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마임순 금정굴유족회회장

금정굴 벽면붕괴에 심정토로

“20년 전 발굴당시가 생각났어요. 우리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며 지금까지 왔는데…”
마임순 금정굴유족회장<사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지난 13일 금정굴 한쪽 벽면이 붕괴된 것을 발견한 그는 “억장이 무너지는 기분”이었다고 말한다. 벌써 4년째 평화공원조례안이 의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무너진 내린 금정굴을 바라보는 마 회장의 솔직한 심경을 들어봤다. 

(금정굴이)붕괴된 사실은 언제 알게 됐나
동아시아대학생평화캠프에 참가한 한국과 일본 대학생들을 안내하기 위해 금정굴 안에 들어갔다가 북쪽 벽 일부가 무너져 내린 것을 봤다. 학생들이 그 모습을 보고 물어볼까봐 내심 조마조마했다. 특히 일본에서 온 학생들이 왜 무너졌냐고 물어보면 뭐라 답해야 하나. 발굴 당시부터 여태껏 현장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처음 그 장면을 봤을 때 심경이 어땠는지
20년 전이 생각났다. 우리가 금정굴에서 부모형제들이 불법적으로 학살당했다고 했을 때 고양시에서 힘 있는 사람들은 다들 거짓말이라고 했다. 그래서 직접 증거를 보여주려고 유족들이 돈을 모아 발굴을 했다. 억울한 죽음 앞에 말 한마디 못하고 산 수십년의 한으로 한 삽, 한 삽 파냈다. 한 일주일이 지나자 시체가 부패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인부들이 소주를 부어가며 파냈더니 유골과 유품들이 쏟아졌다. 탄피가 나오고 깨진 바가지 같은 게 나왔는데 알고 봤더니 깨진 두상들이었다. 약품처리도 제대로 못한 채 포대자루에 펼쳐놓고 대성통곡했다.
그간 노력으로 유골이 발견되고 국가의 불법적 폭력에 의한 학살이라는 진실화해위원회의 권고도 내려왔다. 재작년에는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는 판결도 나왔다. 하지만 무너진 금정굴을 보니 여전히 해결된 게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고생 끝에 밝혀낸 진실이 다시 묻히는 것만 같은 느낌이다. 

붕괴원인은 무엇인가
세부조사를 통해 알 수 있을 것 같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현장보존이 제대로 안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다. 사실상 1차 발굴 당시의 모습 그대로인 상황이다. 근본적인 보존방안을 없이 당장 무너진 곳을 땜빵식으로 처방하는 방법은 문제해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다고 본다.

현장보존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우리가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단순히 부모형제가 그곳에서 죽었기 때문이 아니다. 전쟁이 얼마나 참혹한가 보여주는 현장이기 때문이다. 우리세대의 고통을 자식세대에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이렇게 나서는 것이다. 백날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보다 금정굴을 한번 직접 보는 것이 훨씬 더 절실히 느끼지 않겠는가.
그런데 일부에서는 금정굴을 자꾸 평화와 인권의 관점이 아닌 이념잣대로 바라보며 흠집내기에 여념이 없다. 일부 정치인들은 이러한 상황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사건건 관련 사업에 시비를 걸고 예산을 삭감하면서 현장보존을 가로막고 있다. 시장 또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시의회 상황을 핑계 삼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아 이 사태를 불러온 것 아닌가. 이쯤에서 보니 해결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인 것이 사실이다. 

이번 붕괴 건에 대해 시는 뭐라고 하던가
지난 2월 17일 공무원들이 현장을 보고 간 뒤 보수 방안을 찾아보자고 했다. 하지만 지난 3년간 현장보존을 줄기차게 요구했던 우리 유족회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장보존에 대한 본질적 대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고 보수는 그 다음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금정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평화인권에 관심 있는 외국인들도 많이 이곳을 찾는다. 그런 분들에게 이렇게 붕괴된 현장을 보여주는 것은 사실 국제적 망신이다. 더군다나 평화통일특별시를 준비한다는 고양시가 아닌가. 이제 유족들도 연세가 높아져서 하나둘 돌아가실 나이가 됐다. 인간의 도리로서도 현장보존과 유골안치문제를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눈이라도 편하게 감으실 수 있도록 시와 의회에서  해결책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