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아이의 엄마에요. 어린이집 원장님들의 입장 충분히 알겠지만 셋째를 민간 어린이집에 보낼 예정인데 우리 아이들이 이렇게 돈으로 계산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너무 마음이 아프네요.”  “어린이집 교사들 40시간 보육 하라고 해도 못해요. 아이들 두고 어떻게 그냥 가요.” 

민간 어린이집의 휴원 첫날인 27일 식사도서관에서는 국민권익위원회 주최로 영유아 보육환경 개선 간담회가 열렸다. 민간어린이집연합회, 보육교사, 학부모 대표와 보건복지부, 고양시 보육관련 관계자가 참석했다. 박인주 청와대 사회통합수석비서관이 사회를 맡아 ‘대통령의 귀’를 자청했다.

발언권을 얻은 학부모와 어린이집 연합회, 교사대표들은 제대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정부가 제대로 된 보육 대안을 내놓지 못하는 동안 0세 갓난아이부터 취학 전 어린이들까지 실질적인 보육과 유아교육을 담당해온 민간어린이집. 그곳에서 100만원 남짓한 보수를 받으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온 교사들. 매일같이 터져 나오는 어린이집의 사건사고에 마음 졸이면서도 아이를 맡기고 일터로 향하며 눈물짓는 엄마들. 부모와 아이들을 ‘볼모’로 한 어린이집 휴원 상황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가장 중요한 보육문제를 사실상 방치해온 정부와 관계기관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당장 회사를 때려쳐야 합니다. 맡길 곳이 전혀 없으니까요.” “솔직히 4살짜리 영어, 수학 이건 어쩔 수 없이 다하니까 시킵니다. 안하면 어린이집에 홀로 남아서 천덕꾸러기 될까봐. 선택사항이 되는 게 아니라 필수가 되어버린 거죠.” “엄마들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면서 그래도 나보다는 더 잘해주겠지 하는 마음 있어요. 그런데 이번 일 보면서 우리 아이가 돈이었구나 하는 생각 들었어요.”

고양시 엄마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는 며칠 전부터 어린이집 휴원을 놓고 한숨소리가 가득 담겼다. 안 그래도 아이가 아플 때마다 연차, 월차 다써서 눈치가 보이는데 ‘어린이집 휴원해서 못나간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워킹맘’들이 얼마나 될까. 아침 일찍 맡기고 저녁 늦게 아이를 찾을 때마다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어린이집 교사들을 보며 엄마들은 또 미안하고 죄인이 된다. 갑자기 보육료가 지원된다고 좋아했다가 어린이집 경쟁이 치열해져 대기자가 줄을 서고 있다는 소식에 ‘혹시 우리 아이가 밀려날까’ 맘을 졸인다. 예산도 고려하지 않은 무상보육 발표로 5세아 보육지원은 좀 기다려야 한단다. ‘아 역시나 선거용’이란 생각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어린이집 휴원에 가장 애가 타는 건 누구보다 엄마들이다. 다음 인터넷 ‘아고라’에서는 휴원 반대 서명도 진행중이다. 어린이집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온다. 그러나 보육, 어린이를 볼모 삼는 ‘선수’들은 역시 정치권, 정부가 아닐까. “정부에서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충분한 준비없이 마구잡이식 육아대책을 내놓아서 그런 거 같아요. 어린이집 교사 관리도 제대로 안되고, 어린이집 수요는 많고, 보육지원은 해야겠고 엉망진창입니다. 어쩌면 이렇게 앞을 안 보고 정책을 만들었을까요. 엄마랑 아가들만 고생입니다.”

‘맘스홀릭 베이비’ 카페의 한 엄마가 올린 글이다. 정말 엄마들이 모를 줄 알았을까. 이러나 저러나 결국 엄마들과 아이들의 고생이다. 어린이집 휴원이라는 초유의 상황에서 엄마들은 무엇보다 지금까지 보육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저출산만을 걱정해온 정부와 정치권에게는 분노가 치민다. 아이를 맡길 곳 없어 발을 동동 구르던 그 순간에 엄마들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은 바로 동네 어린이집이었다. 친정엄마도, 동네 언니도 부르지 못했던 그때 우리 아이를 안아주었던 이들이 바로 교사, 원장들이었다. 일부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구박하고, ‘재활용 음식’을 먹였더라도 말이다.

‘영유아 보육환경 개선 간담회’에서 어린이집 교사들과 원장, 엄마들 모두 말끝을 잇지 못하고 결국 눈물을 보였다. 얼마나 서러웠을까. 그러나 시종일관 여유롭거나 혹은 지루해보이는 표정의 청와대 박인주 비서관과 정부 관계자에게서 ‘공감’을 읽어내기는 어려웠다. 박 비서관은 눈물로 호소하는 교사대표의 이야기를 제재하다가 방청석의 항의를 받기도 했다. 교사대표가 발언 중 ‘저출산 정책’이란 표현을 쓰자 “출산장려정책이 맞다”고 정정해주었다.

최근 발표된 무상보육, 보육료 지원 방안들이 정말 선거용이 아니라면 정부와 청와대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공공보육 대안을 내놓아야할 것이다. 아니 그 전에 눈물로 호소하는 교사, 엄마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듣고 공감해주는 것이 먼저다. "

어린이집 원장님들께는 어려운 사정과 사연들 잘 알지만 너무 ‘세게’는 하지 말아달라고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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