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방학]

수능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확대
객관적 평가 기준, 충분한 준비 시간 필요  

[고양신문] 정답 하나에 등급이 엇갈리고, 친구가 나의 협력자가 아닌 ‘넘어야 할 경쟁자’가 되는 교실에서 아이들은 깊이 생각하는 법 대신 정답을 골라내는 기술을 먼저 배웠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교육부가 발표한 대입 평가 개혁 업무보고가 눈길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바꾸고 서·논술형 평가를 늘리겠다는 구상은, 점수 따기 경쟁으로 얼룩진 우리 교실을 진짜 배움이 일어나는 공간으로 돌려놓겠다는 선언처럼 읽히기 때문이다.

이번 개혁안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남보다 한 점이라도 더 받아야 이기는 수능 상대평가를 ‘일정 기준만 넘으면 되는’ 절대평가로 바꿔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객관식 5지선다형 문제 대신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는 서·논술형 문항을 시험에 적극적으로 넣겠다는 것이다.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이 변화가 현장에 들어오면 고등학교 교실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동안 교사들은 수능 문제 풀이 요령을 가르치느라 수업 시간에 질문을 던지거나 토론을 벌일 엄두를 내기 어려웠다. 하지만 시험이 학생의 생각을 묻는 방식으로 바뀐다면, 교실 역시 읽고 토론하며 자신의 문장으로 생각을 써 내려가는 탐구 중심의 공간으로 변모할 수 있다. 교사로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교실의 모습이다.

우선 긍정적인 면은 분명하다. 남을 밟고 일어서야 하는 무한 경쟁을 줄여주고, 단순 암기를 넘어 비판적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다.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교육에서 지식을 활용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교육으로 체질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반면 우려되는 점도 적지 않다. 수능이 절대평가가 되어 변별력이 떨어지면, 대학들은 학생을 뽑기 위해 고등학교 내신 성적을 더 비중 있게 볼 가능성이 크다. 결국 수능 부담이 내신 경쟁으로 옮겨가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더욱이 서·논술형 평가는 “왜 내 아이 답안이 이 점수냐”라는 채점 공정성 시비에 휘말리기 쉽다. 불안해진 학부모와 학생들이 서·논술형 대비를 위해 또다시 글쓰기 사교육 학원으로 몰려드는 부작용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이 좋은 취지의 제도가 학교 현장에 무사히 연착륙하려면 반드시 갖춰져야 할 조건들이 있다. 첫째, 누가 채점하더라도 수긍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 기준표가 만들어져야 한다. 채점자의 주관을 줄이고 결과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는 복수 채점 체계나 보조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둘째, 평가의 주체인 교사들에게 충분한 시간과 지원이 필요하다. 서·논술형 채점은 객관식 시험처럼 컴퓨터로 순식간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교사들이 세심하게 글을 읽고 피드백을 줄 수 있도록 수업과 채점 부담을 줄여주는 행정적 지원이 따라야 한다. 셋째, 대학들의 협조다. 수능 절대평가를 핑계로 대학이 별도의 논술 시험이나 구술 면접을 새로 만들어 학생들에게 또 다른 짐을 지우지 않도록 대입 전형 전체를 꼼꼼하게 다시 설계해야 한다.

송원석 일산양일중 교사

대입 평가 개혁은 단순히 시험 문제의 정답을 찾는 방식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선물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교육의 방향표다. 26년간 교단에서 확인한 분명한 사실은,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현장의 준비와 사회적 신뢰가 없으면 오히려 아이들에게 혼란만 준다는 점이다. 이번 개혁이 서두름 없이 정교한 준비 과정을 거쳐, 경쟁에 지친 우리 아이들과 공교육을 살리는 단단한 백년대계로 자리 잡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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