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서울대 교수 초청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 북토크

1인가구 증가 넘어 ‘관계적 결핍’
사람과 사람 잇는 복지 필요

김수영 교수(왼쪽)와 송미령 관장이 북토크 대담을 나누고 있다.
김수영 교수(왼쪽)와 송미령 관장이 북토크 대담을 나누고 있다.

[고양신문] 혼자 사는 것이 특별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혼자의 삶이 고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역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제27회 사회복지의 날을 기념한 북토크 ‘혼자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이 지난 2일 오후 토당문화플랫폼에서 열렸다.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가 마련한 이날 행사에는 『필연적 혼자의 시대』를 쓴 김수영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강연자로 나섰다.

객석에는 복지관과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관계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1인가구’와 ‘사회적 고립’이 이들에게는 책 속 개념이 아니라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인 만큼 강연이 시작되자 객석의 분위기도 진지해졌다.

김수영 교수가 1인가구와 사회적 고립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수영 교수가 1인가구와 사회적 고립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김 교수는 1인가구 증가를 개인의 선택이나 성향만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회와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것은 피하기 어려운 흐름이며, 중요한 것은 ‘혼자 사는 것’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사람과의 관계가 끊어지고 고립되는 문제라는 설명이다.

이날 북토크를 진행한 송미령 고양시지축종합사회복지관장도 책을 읽으며 1인가구를 바라보는 질문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전에는 “왜 결혼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면, 책을 읽은 뒤에는 “우리 사회는 왜 이렇게 혼자 사는 사람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갖게 됐다고 했다. 개인의 문제로 바라봤던 1인가구를 사회구조의 변화 속에서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날 강연에서 특히 눈길을 끈 대목은 ‘관계적 결핍’이었다. 김 교수는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복지를 경제적 결핍을 해결하는 일로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친구와 이웃, 함께 밥을 먹을 사람과 같은 관계망 역시 중요한 자원이라고 설명했다. 돈과 같은 경제자본뿐 아니라 친구와 관계망을 의미하는 ‘사회자본’, 취미와 생활능력 등 ‘문화자본’도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것이다.

복지 현장의 역할에 대한 이야기도 이어졌다. 단순히 도시락이나 생필품을 전달하는 것만으로 고립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설명에 객석 곳곳에서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이 필요한 사람에게 물품만 전달하고 다시 혼자 남겨두는 방식으로는 관계적 결핍까지 채우기 어렵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이런 점에서 사회복지관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로 모르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관계를 만들고, 갈등이 생겼을 때 이를 중재하고 관계를 이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점도 복지관이 가진 중요한 기능으로 꼽았다.

단순히 사람들을 한 공간에 모으는 것만으로 관계가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다. 김 교수는 정부의 쉐어하우스 정책을 예로 들며 “아무나와 함께 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함께 살고 싶은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1인가구를 특정 연령이나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한정해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혼자 사는 삶은 청년부터 중장년, 노년까지 전 세대에서 나타나며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해서 관계까지 안정적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강연 자료를 통해 고립우울군에 중·고소득 전문직도 포함돼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고립 문제를 경제적 취약계층의 문제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김응화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장은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는 지금, 이번 북토크가 우리 시대에 꼭 맞는 화두”라고 말했다
김응화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장은 현장 사회복지사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는 지금, 이번 북토크가 우리 시대에 꼭 맞는 화두”라고 말했다

강연 후에는 송미령 관장과 김 교수의 대담이 이어졌다. 책 제목인 ‘필연적 혼자의 시대’에 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 교수는 자신이 처음 제안했던 제목은 ‘솔로 권하는 사회’였다며, 혼자 사는 것이 더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여겨지는 사회로 변화하고 있다는 의미를 소개해 객석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북토크를 관통한 단어는 결국 ‘연결’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는 시대적 흐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혼자 사는 삶이 곧 고립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 가족이 아니더라도 함께 밥을 먹을 사람, 안부를 묻는 이웃, 정기적으로 만나는 모임과 공간이 있다면 혼자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행사가 끝난 뒤 ‘혼자의 시대를 지나 연결의 시대로 나아가는 길’이라는 이날 북토크의 제목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앞으로의 사회복지는 ‘무엇을 얼마나 지원할 것인가’를 넘어 ‘한 사람을 누구와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현장에 오래 남았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날 고양에서도 마찬가지다. 혼자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혼자여도 고립되지 않는 지역사회를 만드는 것. 이날 북토크가 던진 질문은 앞으로 지역사회 복지가 풀어가야 할 과제와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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