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는 새 선거구획정에 따른 변화가 크지 않았다. 일산2동이 고양시정(일산서구)에서 고양시병(일산동구)으로, 식사동이 고양시병에서 고양시갑(덕양갑)으로 이동하는 데 그친 채 20대 총선을 치렀다. 선거구획정으로 인한 후보들의 부담이 비교적 적었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는 각 후보가 어느 동에서 선전을 했고 고전을 했는지 39개 동별 1, 2위 후보 간 표차를 살펴봤다.

* 관외투표 집계는 제외됐음을 밝힙니다.

 

 

고양갑, 심상정 신·구도시 표심 품어

19대 총선 당시 심상정 당선자는 텃밭이었던 화정1, 2동을 비롯해 성사1, 2동에서만 앞섰을 뿐 고양·흥도·원신동 등 외곽지역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4년 후인 이번 총선에서 관산동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아 압도적인 표차로 승리를 거뒀다. 선거기간 “어르신들에게 ‘나는 보수지만 심상정은 좋아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말하던 심상정 당선자의 자신감이 결과로 드러난 셈이다.

정의당 심상정 당선자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 흥도동과 원신동이라는 든든한 지지기반을 새롭게 얻었다. 두 지역 모두 보금자리 주택이 들어서면서 30, 40대 젊은 서민층이 대거 입주한 곳이다. 심 당선자는 이곳에서 손범규 후보에게 7000표 이상 앞서며 큰 우위를 보였다. 흥도·원신동의 압승이 예상된 결과였다면 고양동과 식사동에서의 승리는 다소 이변으로 평가된다. 특히 식사동의 경우 앞선 몇 차례 선거에서 보수성향의 표심을 보인데다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새롭게 편입된 지역이어서 심상정 당선자에게는 불리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이는 심상정 당선자가 ‘진보정치인’의 편견을 깨고 진보와 보수 양측의 지지를 골고루 받는 중앙정치인으로 거듭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고양을, 정재호 3개 동만 이기고도 당선

지역구 재선의원의 저력은 만만치 않았다. 새누리당 김태원 후보는 행신동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재호 당선자에게 앞섰다. 능곡동, 행주동에서는 각각 700표차 이상 앞섰다. 가장 큰 장점으로 평가되던 성실함과 주민친화력, 조직력이 외곽지역과 구도심의 표심에 그대로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러한 현역의원의 저력도 결국에는 개혁과 변화를 바라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이겨내지는 못했다. 특히 야당성향인 행신동 아파트주민들의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했다. 정재호 당선자는 행신1, 2, 3동에서 압도적인 표차를 기록하며 타 지역에서의 상대적 열세를 이겨냈다. 숨 막혔던 승부의 결과는 정재호 후보의 900여 표차 신승. 고양시 4개 선거구 중 최소득표차다.

정재호 당선자는 불과 지난해 당내경선구도에 뛰어들 때까지만 해도 낮은 인지도 탓에 그다지 부각되지는 못했다. 하지만 결선투표까지 거치며 극적인 경선승리를 거둔 후 1여3야의 불리한 본선구도마저 이겨내고 국회의원까지 당선되는 한 편의 드라마를 연출했다. 청와대비서관 시절 자신이 모셨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과정을 연상케한다.

 

고양병, 유은혜 고른 표심으로 재선성공

더불어민주당 유은혜 당선자는 19대 총선에서 아깝게 놓쳤던 마두1동을 포함해 11개 동 가운데 9개 동 표심을 거둬들이면서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다. 지역 표밭이 견고한 백성운 후보와 박빙의 경쟁을 펼칠 거란 예상을 비껴난 결과였다.

고양병은 선거구획정에 따라 식사동을 고양갑에 내주고 일산2동을 받으면서 유은혜 당선자에게 다소 유리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19대 총선 당시 내걸었던 식사동관련 민원해결 공약을 성실히 이행했다고 유은혜 캠프는 자부했지만 주민들의 판단은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식사동은 다소 부담이 따르는 지역이었다.
반면, 일산2동은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당선자의 조직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서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투표결과 유 당선자는 백성운 후보를 509표차로 따돌리고 일산2동을 품안에 안았다.

하지만 장항1동과 고봉동에선 19대에 이어 이번 총선에서도 선택받지 못했다. 그나마 이들 두 동의 선거인수가 다른 동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는 게 유 당선자에겐 다행이었다.

 

고양정, 김현미 8개 동 싹쓸이

고양시 4개 선거구에서 유일하게 ‘싹쓸이 완승’한 주인공이 김현미 당선자다. 19대 총선에서 유일한 열세지역이었던 송포동에서 조차 승리함으로써 8개동 모두 승리했다. 

같은 지역구에서 동일한 상대였던 김영선 후보를 맞아 19대 총선에서 6423표 차이로 이기더니 이번 20대 총선에서는 표 차이를 1만6989표차로 벌렸다. 18대 총선에서는 김영선 후보를 상대로 일산서구 9개동 모두(일산 2동 포함) 패했던 것을 감안할 때, ‘반새누리 정서’를 고려하더라도 김현미 후보가 지난 8년간 지역구 관리를 얼마나 탄탄히 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김 당선자는 고양시정 선거구 8개동 중 인구수가 가장 많은 일산3동과 탄현동에서 각각 3857표, 3574표차로 승리했다. 이 2개동의 표차(7431표)가 전체 표차(1만6989표)의 44%에 해당한다. 선거바람에 따라 움직이는 부동층이 많고 화이트칼라가 밀집한 주엽1·2동뿐만 아니라 보수성향이 강한 송산·송포 지역에서의 선전도 이번 김 당선자의 승리에 한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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