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ㆍ분당 신도시개발 당시 국토연구원

 

“처음 백지에서 출발했다. 황량한 도시에 서서 어떻게 할지 몰라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나마 일산과 분당, 1기 신도시들이 살만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건 당시 계획하는 사람과 건설하는 사람들의 의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최초인 만큼 최고를 만들어보자는 데에 모두가 동의했고 정말 신나게 일했다.”

국토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일산과 분당, 1기 신도시의 도시계획분야를 맡았던 안건혁 교수(서울대 도시계획학)는 일산 개발 당시를 이야기하며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당시 건설교통부와 국토연구원, 한국토지공사 모두 처음 진행해보는 일이라 참여자들 모두 설레임과 의욕이 넘쳤다고. 계획단계부터 다들 의욕을 갖고 참여했고, 덕분에 과정상의 여러 어려움들을 잘 극복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의견이 그대로 반영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정부나 실행부서로 넘어오면서 계획이 수정되고, 때로는 왜곡되기도 한다. 그러나 당시에는 새로 만드는 신도시에 대한 기대치가 높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주었다.”

첫 그림을 그렸던 사람으로 가장 큰 아쉬움은 자족도시라는 원래 취지가 제대로 살아나지 못하고 베드타운화된 것이라고. 당시에는 분당은 비즈니스 특화도시, 일산은 문화외교출판도시라는 아주 분명한 컨셉이 있었다.

“외교부, 법무부와 의견조율을 통해 외교, 법무단지 조성을 계획했는데 안됐다. 출판단지도 파주로 가고. 자족과 주거가 가능한 독립도시로의 개발을 꿈꿨는데 너무 아쉽다.”

안건혁 교수는 1기신도시 이후에도 전국의 대부분의 신도시와 크고 작은 개발에 관여해왔다. 최근에는 토지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신도시 수출에도 자문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연구실에는 개발과 관련한 자료가 가득하다. 그중에도 일산관련 자료들은 가장 눈에 잘 띄는 곳에 자리하고 있다. 매년 학생들과 수업을 위해 찾는 곳도 일산이다. 일산신도시가 “그때 계획은 이랬는데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도시계획의 이론과 현실을 강의하는 좋은 현장”이라고. 안 교수는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초대형 신도시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작년 연말에 외부 기관에서 요구해서 자문을 해주기도 했다. 그러나 일산신도시 개발 당시 미래를 위해 일산과 한강사이의 개발을 역제하자는 주장을 정부에 했었다. 당시에는 아무도 나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는데 결국 난개발이 우려되는 상황이 오지 않았나.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지키는 일은 해당 지자체와 시민들의 몫이다.”

 

서울대 도시계획학 안건혁 교수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