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4회 고양포럼
‘고양 주민자치 대전환’ 토론회

주민자치회 법정 기구 전환 시험대
위원 부족에 집행 권한·인력도 부재
시·주민·의회 참여 TF 필요성 공감
44개 동 의견 담은 조례 개정 제안

 

지난 19일 덕양구청 대회의실에서 제134회 고양포럼 ‘고양 주민자치 대전환, 어떻게 가능할까 - 정부 주민자치 조례안 고양시 적용 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박경만 기자
지난 19일 덕양구청 대회의실에서 제134회 고양포럼 ‘고양 주민자치 대전환, 어떻게 가능할까 - 정부 주민자치 조례안 고양시 적용 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박경만 기자

[고양신문] 주민자치회가 시범사업 13년 만에 법정 기구로 전환하면서 고양시 주민자치가 대전환 시험대에 올랐다. 그러나 현장에는 위원 정원 미달과 집행 권한 부재, 전담 인력 부족 등 구조적 한계가 여전하다. 행정의 보조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주민대표 플랫폼으로 거듭나려면 권한과 자율성 확대는 물론 안정적인 인력·재정 지원, 주민 대표성과 운영의 투명성까지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6월 정부가 제시한 참고조례안을 고양시 현실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제도와 현장의 간극을 좁힐 해법을 찾는 논의가 시작됐다.

고양신문과 고양포럼이 주최한 제134회 고양포럼 ‘고양 주민자치 대전환, 어떻게 가능할까’ 토론회가 지난 19일 오후 6시30분 덕양구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시의원과 담당 공무원, 동별 주민자치회장,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행정안전부의 주민자치 조례 참고안과 고양시 적용 방안을 놓고 2시간 20분 동안 논의를 이어갔다.
이바다 고양포럼 공동대표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회에서 오건호 지방시대위원회 혁신자치전문위원회 위원이 기조발제를 맡았다. 노계향 함께자치연구소장, 공소자 고양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임현철 덕양구주민자치협의회 고문, 송창현 행신누리 대표, 황정원 고양풀뿌리공동체 부이사장, 박상준 효자동 주민자치회장이 지정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포럼에는 시의원과 고양시 주민자치과 관계자, 각 동 주민자치회장 및 위원, 일반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2시간 20분 동안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오건호 제공
이날 포럼에는 시의원과 고양시 주민자치과 관계자, 각 동 주민자치회장 및 위원, 일반 시민 등 100여 명이 참석해 2시간 20분 동안 열띤 논의를 이어갔다. 오건호 제공

“보조사업 수행 넘어 마을 의제와 자원 연결해야”

오건호 위원은 주민자치회의 발전 단계를 1999년 주민자치위원회로 대표되는 ‘자문기구’, 2013년 시범사업으로 도입된 ‘사업단체’, 2026년 본사업 전환에 따른 ‘주민대표 플랫폼’으로 구분했다. 주민자치회가 단순히 행정이 정한 사업을 수행하는 조직에서 벗어나 지역 문제를 발굴하고, 주민과 기관·단체를 연결하며, 마을의 미래를 함께 결정하는 기구로 거듭나야 한다는 진단이다.
행안부 참고조례안에는 주민자치회의 역할 확대와 지역대표성 강화, 행정적 지원체계 개선 등이 담겼다. 동 발전계획 수립과 갈등 유발 시설에 대한 사전 협의, 작은도서관·공중화장실·공용주차장 등 공공시설의 관리·운영 수탁, 자치계획 수립 등이 대표적이다. 주민총회 운영과 주민조례·주민투표·주민감사 청구 관련 안건 확대, 학교·기관 임직원의 분과 참여 허용, 사무국의 행·재정 지원도 주요 내용으로 제시됐다.
오 위원은 “현재 고양시 대다수 주민자치회는 시에서 2000만~3000만원의 보조금을 받아 플리마켓과 텃밭, 축제 등 3~4개 개별 사업을 수행하는 사업단체 모델에 머물러 있다”며 “주민자치회가 마을 기획자로서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여러 주체를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조례에 사무국 상근인력 지원을 명시하고, 직능단체 대표의 참여와 상설 주민자치학교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시와 시의회, 주민자치회, 마을조직이 함께하는 ‘고양 주민자치 대전환 TF’를 구성하고 44개 동의 의견을 수렴하는 상향식 조례 개정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바다 고양포럼 공동대표(가운데 마이크 잡은 이)의 진행으로 발제자와 지정토론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준 효자동 주민자치회장, 황정원 고양풀뿌리공동체 부이사장, 송창현 행신누리 대표, 임현철 덕양구 주민자치협의회 고문, 이바다 공동대표, 공소자 고양시의원, 노계향 함께자치연구소장, 오건호 위원. 박경만 기자
이바다 고양포럼 공동대표(가운데 마이크 잡은 이)의 진행으로 발제자와 지정토론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준 효자동 주민자치회장, 황정원 고양풀뿌리공동체 부이사장, 송창현 행신누리 대표, 임현철 덕양구 주민자치협의회 고문, 이바다 공동대표, 공소자 고양시의원, 노계향 함께자치연구소장, 오건호 위원. 박경만 기자

마을 협약부터 찾아가는 주민총회까지

지정토론에서는 주민자치회의 플랫폼 기능을 현실에서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이 나왔다. 노계향 소장은 성남시 단대동의 마을 협약 사례를 소개했다. 단대동 주민자치회는 복지관과 새마을부녀회, 새마을금고 등 50~60개 기관·단체와 협약을 맺고 각 단체의 소규모 예산을 모아 공동사업을 추진한다. 주민자치회가 예산 집행과 정산, 결과보고서 작성 등을 지원하고 실행은 별도 축제 태스크포스(TF)가 맡는 방식이다.
노 소장은 이를 바탕으로 분기별 마을의제 협의 테이블 운영, 행정의 사전 협의 의무화, 기수 교체에 따른 업무 단절을 막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3~5년 단위 중장기 자치계획 수립을 제안했다. 주민자치회가 직접 모든 사업을 수행하기보다 지역의 자원과 역량을 연결하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취지다.

공소자 시의원은 자치계획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행정의 책임을 강조했다. 현행 조례에도 시장이 자치계획안을 제출받으면 30일 이내에 검토 결과를 알리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 이행 여부와 계획 미반영 사유를 안내하는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간사와 사무국 운영을 위한 공적 지원을 확대하되 회계 투명성과 이해충돌 방지, 정치적 중립 의무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현철 고문은 주민총회의 형식적 참여와 인원 동원 경쟁을 경계했다. 2020년 창릉동에서 동을 6개 구역으로 나눠 주민들을 직접 찾아가 800~1000건의 제안을 수렴한 경험을 소개하며, 주민제안과 주민참여예산, 분과 자체사업을 아우르는 ‘3트랙 총회’를 제시했다. 주민이 많이 모이는 행사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지역의 목소리를 고르게 반영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창현 대표는 학교와 유치원 등 지역기관과 협력해 참여 규모를 키운 ‘학교 책여행’ 행사와 주민 후원금으로 개최한 ‘행신뮤직페스타’ 사례를 소개했다. 학교·기관 관계자의 분과 참여를 활성화하고 교통·교육 등 지역 현안별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주민자치의 활동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한보다 사람 먼저”… 정원 미달·집행권 부재가 발목

반면 제도 확대에 앞서 주민자치회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여건부터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황정원 부이사장은 고양시가 2011년 주민자치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2021년 10월 39개 전 동을 주민자치회로 전환하는 등 선도적인 역할을 했지만, 당시 전환 로드맵 연구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하면서 지속적인 발전 동력을 잃었다고 진단했다. 현재 주민자치회가 행정이 기획한 행사에 인력을 보태는 ‘행정 보조형 자원봉사단체’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황 부이사장은 단계별 교육 의무화와 실습형 워크숍, 민간 전문가의 현장 컨설팅, 위원의 역할 가이드라인 마련 등을 제안했다. 제도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위원들이 지역 의제를 발굴하고 사업을 기획·조정할 수 있도록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박상준 주민자치회장은 위원 모집부터 사업 집행까지 현장의 어려움을 짚었다. 주민자치회 정원 미달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위원 선정 방식만 논의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주민자치회의 대표성 부족과 별도 집행기구 부재를 구조적 문제로 꼽았다. 위원들이 사업을 의결한 뒤 실행과 정산까지 직접 떠맡아야 해 부담이 커지고, 무보수 봉사 구조는 청장년층의 참여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참여 수당 현실화와 실질적인 예산 집행 권한 부여, 전담 행정인력 지원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주민자치회가 책임과 권한을 갖춘 조직으로 자리 잡으려면 참여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안정적인 실행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시 “재정 한계 있지만 교육·지원 개선”

자유토론에서는 주민자치회에 대한 시민 인지도를 높이는 일부터 예산과 인력 지원까지 다양한 현안이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일반 주민들이 주민자치회의 역할을 잘 알지 못하고, 간사 업무가 특정 위원에게 집중돼 임기 교체 때마다 업무 공백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상근인력 채용과 맞춤형 교육 확대, 연임 위원 재교육 의무화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반대로 권한과 보상이 커질 경우 지역 내 자리다툼이 심해지거나 동장과의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주민자치회가 총회 안건 상정권을 독점해 폐쇄적으로 운영되지 않도록 주민 참여와 견제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오건호 위원은 사무국 상근인력과 회장 직책수당 현실화는 필요하지만 일반 위원의 회의 수당 인상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6만원인 회의 수당을 일률적으로 올리기보다 주민이 동네의 주인으로 참여하면서 얻는 보람과 공동체의 가치를 키우는 방향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유은숙 고양시 주민자치과장은 “과거 선도 도시였던 고양시 주민자치가 다소 퇴보한 느낌이 들어 고민이 깊다”며 주민자치회 자체에 대한 홍보 부족과 교육 개선 필요성을 인정했다. 내년부터는 지방보조금 회계교육 위주에서 벗어나 초·중·고급 단계별 교육과 워크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재정 지원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음을 짚으며, 현장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해 조례 개정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고양포럼은 이날 제시된 의견을 종합해 고양시와 시의회에 공식 주민 제안서로 제출할 계획이다. 제도 전환의 출발점에 선 고양시 주민자치회가 행정의 보조사업 수행자를 넘어 지역의 의제를 결정하고 공동체를 연결하는 주민대표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편 고양포럼은 오는 11월 ‘주민은 어떤 고양 신청사를 원하는가’에 이어, 12월에는 시민 예산 공부팀과 함께 ‘고양시 내년도 예산 심층 분석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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