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17일 제8회 옥천언론문화제가 열립니다

▲ 옥천언론문화제 포스터.
제가 옥천신문사에서 일한다고 하면 많은 분들이 ‘옥천에선 정말로 조선일보를 많이 보지 않느냐?’ 또는 ‘요즘도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하고 있느냐’고 물어보시곤 합니다. 가끔은 옥천신문 기자에게 왜 조선일보 이야기를 물어보시나 싶어 섭섭하기도 하지만 일단 답부터 하자면 앞의 질문에는 긍정적인 답변을, 뒤의 질문에는 부정적인 답변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실제 제가 4년 전 처음 옥천에 와서 느꼈던 놀라움 중 하나가 밥을 먹으러가는 식당들의 대다수가 한겨레, 경향신문과 같은 비교적 진보적이라 여겨지는 일간지를 구독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시장의 7,80%를 장악하고 있는 신문은 조중동과 같은 거대 족벌언론이지만 지금도 옥천에선, 특히 일부러 찾아보지 않으면 조선일보를 만나기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이렇게 된 연유를 알기위해서는 2000년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합니다. 2000년, 인구가 6만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농촌지역인 옥천군에서 한국 언론운동사에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 벌어집니다. 바로 지역주민들 스스로가 ‘조선일보로부터의 독립선언서’를 발표하고 ‘조선일보바로보기 옥천시민모임’(일명 조선바보)을 결성하게 된 것이죠. 당시 저는 옥천에 살고 있지 않아 그 ‘빛나는’ 전투에 함께하진 못했지만 지금도 당시의 활동을 들어보면 감탄을 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를테면 바로 이런 것이죠. 조선일보 절독운동에 동참하는 한 주민이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는데 그곳에서 조선일보를 발견했습니다. 그러면 바로 조선바보 온라인 누리집에 ‘000식당에서 조선일보 발견, 즉시 대응 바람’과 같은 글을 올립니다. 그럼 자칭, 타칭 ‘독립군’이라 불리던 조선바보 모임 주민들이 그 식당을 찾아가 친일에 뿌리를 둔 반민족 언론인 조선일보를 끊어야하는 이유를 식당 사장님께 설명 드리고 결국 조선일보를 끊도록 설득하는 활동을 벌이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참으로 무대포(!)와 같지만, 가장 진솔했던 이 방식은 많은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어냈고 기존 조선일보 구독자를 4분의1 수준까지 떨어뜨리는 성과를 거뒀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은 어떠냐고요? 사실 현재는 조선일보 절독운동을 진행하고 있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옥천의 언론개혁 운동이 끝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2000년 중반 이후로 조선일보 절독운동은 일단락됐지만 지금 옥천에선 반대가 아닌 21세기 한국 언론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고민들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으니까요.

어찌 보면, 신문을 끊는 것보다 몇 십 배, 몇 백 배 더 어려운 것이 내 돈을 주고 신문을 구독하는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옥천 주민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는 구독료를 내고 지역신문을 ‘소비’하는 행위를 통해 언론개혁과 풀뿌리 자치운동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지역신문을 구독함으로써 낮고 작을지언정 지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계속 지켜가고 있고 이처럼 지역신문이라는 소통의 장을 키워냄으로써 지역의 삶을 조금씩 바꿔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옥천에서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언론의 미래가 바로 지역에 있다고 믿는 이들이 모이는 축제의 장, 옥천언론문화제를 열고 있습니다.

올해 역시 10월15일부터 17일까지 제8회 옥천언론문화제가 열리며 특히, 올해는 마을 이장에서 시작해 지역신문 편집인, 남해군수, 참여정부 시절 행정자치부 장관을 거쳐 현재 경상남도를 이끌고 있는 김두관 지사가 옥천을 방문해 그가 생각하는 지역과 지역 언론의 중요성을 들려줄 계획입니다.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지역의 가치를 공유하며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모든 분들을 옥천에서 두 팔 벌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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