 5개의 능(왕과 왕비 무덤)과, 사도세자의 친모인 영빈이씨의 수경원, 명종의 첫째 아들인 순회세자의 순창원 등 2개의 원, 그리고 숙종의 후궁 장희빈의 대빈묘가 함께 조성되어 있다. 조선 왕조를 다룬 역사 드라마 주인공들이 건넨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깃든 앵봉산으로 떠난다.

지난달 23일 앵봉산 마을숲 생태탐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앵봉산 마을숲 생태탐사에 참가한 시민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앵봉산에 왕실의 무덤 둥지 튼 까닭
한양 도성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고양에는 유독 왕실의 무덤이 많다. 조선 왕실이 한양 도성에서 10리 밖 거리(성저십리) 안에 묘를 만들지 못하도록 정했기 때문이다. 이 원칙에 따라 왕과 백성 가리지 않고 죽은 자는 모두 성문 밖으로 10리 이상 더 나가야 했다. 고양의 서오릉, 서삼릉을 비롯해 동구릉, 파주삼릉, 선릉 정릉, 태릉 강릉 등 왕릉들이 서울 근교에 조성된 이유다.
지난 23일 오전 8시30분 서오릉 주차장에 모인 30명의 탐사단은 10명씩 3개 조로 나눠 앵봉산 생태탐사에 나섰다. 고양에서 진입할 수 있는 탐방로가 없어 서울시 경계인 서오릉 고개 쪽으로 향했다. 서오릉 고개 아래에는 통일로 우회도로 건설공사가 한창이었다. 앵봉산과 도로 건너편 봉산에 터널을 뚫어 연결하는 대형 공사지만 경계 지역인 이곳의 숲이 파헤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거나 관심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서오릉 고개를 넘으면 서울 은평구 갈현동이다. 앵봉산과 봉산 사이의 서오릉 고개를 도로가 관통하면서 두 산은 약 40년간 단절되었다가 2019년에야 서울시가 서오릉로 위에 육교를 만들어 두 산을 연결했다. 서오릉고개 녹지연결로 표지판에는 '서오릉로 개설로 오랫동안 단절된 봉산과 앵봉산의 도시자연공원 녹지를 친환경적 기법으로 연결해 생물이동통로를 확보하고 둘레길 이용 시민에 편의 제공 및 생물종 다양성 증진에 기여하고자 조성하였다'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하지만 앵봉산과 봉산을 연결하는 동물이동통로가 엉터리임이 금세 드러났다. 사람이 다니는 길과 동물의 통로를 분리해 만든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동통로의 양쪽 출입구가 막혀있어 야생동물의 이동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8월 두 차례 조사 결과 녹지연결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야생동물이 이용한 흔적은 발견하지 못했다. 

봉산 입구에 세워진 윤동주 시비.
나뭇잎 얼굴 꾸미기 놀이를 하고 있는 탐사객들.
야생동물 이동통로 출입구가 막혀 있는 서오릉고개 녹지연결로.

꽉 막힌 동물이동통로 있으나마나
해발 235미터의 앵봉산은 가볍게 오르기 좋은 동네 뒷산이지만 초입 구간은 제법 가파르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구불구불 조성된 무장애 데크길을 통과하면 본격적인 서울둘레길 탐방로가 시작되는데, 계단 300여 개를 숨차게 오르고 나서야 첫 쉼터가 나타난다. 여기서부터는 걷기 편안한 오솔길이 펼쳐진다. 생활체육시설이 조성된 두 번째 쉼터부터는 왼쪽으로 서오릉 문화재보호구역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철제 울타리가 세워져 있다. 울타리를 따라 5분쯤 걸으면 이번 조사구간의 종점인 약수터 입구가 나온다. 약수터 앞 표지판에는 대성고 270m, 연신내 로데오거리 1.7㎞, 구파발역 2.8㎞라고 가리키고 있어 이곳이 서울의 산임을 알리고 있다. 서울시는 구파발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앵봉산 가족캠핑장을 설치하는 등 다양한 체험시설을 갖춰놓고 시민들을 부르고 있다.
앵봉산은 한북정맥의 줄기로 인접한 북한산국립공원과 생태적 연결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앵봉산 북쪽은 창릉천 수계가 발달해 북한산과 한강을 잇는 중요한 생태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마을숲 생태조사는 식물, 곤충, 조류, 포유류, 양서파충류, 거미류의 출현종을 기록하였다. 
서오릉 문화재 보호지역 주변 숲길을 따라 걸으며 살펴본 앵봉산은 갈참나무, 졸참나무, 상수리나무, 굴참나무 등 오래된 참나무숲과 소나무 군락이 교목층을 이루고 낙엽부식층이 발달해 다양한 버섯류가 자라고 있었다. 그 아래로 팥배나무, 물오리나무, 벚나무와 누리장나무, 생강나무, 국수나무, 산초나무가 무성하게 자라고 머루, 담쟁이덩굴, 청미래덩굴, 산딸기, 칡 등 덩굴성 목본도 선을 보였다. 초본은 숲 가장자리와 숲길에 큰까치수염, 파리풀, 주름조개풀, 큰기름새 등이 건조한 곳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이 주로 나타났다. 숲 내부 북사면은 애기나리, 비비추(도입종), 마, 장대여뀌, 선밀나물 등 반음지성 식물이 출현했다. 긴꼬리제비나비, 호랑나비, 산호랑나비와 같은 대형 나비류의 먹이가 되는 산초나무는 높이 3~4m로 생육 상태가 좋았다. 이밖에 가시상추, 단풍잎돼지풀, 돼지풀, 미국쑥부쟁이, 서양등골나물, 환삼덩굴 등 생태계교란종 6종이 확인되었다. 특히 무장애 탐방로가 조성되며 숲이 훼손되었고 일년생 초본이 다수 유입되었으며 생태계교란종이 탐방로를 따라 확산되며 숲을 위협하고 있어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앵봉산에서 식물은 59과 127속 162종이 확인되었다.

앵봉산과 봉산을 관통하는 통일로 우회도로 건설공사가 한창이다.
나뭇잎으로 만든 꾀꼬리.

꾀꼬리 대신 찾은 동고비, 쇠솔딱새
곤충류는 오래된 참나무가 많아 사슴벌레, 장수풍뎅이 등 대형 딱정벌레류가 다수 출현하였으며 최다 관찰종은 꼬마노랑뒷날개나방이었다. 산초나무를 먹이식물로 하는 긴꼬리제비나비, 호랑나비, 산호랑나비도 많이 관찰되었으며 산 아래 왕릉 주변에서는 굴뚝나비가 관찰되었다. 기후변화생물지표종은 말매미, 넓적배사마귀 2종이 관찰되었고, 생태계교란종은 꽃매미 1종이 관찰되었다. 앵봉산에서 곤충은 35과 44속 47종이 확인되었다.
양서류는 참개구리와 무당개구리 등 2종이 확인되었으며, 포유류는 청설모와 두더지 등 2종이 관찰되었다. 앵봉산 숲 안 약수터 부근에 자연 관찰용 카메라를 설치하고 14일간 운영한 결과, 촬영된 종은 없었다. 조사단은 앵봉산에 포유류가 적게 관찰된 이유로 △숲 내부의 철제 울타리가 중대형 포유류의 이동을 제한하고 있고 △서울지역은 산 중턱까지 주거지로 이용되고 있으며 △서울둘레길, 무장애 데크길을 비롯한 테마 탐방로가 과다하게 개설되어 있으며 △초입 구간은 경사가 가파르고 물길은 콘크리트로 포장된 채 노출되어 있으며 △주변에 농지가 없어 먹이원이 부족하며 △앵봉산과 봉산을 연결하는 동물 이동통로의 출입구가 막혀 이동이 제한되는 점 등을 지적했다.
꾀꼬리(鶯)가 많은 산이란 이름답게 조류의 종 다양성은 비교적 풍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탐사객들은 꼭꼭 숨은 꾀꼬리 대신 탐방로 주변에서 나는 연습을 하는 박새와 쇠솔딱새, 직박구리 등 올여름 태어난 어린새들을 보며 즐거워했다. 꾀꼬리를 비롯한 여름철새는 4~6월 번식기에 구애와 경계, 의사소통을 위해 내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으며, 번식기가 종료되고 매미가 출현하는 이맘때는 소리를 듣기 어렵다. 지난달 19일 전문가 조사 결과 앵봉산의 조류는 기후변화 지표종인 동박새를 비롯해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오색딱다구리, 어치 등 9과 11속 13종이 확인되었다.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은 “앵봉산은 고양과 서울의 경계에 있고 고양시 구간은 대부분 문화재보호구역과 군사보호시설이 들어서 있어 생태자원에 대한 조사와 모니터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서오릉에 얽힌 인문사회적 요소를 살려 앵봉산의 생태와 연결한 스토리를 발굴하고 지역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고양시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취재도움: (사)에코코리아

지난달 23일 앵봉산에서 탐사객들이 곤충을 관찰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앵봉산에서 탐사객들이 곤충을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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