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회·도교육청 공동 주최
'대규모 개발지구 학생수용계획 현실화' 토론회
학군 전체 정원 기준에 생활권 현실 외면
적기 개교·생활권 배정 등 제도 개선 촉구
가변형 모듈러 학교 등 현실적 해법 제시
[고양신문] 고양시 지축·덕은지구를 비롯해 입주를 앞둔 창릉신도시 등 대규모 신규 택지개발지구의 고질적인 학교 부족 문제를 진단하고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지난 30일 경기도의회 중회의실에서는 경기도의회와 경기도교육청이 공동 주최한 '대규모 개발지구 학생수용계획 현실화 방안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정연일 경기도의원이 좌장을 맡은 가운데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고양시 주민 대표와 학계, 건축 전문가, 교육청 관계자 등이 발제와 지정 토론에 나섰다.
"아이들 불러 모으고 학교는 짓지 않는 행정 모순"
이날 기조 발제를 맡은 박상준 고양시 덕양구 효자동 주민자치회장은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의 교육 인프라 불균형 실태와 정책적 개선 방안'을 주제로 현행 교육청 학생수용계획의 구조적 한계를 비판했다.
박 회장은 "정부의 주택 청약 가점제와 다자녀 특별공급 제도는 학령기 자녀를 둔 세대의 신규 택지 유입을 필연적으로 유도하고 있다"며 "국가 제도로 아이들을 모아놓고 정작 교육청은 학교 설립을 거부하는 행정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9600세대가 입주한 고양 지축지구의 경우, 고교 신설 기준인 6000세대를 훌쩍 넘겼고 지구 내에 학교 부지(현재 유보지)까지 확보됐음에도 아직 고등학교가 설립되지 않은 실정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 9월 검토 보고서를 통해 '고양시 학군 내 배치 여건이 양호(학급당 평균 23.6명)하며, 구도심을 포함한 일산구와 덕양구에 총 4225명의 여유 정원이 있다'는 이유로 지축지구 고교 신설 요인이 없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를 지리적 단절성을 배제한 전형적인 '통계의 함정'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지축지구는 고양시의 동쪽 끝에 위치해 다른 권역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독립 생활권"이라며 "약 300명의 고등학생이 편도 1시간 이상 소요되는 원거리 통학으로 매일 고통받고 있다"고 현장의 실태를 전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박 회장은 △신규 택지 전용 통계 분리 평가 도입 △총사업비 300억원 이하 시·도교육청 자체투자심사를 통한 즉각적인 신설 추진 △서울 흑석고 사례와 같은 '조건부 신설' 및 신설대체이전 로드맵 공표를 촉구했다.
생활권 배정 및 적기 개교 의무화 목소리 높아
이어진 토론에서 김미경 덕은한강연합회 총무이사는 고양 덕은지구의 사례를 들며 '입주 시점'과 '학교 개교 시점'의 불일치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이사는 "현행 제도는 개발사업 시 학교 용지 '확보'만 보장할 뿐 개교 시기를 입주와 연동하지 않아 학습권 공백이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덕은지구는 최초 계획부터 고교 부지가 누락되면서, 학생 상당수가 대중교통으로도 접근하기 힘든 향동고로 배정 받고 있다. 김 이사는 통학 가능 범위(대중교통 편도 30분 이내)를 기준으로 한 생활권 배정과 신설 학교 전학 허용 지침 마련을 요구했다.
수요 급증과 감소에 대응하는 '가변형 모듈러 학교' 제안
신도시 특유의 학령인구 변동 곡선(초기 급증 후 중장기적 감소)에 대비하기 위한 건축적 해법도 논의됐다. 신두식 중앙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는 "학교는 시간을 설계해야 한다"며, 개교 후 수요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수평·수직 증축이 가능하도록 초기 단계부터 코어 설계와 여유 하중을 반영하는 표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호 자이가이스트(주) 대표 역시 미래형 모듈러 학교 도입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특정 시기의 최대 수요를 맞추기 위해 일괄 건립하는 기존 방식은 장기적으로 유휴 시설 전락의 위험이 있다"며 "수요 증가 시 모듈을 추가해 증축하고, 학령인구 감소 시 시니어 교육시설이나 복합 공공시설로 용도를 전환할 수 있는 세대 순환형 건축 인프라 전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 "교원 수급 등 현실적 난제… 맞춤형 정책 펴겠다"
경기도교육청 측은 구조적 한계 속에서도 맞춤형 학생 배치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관영 도교육청 학교설립과 의무교육배치담당사무관은 "경기도는 3기 신도시 등 약 37만 세대 규모의 개발사업이 집중돼 있어 학령인구 감소 국면에서도 국지적 과밀이 발생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허 사무관은 "교실 공간을 확보하더라도 실질적인 학급 증설을 위해서는 교원 정원 확보가 필수적이나, 2026년 기준 경기도는 전국 학생의 28.8%를 수용하면서도 교원 비중은 26.6%에 불과해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도교육청은 향후 교육부 중앙투자심사 제도 개선 성과를 바탕으로 중·고등학교 초과밀학급 해소에 집중하고, 공동주택 입주 추이를 정밀 분석해 관계기관과 적기 개교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현장에는 경기도의회 국중범 교육기획위원장, 김성수 교육행정위원장을 비롯한 도의원들과 이상철 성남교육지원청 교육장 등 각급 교육청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사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오프라인 참석 인원에는 제한이 있었으나, 유튜브 생중계 실시간 채팅과 댓글 창에는 지축, 덕은, 장항지구 등 신규 택지 지역 주민들의 열띤 반응과 호소가 이어지며 교육 당국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축지구 고교 신설 여부를 필두로, 2027년 연말 입주를 시작하는 창릉신도시(3만8000세대) 등 대규모 택지지구의 교육 인프라 확보를 위해 행정 당국이 어떤 실효성 있는 대안을 내놓을지 지역사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