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측 이달 초 민사소송 제기
시행사뿐 아니라 고양시도 겨냥
10년 답보 상태 목암지구 사업 
결국 법정 공방으로 비화 되나

작년 9월경 사업이 중단된 목암지구 개발현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한 목암지구 조합원들
작년 9월경 사업이 중단된 목암지구 개발현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한 목암지구 조합원들

[고양신문] 10년 넘게 첫삽조차 뜨지 못한 채 '유령 사업장'으로 전락한 고양 벽제 목암지구 도시개발사업이 결국 법적 분쟁으로 치닫게 됐다.

고양목암지역주택조합(조합장 최명철, 이하 조합)은 지난 1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시행사인 ㈜에스디산업개발(이하 에스디)과 고양시, 그리고 전 조합장 남모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조합 측은 소장을 통해 시행사의 불법적인 자금 운용과 이를 묵인한 고양시의 부실 행정이 맞물려 700억원이 넘는 막대한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담보도 없이 돈만 챙겼다" 위법한 선수금 수령 논란
이번 소송의 핵심은 시행사 에스디가 챙겨간 '토지비 명목의 선수금'이다. 도시개발법에 따르면 시행사가 토지 공급 대금을 미리 받으려면(선수금) 해당 토지의 소유권을 확보하고 저당권을 말소해야 하며, 보증서 등을 지정권자(고양시)에게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분양자(조합)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하지만 조합 측 소장에 따르면 에스디는 이러한 법적 요건을 전혀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조합으로부터 총 723억원에 달하는 선수금을 가져갔다. 심지어 에스디는 돈을 받아 간 뒤 해당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수백억원을 대출받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 관계자는 "돈은 조합이 냈는데, 땅은 시행사가 다른 빚을 갚기 위한 담보로 잡혀있는 기막힌 상황"이라며 "이는 전형적인 '알박기'이자 조합을 현금인출기로 이용한 행태"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작년 5월 목암지구 조합원들이 시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작년 5월 목암지구 조합원들이 시청 앞에서 규탄집회를 열었다.

고양시, 위법 알고도 '사후 승인'?
화살은 인허가권자인 고양시로도 향했다. 조합은 고양시를 피고로 적시하며 "관리·감독 의무를 방기한 것을 넘어 불법을 정당화해 줬다"고 날을 세웠다.

소장에 따르면 에스디는 지정권자인 고양시에 공급계획을 제출하지도 않고 조합과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는 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하는 도시개발법 위반에 해당한다. 그러나 고양시는 이를 제재하기는커녕, 2017년 뒤늦게 토지공급계획을 승인해 주며 시행사의 불법 행위에 면죄부를 줬다는 것이 조합 측 주장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작년 5월 감사결과를 통해 "목암지구 추진 과정에서 고양시의 과실 행정이 일부 확인된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한 바 있다. 조합 측 변호인은 "고양시의 사후 승인이 없었다면 에스디의 불법 자금 수령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이는 단순한 직무 유기를 넘어선 공동불법행위 내지 방조"라고 지적했다.
 

피해액만 700억 추산… "끝까지 책임 물을 것"
조합은 이번 소송에서 우선 15억원을 일부 청구했다. 향후 감정평가를 통해 토지 가격 부풀리기 의혹 등을 밝혀내고, 청구 취지를 확장해 총 700억원 이상의 손해배상을 받아내겠다는 계획이다.

최명철 조합장은 “10년의 세월 동안 내집 마련의 꿈을 안고 기다려온 1700여 명의 조합원들은 빚더미에 앉을 위기에 처했다”며 “700억원의 선수금을 챙겨간 시행사뿐만 아니라 사업을 관리·감독해야 할 고양시도 함께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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