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시 서울에서 정체성을 찾아가는 지역공동체 라디오 '마포FM'

인터넷의 등장에 이어 SNS, 팟캐스트… 정보·통신의 빠른 발달로 다양한 매체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종이신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만 있다. 뿐만 아니라 뉴미디어의 등장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뉴스의 획일화를 가져오고 지역 소식의 가치는 작아지고만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역에서 가장 가깝게, 가장 심도있게 소식을 전할 수 있는 지역신문으로서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적응하면서 독자의 변화하는 요구에 발맞추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되찾기 위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기획은 지역 언론을 기반으로 지역신문은 물론, 인터넷포털, 라디오, 웹TV 등을 통해 올드미디어와 뉴미디어의 복합산업으로 성공한 국내외 언론사와 지역언론 전문가 제안를 통해 현 주소와 전망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 첫 번째로 한국에서 가장 큰 도시인 서울에서 1와트라는 작은 송출력으로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마포FM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금사랑의 복고복고~” 매주 목요일 오후 12시, 코너명을 읊는 경쾌한 목소리에 듣는 이도 흥겹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마포FM 음악방송 ‘복고복고’는 오전의 지친 업무에서, 혹은 집안 일에서 벗어나 세대를 아우르는 성인가요를 접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포 주민들은 매일 2시간씩, 이렇게 그들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생생한 음악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130여 스탭들이 만들어내는 마포 스토리

▲ 마포 FM의 프로그램은 진행자부터 게스트까지 마포주민의 손길을 통해 만들어지고 있다. 생방송 '복고복고'가 진행되고 있는 라디오 부스.

서울 마포구의 지역밀착형 라디오 방송인 (사)마포공동체라디오(마포FM)은 2005년 9월 26일 개국한 ‘중견’ 매체다. 2004년 9월 방송위원회의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자’ 모집을 시작으로 2005년 시범사업으로 마포FM의 목소리가 세상에 나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정규방송으로 전환되고 100.7MHz로 주파수를 고정하면 매일 아침 6시부터 새벽 2시까지 어김없이 반가운 이웃의 목소리를, 동네 소식을 들을 수 있다.

마포FM의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 운영하는 방송본부에서는 인턴을 포함해 총 8명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 인력으로 하루 20시간이라는 방송분량을 채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대신 120여 명의 비상근 자원 활동자가 피디, 작가, 리포터로서 활동하고 있기에 마포FM이 좀 더 촘촘하게 동네 소식을 전할 수 있다. 스튜디오 한쪽 벽면에는 활동자들이 방송 시작 전에, 끝난 후에 남긴 사진들이 기록으로 남겨져 있었다.

마포FM의 프로그램은 주부와 젊은 층을 타겟으로 두고 있다. 송덕호 마포FM 방송본부장은 “마포에서 가장 오래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누군가를 고민했을 때, 주부를 주청취자로 생각할 수 있었다. 또한 인근에 출판산업이나 작은 카페들이 많은 홍대입구가 위치한 만큼 20~30대의 젊은 층을 보조 타겟으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청소년의 ‘청소년 핫앤쿨’, 서글프지만 즐겁게 살고 싶은 20, 30대 청년의 ‘잉여니까 청춘이다’, 일상의 유쾌한 에피소드를 생생하게 전하는 주부들의 ‘톡톡 마주보기’, 인생의 황혼기에 누구보다 활기찬 삶을 살고 있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행복한 하루’, 개국 당시부터 집중적 관심을 받은 국내 최초 성소수자 레즈비언의 방송 ‘L양장점’까지. 이처럼 마포FM의 프로그램은 메이저에서 주목하지 않는, 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전달하고 있다.

물론 지역의 미디어로서의 사회적인 뉴스 전달의 역할에도 충실하다. 아침 9시부터 10시까지 송덕호 본부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는 ‘마포 속으로’는 지역의 이슈에 초점을 맞춰 1시간동안 4개의 코너로 진행되고 있다. 이장 방송 컨셉으로 진행되는 ‘주민여러분’에서는 지역의 단신을 전달하고 있으며, 복지, 일자리, 예술, 도서관, 건강 등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요일별로 리포터가 각 기관의 소식을 전달하는 ‘요일코너’, 마포에서 일어나는 사건, 이슈에 대해 당사자와 직접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들어볼 수 있는 ‘오늘은 마포’. 그리고 마포구민이 릴레이식으로 서로를 칭찬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응원릴레이’로 구성되어 있다.

저녁 10시부터 자정까지는 젊은이들이 주로 향유하는 음악프로그램이 주를 이룬다. 특히 저녁 10시부터 11시까지 1시간동안 홍대의 인디음악을 생방송으로 들을 수 있는 게릴라디오는 마포FM의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미디어를 넘어 마포의 그물망이 되다
마포FM의 역할은 전파를 통해 생생한 이웃의 이야기를 전하는 매체에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을 하나로 묶고 마포구를 구성하는 이들의 만남을 조성하면서 공동체의 의미를 강화시키고 있다. 많지 않은 인력으로 매일매일의 방송을 위해 새로운 컨텐츠를 찾다보니, 지역 구석구석의 기관과 연계를 맺고 또 각 기관 간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교량역할을 한다. 복지, 여성, 건강 등 각각 나눠져서 활동하던 단체들이 함께 모여 신년회를 갖거나, 연중 캠페인을 통해 마을에 크고 작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지난 해의 경우 캠페인을 통해 3~4개의 작은 도서관이 마포구 내에 신설됐다. 또한 올해에는 9월 15일 마을합창대회를 준비하면서 각 동네마다의 합창단 조직을 유도해 6월 현재 5개의 새로운 합창단이 창단되기도 했다. 송덕호 본부장은 “공동체라디오인 마포FM을 통해 가시적인 큰 변화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마포FM을 통해 지역 기관, 단체들간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고, 이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일들이 가능해지고, 실제로 이뤄지는 모습을 보면 마포FM이 지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생방송이 끝난 후 다음 순서를 기다리며 회의를 하고 있는 '행복한 하루팀'(아래)

 

반경 2.5㎞의 한계, 뉴미디어로 넘는다
사실 한국에서 지역의 미디어로서 라디오라는 매체는 흔치 않다. 미국, 일본의 경우 각 지역의 라디오라는 매체는 일상생활은 물론, 재난사항과 같은 특수한 경우 큰 힘을 발휘하며 그 존재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치, 경제, 언론이 모두 중앙에 집중되어 있는 한국의 경우 신문 정도가 지역 미디어로서 간간히 명맥을 이어올 뿐 라디오의 존재감은 그리 크지 않다. 그런 와중에 마포FM을 비롯해 같은 서울의 관악, 경기도 분당, 경주, 대구, 광주, 충청도에 산재되어 있는 7개의 공동체라디오의 길은 쉽지만은 않다.

마포FM의 한달 순수 방송 제작비만도 월 1000만원 정도. 크고 작은 기획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2000만원은 훌쩍 넘는다. 2009년에는 정부에서의 지원마저 중단됐다. 현재 마포FM은 총회 회원들의 회비와 후원, 라디오 제작 워크샵과 팟캐스팅 등의 교육 강좌, 연초 전국을 강타한 시사 ‘나는 꼼수다’와 같은 작은 스튜디오가 필요한 프로그램을 위한 임대 사업, 크고 작은 행사에서의 공개방송 등을 통해 운영비를 충당하고 있다.



현재 마포FM의 수신거리는 반경 2.5㎞. 당초 2004년 방송위원회에서 ‘소출력라디오 시범사업자’ 모집 당시 밝혔던 5㎞의 절반 수준이다. 이는 23.88㎢의 마포구 전체면적을 포함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는 기존 FM라디오가 500~1000와트의 대출력에 비해 공동체라디오 1와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개국 당시에는 송출 안테나가 위치한 와우산에서 직선거리 1.5㎞에 반경에 위치한 사무실 내에서 조차 잘 잡히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하는 송덕호 본부장. 새로운 안테나를 설치하면서 지금의 2.5㎞로 반경이 넓어지기는 했지만 마포 전체의 1/3도 포함하지 못하고 있다.

숭출 반경의 제한. 라디오라는 매체로서의 성격을 희미하게 하는 치명적인 걸림돌이다. 송 본부장은 “협소한 출력 반경을 극복하기 위해 홈페이지 온에어와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웹진, 팟캐스트 등 중요 방송에 대해서는 다시듣기 서비스를 통해 들을 수 있다”고. “하지만 역시 일반 라디오로 가정에서 듣기 어렵다는 것이 한계로 남아있다”고 덧붙인다. 마포주민이 만들고, 마포주민이 주인공인 마포FM은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긍정적인 변화를 일궈내고 있다. 송덕호 본부장은 “대부분의 지면신문들은 지난 뉴스를 전하게 되지만, 라디오는 주민들에게 매일 새로운 동네 소식을 바로바로 생생하게 알릴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고 장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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