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민보 / 전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벌레 먹은 사과가 맛있는 사과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인즉 벌레들은 당도가 높고 영양가가 높은 것을 위주로 골라먹지, 인간들처럼 눈으로만 보고 섣부른 오판을 하지는 않는다는 뜻이다.

마트나 할인점에서 우리주부들이 채소나 농산물을 고르는 모습을 보면 한심하기 이를 때 없고 가족의 건강과 우리농업의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벌레 먹은 흔적이나 구멍이 난 것은 우리 엄마들이 손도 안 덴다. 그리고 눈으로 먹는 것이 아니고 몸이 먹는 것인데 가치판단의 기준은 오로지 눈으로 봐서 벌레 구멍유무와 같은 값이면 큰 것 위주로만 농산물을 구매하려한다.

소비자가 외면한 농산물은 생산이 안 된다. 이러한 행태는 안전한 먹을거리 생산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결국은 농약과 화학비료와 식물성장촉진제가 듬뿍 뿌려진 농산물을 주부들은 좋다고 사와서 사랑하는 남편과 자녀들에게 맛있게 먹으라고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이것은 엄마가 식탁위에 농약병을 올려놓고 맛있게 먹으라고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 채소를 심으면 벌레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주부들은 벌레 먹은 채소는 못 먹을 것으로 판단하여 구매를 안 하니 할 수 없이 농민들은 생육초기부터 농약 통을 짊어지고 고가의 농약과 영양제를 뿌려서 벌레 먹은 흔적이 하나도 없는 보기에만 깨끗하고 탐스러운 채소를 생산해야 만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러한 악순환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으며 주부들의 구매성향이 변하지 않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올바른 농산물의 선택요령을 농사꾼의 시각에서 말씀드리면 채소의 경우는 벌레 구멍이 바깥쪽 잎에 있고 속잎은 벌레 먹은 흔적이 없는 것이 농약을 정정한 시기에 최소횟수로 뿌려서 재배한 채소이며, 과일의 경우도 벌레가 과일표면에 흔적이 약간씩 있는 것이 농약의 살포 횟수가 적고 맛과 향이 좋은 것으로 인간보다 벌레들이 더 잘 안다. 채소나 과일 모두 적당한 크기의 것이 화학비료나 성장촉진제등의 인위적 첨가제 사용이 적은 것이다.

아침은 토스트, 점심은 라면이나 햄버거 간식은 탄산음료와 과자 저녁은 햄을 넣은 볶음밥을 먹는 가정이 많다. 예를 든 식품의 첨가된 첨가물에서 우려되는 성분은 산도조절제(방부제) 합성착향료 트랜스지방 감미료 산화방지제 발색제 합성보존료 등이 들어간다. 이런 와중에 중국산 멜라민 파동까지 겹치고 나니 안전한 먹거리를 찾기가 힘들다. 전문가들은 ‘자연식품 위주로 직접 만들어 먹어라’라고 하지만 이것마저도 쉽지 않다.

안전한 자연식품을 구매하려면 생활협동조합이 있다. 생협이란 질 좋은 식재료를 생산자로부터 직접 싸게 구입하여 유통마진을 줄이고 안전하고 신선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받고자 소비자들이 만든 조합이다.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 신뢰성을 담보로 한다. 생협연대 한살림 두레생협 여성민우회생협 등이 있으며 생협은 도·농간 교류협력과 자연생태계 보전을 목적으로 하여 지속가능 한 소비형태를 추구하고 있고 인터넷 홈페이지와 매장이 각기 운영되며 인터넷배달주문이 주를 이룬다.

인간은 지구를 잠시 빌려 쓰는 것이다. 시장(돈)과 정부(권력)만으로는 우리의 사회가 바르고 건강하게 발전할 수 없다. 정부는 WTO의 상황에서 식품안전에 지속적인 투자와 관리감독이 요구되며, 국민은 환경을 고려하는 지속가능한 소비생활을 함께 실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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