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 예결위 심의결과를 지켜보며

지난 주 고양시의회에서는 예상 밖의 일이 벌어졌다. 주민자치센터 강화를 위한 예산과 금정굴 사업추진 타당성 용역,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 등 민주당 의원들과 최성 시장의 주요 공약이었던 사업 20여건이 우수수 중도하차했다. 예결위 위원으로 선정된 일부 민주당 의원들이 계수조정권을 백분 활용해 은밀하게 ‘배반’을 한 것이다.

이번에 삭감된 예산의 상당부분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당선자 모두의 이름으로 약속한 사업 예산들이었다. 중요한 것은 삭감된 예산 하나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민주당 내의 정치적 신의에 대한 문제이고, 유권자들과 약속, 공인으로서의 양심에 대한 문제이다. 민주당 예결위 위원들은 민주 정치의 기본을 버렸다. 다른 의견이 있다면 끊임없이 토론하고 논쟁하고 합의점을 찾아야 맞다. 겉으로는 다 찬성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속으로는 거침없이 반대하는 이중적인 행위를 이해하기 힘들다. 차라리 끝까지 동의할 수 없는 예산이라고 맞붙어야 맞다. 예결위 위원을 선정할 때 한나라당과 그렇게 피튀기게 싸웠던 것은 다 정치적 쇼였던가.

한나라당은 현정원 의원이 ‘성추행’ 혐의로 조사 중이어서 계수조정에 참여할 수 없었고, 정상적인 의결권이 행사됐다면 이번 삭감 예산의 대부분은 그대로 통과됐어야 맞다. 계수조정에 참여한 한나라당 의원은 5명이었고 민주당의원은 4명, 소수야당 의원은 2명이었다. 민주당과 소수야당의 공조가 선언된 만큼 민주당 의원 중 최소 2~3명이 한나라당 편에서 표를 몰아 준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민주적 의사결정을 위해 양심을 지켰고 용기를 냈다고 착각할지도 모른다. 사안에 따라 너그럽게, 그럴 수도 있다고 보자. 그래도 여전히 잘못된 것은 민주당 내의 신의를 저버린 부분이다. 같은 당 내에서 이렇게 거침없는 표리부동이 횡횡한다면 그들은 왜 정당의 이름을 걸고 있는가.

일부 민주당 의원들 덕분에 한나라당은 완승을 거뒀다. 단 한명의 이탈표도 없었던 한나라당에 박수를 보낸다. 특히 민주당 의장과 민주당 예결위 위원들까지 무력화시키고 한나라당의 입장을 관철시킨 것은 결과적으로 정치적 승리였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적 계산을 이해한다. 시민 참여에 대한 부정적인 이해와 시민단체와의 연대에 대한 불만, 차기 총선 정치구도까지 미리 생각한 선택이었으리라. ‘준비된 배신’이었던 것이다.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논쟁과 토론, 합의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던가.

뭔가 쟁쟁한 심의를 기대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당의 이념에 충실하며 공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고, 서로 다른 이견에 대해서는 끝장 날 때까지 논쟁하는 열성을 기대했다. 너무 쉽게 포기하고 너무 쉽게 뒤돌아 서버리는 반민주적 정치행태는 제 발에 돌을 찍는 매우 어리석은 선택이다.

최성 시장도, 민주당 의원들도, 시민단체 연대도 시작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게 됐다. 씁쓸하고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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