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총선 낙선 인터뷰]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 후보
꼼꼼히 준비한 공약, 정권심판론에 힘 못써
유권자 마음 돌리려면 뼈아프게 각성해야
“국힘, 수도권 정서 기반한 당대표 나왔으면”
4월 10일 치러진 총선에 출마했던 김종혁 국민의힘 고양병 후보는 고양시 국민의힘 후보 4명 중 유일하게 선거다운 선거를 치렀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창섭(고양갑), 김용태(고양정) 후보는 선거 직전에 깜짝 전략공천되는 바람에 지역현안 파악에도 시간이 모자랐고, 경선을 통해 공천이 확정된 장석환(고양을) 후보 역시 당협위원장이 오랫동안 공석이었던 탓에 선거전 내내 조직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반면 일찌감치 당협위원장을 지내며 지역의 정서와 요구를 파악해왔던 김종혁 후보는 준비된 공약과 전략으로 22대 총선을 대비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비록 고양시 최소 표차였다고는 해도, 정권심판의 거대한 폭풍이 몰아친 이번 총선에서 김 후보 역시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후보에게 완패하고 말았다.
힘겨운 선거전을 치러낸 심경과 앞으로의 전망을 듣고 싶어서 일산동구청 맞은편에 있는 당협 사무실을 찾아 김종혁 위원장을 만나보았다. 자연스레 이번 총선에서 패한 고양시 국민의힘 진영 전체를 대변하는 성격의 인터뷰가 됐다.
❚ 오래 준비해온 만큼 낙심도 클 것 같다.
허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사실 선거전 내내 깊은 무력감을 느꼈다. 선거를 한 달 보름 앞두고 국민의힘 전체의 지지도가 잠시 상승했을 때는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었다. 하지만 이후 모두가 아는 악재들이 연이어 터지고, 수습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오히려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면서 민심이 급격히 정권심판론으로 기울었다. 일개 지역구 후보로서 급락하는 당의 지지율을 막아낼 아무런 방도가 없었다.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패다.
❚ 가장 큰 아쉬움은 뭔가.
오랜 시간 촘촘하게 준비한 공약을 제시하며 지역의 일꾼으로서 누가 더 적합한지를 판단해달라고 호소했지만, 유권자들의 귀에 전달되지 못했다.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절에 치러진 과거 총선처럼, 이번에도 고양의 유권자들은 정권심판을 선택하신 것이다. 여당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지만, 일산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또다시 미뤄지는 것 같아 가슴 아프다.
내가 살고 있고, 오랫동안 여러 문제해결에 직접 뛰어들었던 식사동이 고양갑 선거구로 가버린 것도 너무 안타까웠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정략적 이해관계로 인해 강행된, 말도 안 되는 게리멘더링 아닌가.
❚ 국민의힘은 ‘고양시 서울편입’과 ‘민주당 지역기득권 심판론’을 앞세웠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수긍한다. 알다시피 서울편입은 대통령실과 당 지도부, 고양시장까지 미묘한 엇박자를 내면서 행보가 꼬여버렸다. 일례로 서울편입과 경기북도 중 과감히 하나를 선택했어야 했는데, 둘을 다 아우르려다 보니 설득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지역기득권 심판론이 안 먹힌 배경은 고양시 인구 구성의 특징에서도 기인한다. 전입과 전출이 잦은 지역의 특성으로 인해 아쉽게도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지역기득권 폐해에 대한 체감이 높지 않았던 것 같다.
❚ 대통령실의 패착은 무엇인가.
국정 내용보다는 스타일에 대한 반감이 더 컸다고 생각한다. 국민 요구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대통령이 우리에게 좀 미안하다고 하면 안되나?”였는데, 그걸 못했다. 일을 더 크게 키운 건 대통령실 주변의 태도다. 국민적 분노를 자초한 ‘입틀막’만 해도 그렇다. 국가원수의 신변보호 차원에서 우려가 있는 사람을 격리시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입까지 틀어막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 장면이 정부의 불통 이미지를 키운 것 같아 너무 안타까웠다. 그러다보니 대통령도, 시장도 같은 당임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여당 프리미엄’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 국민의힘의 혁신, 어떻게 전망하나.
일단 실무형 비대위가 꾸려지고 조만간 전당대회 일정이 그려질 텐데, 누가 새롭게 당권을 쥐게 될지는 현 시점에서 아무도 예측 못한다. 이 문제는 용산 대통령실과 내각 개편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전망이 아닌 희망을 밝히자면, 당과 대통령실 모두가 사태의 심각성을 뼈아프게 각성하는 데서 출발했으면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최소 영남 출신 대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수도권이 느끼는 위기의식을 대변할 수 있어야 당의 미래가 있지 않겠나.
❚ 고양시 4개 당협은 어떻게 될까.
어떻게 되든 저야 당연히 일산을 지킬 생각이지만, 다른 세 분 후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현재로서는 제가 답할 수 없다. 고양시 국민의힘 역시 대통령실과 당의 인적 구조가 어떻게 재편되는지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 고양시 국민의힘 진영 재정비의 중심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어진 책무가 있다면 피할 수 있겠나.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보수진영의 무너진 조직을 재건하고, 절망한 지지자들을 추슬러 다시 희망을 만들어가는 일을 밑바닥부터 할 생각이다. 상투적으로 들리겠지만, 자리가 욕심나서 정치를 계속 하려는 게 아니다. 일산에서 30년을 살며, 우리 아이들은 좀 더 나은 도시에서 자랄 수 있도록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던 초심은 달라질 수 없다. 더 근본적으로는 차별과 차이를 동일시하고, 이데올로기에 기울어진 민주당의 해법에 동의할 수 없어서이기도 하다.
❚ 상대 당 당선인들, 그리고 고양시민들에게 인사를 전한다면.
당선을 축하드린다. 국민의힘이 없어도 고양시를 잘 발전시킬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신다면 시민으로서 진심으로 응원을 보내겠다. 하지만 지금껏 그랬듯 지역발전은 팽개치고 중앙정치에만 몰입한다면 고양시민들을 또다시 배신하는 것이다.
시민여러분에게는 더 겸손히, 더 많이 각성하겠다는 약속을 드리겠다. 그 각성을 토대로 보수정당이 시민들의 사랑을 되찾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기대를 거두지 말고 지켜봐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