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굴과 쌍을 이루는 수평굴... 유족들 “금정굴 현장과 흡사

▲ 한국전쟁 당시 또 다른 학살장소로 추정되는 금정굴 인근 동굴 앞에서 신기철 소장<사진>이 당시 사건기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금정굴과 쌍을 이루는 수평굴
유족들 “금정굴 현장과 흡사”  
추가 유골 발굴가능성 제기
금정굴재단, 내년 발굴 계획

한국전쟁 당시 학살당한 153명의 유해가 발굴된 일산서구 탄현동 황룡산 금정굴 현장 인근에서 또 다른 학살장소로 추정되는 동굴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지리적 위치와 타 지역 사례 등으로 비춰볼 때 이곳에 새로운 희생자들의 유골이 묻혔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지난 19일 현장을 최초 발견한 신기철 금정굴인권평화연구소장은 “금정굴 민간인 학살사건을 조사하던 과정에서 금정굴에서 발견된 유골 외에 1950년 10월 6~8일 학살된 30~50명 안팎의 추가 희생자들이 있었다는 자료를 확보했다”며 “유골이 묻힌 장소를 탐문하던 결과 수직굴인 금정굴과 쌍을 이루는 수평굴로 추정되는 이곳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룡산 옛 등산로 인근에 위치한 동굴 입구는 수 십년간 쌓인 흙과 나뭇잎으로 덮여 언뜻 평범한 야산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움푹 파인 흔적이 있어 다른 경사면과는 다른 형태다. 유족들의 증언에 따르면 발굴 전 금정굴 현장과 매우 흡사한 모습이다. 지난 20일 당시 현장을 방문했던 발굴전문가 한양대 노용석 박사 등에 따르면 경산 코발트 광산 등 타 지역에서도 이러한 구조의 학살현장이 많이 발견된 걸로 확인됐다.

금정굴은 일제 당시 금을 캐기 위해 수직으로 굴을 판 뒤 방치한 금광 구덩이로, 1950년 ‘9·28 서울수복’ 이후 10월 6일부터 25일까지 이곳 일대에서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고양경찰서에 수감돼 있던 고양·파주지역 부역 혐의자와 가족 200여명이 끌려가 불법으로 집단 총살당했다. 하지만 1995년 유족들이 자체발굴을 통해 나온 153구 외에 나머지 유골들은 행방이 묘연했던 것. 금정굴인권평화재단 측은 이번에 발견된 장소에 그 유해들이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조만간 발굴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신기철 소장은 “당시 끌려갔다가 살아남은 이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이곳에서 또 다른 학살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좀 더 확실하게 조사를 마친 뒤 발굴 일정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경숙 금정굴유족회 회장은 “새로운 민간인 학살 현장이 발견된 만큼 이 일대를 역사평화공원으로 지정해야 할 명분이 더 높아졌다”며 시의회에 계류 중인 역사평화공원조례안의 조속한 통과를 희망했다.
한편 고양시는 내년 예산안에 역사평화공원 예산안 3억2000만원을 편성해 시의회 환경경제위원회에 올렸다. 하지만 해당상임위 여야의원구성비가 4대3인 상태라 통과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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