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의 편지 국회의원 후보 토론회를 마치며

선거문화가 좀 답답합니다. 후보자들은 시큰둥한 유권자를 붙잡아야 하고 유권자는 후보자의 정책과 소신도 모른 채 표를 찍어야 합니다. 나와 우리의 삶을 바꾸는 중요한 일을 위임하고 위임받는 관계임에도 서로 깊이 들여다볼 기회가 없습니다.

TV와 주요 신문이 다루는 선거는 한 편의 드라마 혹은 개그 같습니다. 몇몇 보스를 중심으로 휘청대는 정당의 모습이 메인 뉴스가 되고 이념과 정책을 비교하고 분석하는 보도는 뒷전입니다. 드라마 시청률 올리듯이 황당하고 기막힌 시나리오가 항상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유권자는 정치드라마에 몰입해 있다가 자신의 삶과 관계없이 표를 던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디어가 만든 실체 없는 호감에 표를 던지는 것입니다. 가난해도 부자의 편에 선 정당을 지지합니다. 언론이 포장하는 대로 정치가 포장되고 여론이 좌우됩니다. 유권자가 자신의 삶과 관계없는 투표를 하는 것은 언론의 책임이기도 하지만 정당의 책임이기도 합니다.

가난한 계층을 대변해야 할 정당도 부자를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자를 대변하는 정당임에도 가난한 계층을 옹호하는 것처럼 부르짖습니다. 정당의 이념은 다르지만 이념이 정책으로 구체화 될 때는 다 짬뽕이 되어버립니다. 이념을 추구하는 정치가 아니라 권력을 추구하는 정치의 한계인 것 같습니다. 이제 좀 선명한 정치를 했으면 합니다. 어느 계층을 대변할 것인지 선명한 정책을 내걸었으면 합니다.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을 신명나게 지지하는 유권자들에 의해 권력이 좌우됐으면 좋겠습니다.

도대체 속을 알 수 없이 포장된 선거판에서 고양신문은 무엇을 어떻게 보도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TV나 주요 언론처럼 여론을 뒤흔들 수도 없고, 주역이 될 만한 화제의 인물도 마땅치 않습니다. 지역신문, 작은 신문, 고양신문만이 할 수 있는 선거보도는 무엇일까.

고양신문은 우선 후보와 유권자가 서로 깊이 들여다보고, 후보는 유권자를 선택하고 유권자는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후보자 초청 토론회입니다. 결과는 참혹합니다. 고양갑(덕양갑) 선거구는 새누리당 손범규 후보가 일찌감치 불참을 선언해 토론회 준비도 못했고, 고양을(덕양을)과 고양병(일산동구)은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와 새누리당 백성운 후보가 끝내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 토론회를 진행했습니다. 고양정(일산서구)만 유일하게 여야 후보가 나란히 토론을 진행했습니다.

100만 도시 고양의 유일한 지역신문이라면서 여당 후보 하나 토론회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고양신문의 영향력에 일단 흠집이 생겼고, 후보자들에게도 비판의 화살이 꽂혔습니다.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하는 후보가 토론회를 거부하는 것은 일단 속 좁은 판단입니다. 미우나 고우나 토론회장으로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은 고양신문의 힘이고, 작든 크든 대화의 자리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후보자의 기본 자질입니다. 고양신문은 힘이 약했고 후보자는 자질이 모자랐습니다.

이번 호 고양신문은 4·13 총선 특집호로 발행합니다. 고양신문 주최의 토론회가 특집호의 메인 뉴스입니다. 몇몇 후보의 불참에도 불구하고 토론회를 강행하고 보도하는 것은 새로운 선거문화를 위한 디딤돌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호감이 아니라 이념과 정책에 표를 거는 후보자와 유권자를 응원하기 위해서입니다. 토론하는 선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후보의 자유지만, 그 후보들만 의식해서 토론하는 선거를 포기하면 고양의 선거문화는 성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고양신문의 선택을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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