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고지도로 본 한국, 동해, 독도지도 200선>
9월 1일~5일,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원각사 정각 스님이 수집한 국보급 컬렉션
“젊은 세대와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으면” 

프랑스의 지도학자 당빌이 제작한 1732년 지도는 독도가 표기된 최초의 서양지도다. 전시 도록 촬영.
프랑스의 지도학자 당빌이 제작한 1732년 지도는 독도가 표기된 최초의 서양지도다. 전시 도록 촬영.

[고양신문] 옛사람들이 그린 지도 속에 우리나라와 동해, 독도는 언제부터, 어떤 형태로 등장했을까? 궁금증을 풀어 줄 국내 최대의 고지도(古地圖) 전시회가 9월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에서 열린다. 원각사와 고양종교인평화회의가 주최·주관하고 (사)평화누리와 고양신문이 후원하는 <고지도로 본 한국, 동해, 독도지도 200선(選)> 전시는 제목 그대로 1074년에 제작된 이슬람 지도(알 카슈가리 세계지도)부터 1960년대 제작된 각국의 지도까지, 한국·동해·독도의 지형과 표기가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진품 고지도 200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전시는 5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뱃길을 가장 먼저 열었던 이슬람 세계에서 제작된, 우리나라의 흔적이 처음 등장하는 고지도 2점을 만난다. 2~4부는 서양에서 제작된 고지도가 한국(韓國), 동해(東), 독도(獨島)로 분류돼 전시된다. 이어 한국 고지도(5부)와 일본 고지도(6부)를 차례로 관람할 수 있다. 한 장의 고지도는 저마다 당대 사람들이 인식했던 지리적 정보와 세계관을 담아낸다. 따라서 이번 전시를 통해 9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200개의 ‘세계’를 만나는 셈이다.

액자에 담겨 전시된 진품 고지도 옆에는 지도의 주요 지점을 확대한 이미지와 관람 포인트를 요약한 설명이 첨부된다. 지도의 전체 윤곽을 감상하고, 설명문을 읽고, 다시 지도의 세부 지점을 살펴보는 게 전시를 가장 꼼꼼하고 흥미롭게 관람하는 방법이다. 

소개되는 200점 모두 높은 소장 가치를 지니는 원본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전시의 주제와 부합하는 주요 지도들이 있다. 1528년 제작된 보르도네(이탈리아)의 세계지도는 한국과 일본 사이에 ‘Mare Orientale(동양해)’가 표기된 최초의 지도이고, 1593년에 만든 드 조르(네덜란드)의 아시아 지도에는 ‘Costa da Coora(한국 해안)’이라는 표기가 들어있어, 한국 국명이 표기된 최초의 지도로 평가받는다. 또한 1732년 당빌(프랑스)이 제작한 중국 타타르 지도는 독도가 표기된 최초의 서양 지도다. 

서양 지도뿐만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와 영토 분쟁을 벌이는 당사국인 일본에서 제작된 지도들도 다수 만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18세기 후반, 일본의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가 그린 여러 장의 지도 속에도 독도가 ‘조선의 소유’라고 명확하게 표기돼 있다. 관람할 때 좀 더 오래 발걸음을 멈추길 권한다.

독도를 '조선의 소유'라고 밝힌 일본의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의 지도. 전시 도록 촬영. 
독도를 '조선의 소유'라고 밝힌 일본의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의 지도. 전시 도록 촬영. 

이처럼 소중한 지도들을 수집한 주인공은 원각사(대한불교 조계종, 일산동구 식사동) 주지 정각 스님이다. 그는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과의 독도 영유권 분쟁 등을 접하며, 한국과 동해, 독도가 등장하는 고지도를 체계적으로 확보하면 나라의 정체성을 정립하는 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해 20여 년 전부터 고지도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정각 스님이 고지도 전시를 연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도 고양아람누리에서 100여 점의 고지도를 선보이는 전시를 열어 화제를 모았다. 8년 만에 규모와 내용을 더욱 업그레이드해 전시를 여는 셈이다. 

정각 스님은 불교계를 대표하는 미술사학자이자, 문화재전문가다. 동국대·중앙대·이화여대 객원교수를 거쳐 중앙승가대 교수를 역임했고, 불교신문 논설위원과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문화재위원, 한국종교인평화회의(KCRP) 종교간대화위원장을 지냈다. 집필, 또는 번역한 저서는 20여 권이나 된다. 

일산동구 식사동 원각사에서 만난 정각 스님. 
일산동구 식사동 원각사에서 만난 정각 스님. 

정각 스님의 소장품은 고지도만이 아니다. 오랫동안 수집한 옛 물건들이 무려 2500여 점에 달한다. 청동기 유물부터 불교미술작품, 도자류와 생활용품까지, 미술사학자의 깊은 안목으로 선택된 수집품들이다. 그중 5점은 보물로, 15점은 유형문화재로 지정받았다. 고양시 소재 보물이 8점에 불과한데, 5점이 원각사에 주소를 두고 있는 것이다. 또한 미술사 학회를 조직해 「아시아 종교미술」이라는 학술지를 정기적으로 발간하고 있다. 언젠가 정각 스님의 소장품과 학술적 연구가 어우러진 박물관의 탄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탄현동에 교당을 건립하며 고양과의 인연을 시작해 2011년 식사동에 원각사를 건립했고 평화누리, 고양김대중포럼 등 크고 작은 지역 활동의 참여로 이어졌다. 특히 올해 초 대표회장에 취임한 고양종교인평화회의와 함께 이번 전시를 함께 준비했다.

원각사 뜰 앞에 선 정각 스님. 
원각사 뜰 앞에 선 정각 스님. 

전시 도록의 간행사를 통해 정각 스님은 "분단의 접경지역에 사는 고양 시민들은 평화와 공존, 그리고 민족의 번영이라는 한반도의 새 지도를 그려나가며 매일매일 새로운 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나 새 지도를 그려나가는 과정에서도 지난 한반도의 지도를 되새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적었다. 곰곰이 새겨야 할 당부다. 스님은 “이번 전시에 특히 젊은 세대와 학생들이 많이 찾아와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 열리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문의 010-2334-1482(고양종교인평화회의 사무국장)  

전시 도록(오른쪽)과 정각 스님의 자서전 '운산행록'. 
전시 도록(오른쪽)과 정각 스님의 자서전 '운산행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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