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것’ 지키면 고양시 가치 절로 상승

“호수공원, 정발산, 고봉산을 잇는 생태축을 만들었으면 해요. 아, 그렇지. 고양신문 보니 견달산, 황룡산도 있더군요. 사람들에게는 산책로가 되고 동물들에게는 이동 통로가 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도시가 자연의 품에 안기도록 하는 겁니다.”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장회익 교수(63세)를 호수공원에서 만났다. 장교수는 시간이 날 때마다 산책을 즐기며 살고 있는 문촌마을에서 서울대까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한다.
전철 서울대역이란 이름이 걸맞지 않게 먼 거리에 위치한 역에서 강의실까지 30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가며 강의를 정리한다. 그만큼 산책을 즐기는 매니아인 장교수가 주로 이용하는 산책로는 고봉산이다. 처음 고양시에 이사와서는 호수공원을 주로 다녔으나 어렵사리 입구를 찾아낸 이후에는 주로 고봉산으로 발길을 한다.

인터뷰를 한 날도 장교수는 강의가 없어 아침에 호수공원을 돌았는데 점심때가 지나 무언가 허전해 고봉산을 기어코 다녀왔다. 그리고 인터뷰를 위해 호수공원에 온 그는 고봉산 예찬에 절로 흥이 났다.

“이 바닥을 보세요. 딱딱한 아스팔트잖아요. 그게 아쉽더군요. 그에 비해 고봉산은 흙이 있고 물이 있고 또 참 재미있어요. 산 중턱 야트막한 곳을 자세히 보면 맑은 물이 산을 적시며 쉼없이 흘러나옵니다.”

장교수는 인공의 힘과 재력으로 만들어놓은 호수공원의 편리함보다 처음부터 있었던 자연의 산책로를 발견해서 너무 기뻤다고 한다. 그래서 최근 고봉산 개발 소식은 그를 몹시 안타깝고 화나게 한다. ‘일부러 없는 걸 만들 생각’을 하지 말고 있는 걸 지켜야하지 않겠냐며.
장교수는 앞으로 고봉산 살리기와 고양시의 ‘절대적 가치’를 높이는 일을 위해 필요하다면 지역 시민단체들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도시마다 산책로가 아주 잘 가꿔있고 관광지도에 자세히 표시될 만큼 아주 중요하게 다뤄지죠. 고양시는 아주 좋은 조건을 갖고 있습니다. 있는 자연을 잘 살리고 산책로를 다듬어 놓는다면 그 자체로 고양시의 절대적 가치가 높아질 겁니다. 참, 이 얘기는 정범구 의원 공약집에서 내가 보고 기억하고 있는데 혹시 어떻게 추진되고 있는지 확인좀 해주세요.”

과학사와 과학철학이 전공인 장교수는 환경생태주의자로 널리 알려져있다. 또 97년에는 서울대 교수 시국성명에도 참여했고 최근에는 서울대 중심 학벌주의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서울대 신입생을 한시적으로 뽑지 않는 서울대 개혁안을 발표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기키도 했다. 저서로는 ‘과학과 메타과학’ ‘삶과 온생명’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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