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범죄』 펴낸 신기철씨


▲ 저자 신기철

“이승만 정권, 대량학살 저질렀다”
부역 이유로 민간인 백만명 죽여

현재 재단법인 금정굴인권평화재단 부설 인권평화연구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신기철씨. 그가 세 번째 책을 들고 나왔다. 제목은 『전쟁범죄』. 민간인 학살을 이승만 정권이 자행한 국가범죄로 표현했다는 점에서 꽤나 도발적인 제목이다. 국가가 자국민에게 자행한 전쟁범죄, 100만의 대한민국 민간인이 우리 국군과 경찰에 의해 학살됐다고 그는 책에 적었다. 저자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들었다.

 


 

세 번째 책이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 세권 모두 진실화해위원회 등을 통해 조사한 자료를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 나타난 유족들을 심층 면담하고 쓴 책들이다. 첫 번째 책(진실, 국가범죄를 말하다)이 금정굴을 중심으로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학살사건을 다뤘고, 두 번째 책(국민은 적이 아니다)은 한국전쟁과 민간인 학살의 전개과정에 대해 썼다. 이번 책은 전국의 민간학살 사건들을 총 망라했다.

이번 책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 수많은 민간인들이 적군을 도와준 사람, 즉 부역을 한 사람이라는 혐의로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대한민국 사회가 인정하라는 것이다. 100만 명이 희생됐다. 세월호 사건을 봐도 그렇지 않나. 숨기려 해선 안 된다. 전쟁범죄에 대해 정부는 물론 법원도 아직까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이승만 정권이 전쟁범죄를 자행했다고 적었다. 정부가 자국민을 학살한 것인가.

▲ <전쟁범죄> 표지


- 침략자가 민간인을 학살하는 것이 전쟁범죄다. 그런데 전쟁 전후 이승만 정권은 침략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 가해자에는 미군도 일부 포함된다. 미군은 그때 점령자라는 표현을 스스로 쓰지 않았나. 이승만도 같은 입장이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국군이 후퇴한 이후 남겨진 민간인들도 수복 후 부역자라는 이유로 죽였다. 금정굴 사건의 경우 북한군의 점령기간은 불과 3개월이었다. 짧은 기간에 그 많은 사람이 부역자가 된 것이다. 점령자(침략자)로서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점에서 정부에 의한 전쟁범죄가 맞다.  

민간인 학살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

- 전쟁 전에 이미 10만 명이 죽음을 당했다. 제주 4·3사건, 여수·순천사건으로 시작된 영호남 토벌작전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후 정권에 의해 자행됐다. 전쟁 발발 직후 정치범에 대한 학살은 3~5만 명으로 보고 있다. 전쟁이 일어났다는 이유로 후퇴하면서 형무소의 좌익인사들을 모두 처형했다. 이중에는 독립투사들도 다수 포함됐다. 또한 수복과정에서 국군과 경찰에 의해 부역자 20만 명이 희생됐다. 고양시 금정굴 사건도 이때 일어났다. 북한군에 의한 희생자는 10만 명으로 본다. 1·4후퇴 때 국군에 의해 5만 명이 죽었고 보도연맹원으로 집단학살된 수는 30만 명에 달한다. 모두 정치적 학살이다. 이후에도 국가보안법을 통해 민간인 학살이 자행됐다.

국민들이 꼭 알았으면 하는 사건이 있다면.

- 남양주 진건면에서 어린이를 포함해 229명이 희생당했다. 1.4후퇴 때 적색분자를 숙청하라는 지시였다. 수복 후 부역자를 죽인 것이 아니라 후퇴하면서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이다. 이곳에선 부역자뿐 아니라 일가족을 모두 살해했으므로 유족이 거의 없다. 희생자에는 여성은 물론 아이들도 포함돼 있다. 부역자의 가족이라는 이유로 몰살당한 끔직한 사건이다. 유족도 없으며 단체도 결성되지 않았다.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참극이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이다. 어떤 위대한 사상이나 이념도 그것을 넘어서지 못한다. 앞서 말했듯이 많은 민간인이 군·경찰에 의해 학살당했다는 사실을 알아 줬으면 한다. 이를 숨기는 것은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유도 같다. 친일 은폐는 또다시 친일을 하겠다는 말이다. 또한 전쟁범죄를 숨기는 것은 단순한 역사 왜곡이 아니라 생명을 경시하겠다는 협박, 또 다시 국민들을 죽일 수 있다는 협박이나 다름없다.

 


 

저자 신기철
1964년 서울에서 태어나 고양시에서 자랐다. 서울대 심리학과를 다녔고 인천과 구로 등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이후 고양시 시민운동을 통해 금정굴 사건 등 과거사 진상규명활동에 참여했다. 2004년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2006~2010년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조사팀장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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