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 정기연주회 선보인 한가람 남성합창단

한가람 남성합창단의 김정호 지휘자, 신관섭 단장, 서동관 단원(왼쪽부터).

11일 오후 고양아람누리 아람음악당 뒤뜰. 누군가는 깔끔히 갖춰 입은 무대의상을 매만지고, 누군가는 공연장을 찾아오고 있는 지인과 통화를 하고, 누군가는 무대에서 자신이 부를 파트를 반복해서 연습했다. 한 시간 후 열릴 정기연주회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고 있는 한가람 남성합창단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설레임이 함께 머물렀다.

단원들을 모아놓고 최종적으로 체크포인트를 짚어주고 있는 김정호 지휘자.

잠시 후 지휘자가 자리를 잡자 단원들이 모여들어 대열을 맞춘다. 김정호 지휘자는 전체적인 연주 순서를 되새겨주며 순서와 동선을 최종 점검한다. 지휘자의 체크포인트에 집중하는 단원들의 눈빛은 더없이 진지하지만, 주고받는 소통의 목소리엔 유쾌함과 자신감이 배어있다.

"노래는 뱃심으로 부르는거죠!" 넉넉한 덩치를 자랑하는 단원들끼리 한 컷.

그리움·사랑·평화를 꿈꾸는 감동의 무대 선보여
한가람 남성합창단의 제7회 정기연주회의 테마는 ‘연·애·화(戀·愛·和)’다. 그리워하고, 사랑하고, 평화를 꿈꾸자는 얘기다. “봄은 참 아름다운 계절이지만, 한국의 현대사에서 가장 치열한 역사적 사건들이 몰려있는 계절이기도 하죠. 4.19와 5.18, 몇해전 전국을 노란 물결로 물들였던 누군가의 죽음, 그리고 최근에는 세월호 사건까지 말입니다. 이런 과정들을 살아오면서 갈등과 대립으로 인한 상처가 우리들의 집단기억속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그리움과 사랑의 회복이 필요하고, 성찰을 통해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 평화를 꿈꿔보자는 의도로 공연의 주제를 잡았습니다.” 합창단 신관섭 단장의 설명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공연 시작을 기다리며 리플릿을 펼쳐보았다. 그리움의 날개, 사랑의 가슴, 그리고 평화의 나뭇잎을 든 남자가 환하게 웃고 있는 표지가 인상적이다. 무대에 오르는 서른 명이 넘는 단원들 한 사람 한 사람이 각자 몇 줄씩 인사말을 적어 넣은 것도 특별했다. 김양원 단원은 “전... 절대 제비가 아닙니다...”라는 멘트를 남겨 까닭이 궁금했는데, 공연을 보며 궁금증이 풀렸다. 70년대 가요 ‘제비처럼’을 편곡한 무대에서 김양원 단원이 솔로를 부른 것이다. 연습 내내 ‘제비’라는 별명으로 불렸을 게 그려진다. 연주의 구성과 레파토리는 다채로웠다. 우리의 기억 한 켠에서 끌어올린 그리운 노래들로 첫 무대를 채웠고, 두 번째 무대에서는 누군가를 향한, 좀 더 구체적으로는 연로해가는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늦은 사랑고백이 이어졌다. 그리고 희망과 평화를 꿈꾸는 노래가 이어지며 관객들과 함께 한 초여름밤의 노래 여행이 마무리되었다.

축하의 꽃다발을 주고 받으며 공연의 여운을 음미하고 있다.
 
공연 준비를 위해 애를 많이 쓴 이성국 총무가 가족과 지인들과 함께 축하를 나누고 있다.

지역과의 연대를 향한 지속적인 관심
한가람 남성합창단은 2008년 활동을 시작했다. 노래를 좋아하는 몇몇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자연발생적으로 모임을 시작해 규모와 역량을 성장시켜왔다. 무엇보다도 복지단체를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등 노래를 통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일에 꾸준히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해 고양의 여러 합창단이 함께 모여 개최한 세월호 1주년 추모음악회도 한가람 남성합창단이 중심이 되어 진행된 행사다. 고양평화포럼 초청연주 무대에도 여러 차례 올랐고, 지난 해 임진각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8주년 기념식 무대에도 초청되었다. 신관섭 단장은 지역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합창이라는 것이 다양한 목소리들이 어울려 하모니를 이루는 것 아닙니까. 거친 목소리는 다듬고, 움츠러든 목소리는 키워주는 합창의 정신이 우리 사회의 평화를 만들고자 하는 태도와 닿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마추어정신과 프로페셔널의 조화
한가람 남성합창단의 단원은 모두 100여 명에 이른다. 휴면 단원을 빼고 35명이 이번 발표회 무대에 섰다. 단원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자영업자와 회사원이 어울리고, 항공사 기장과 택시기사가 목소리를 맞춘다. 반드시 노래를 잘 해야 하는 건 아니다. 각자가 가진 개성과 열정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관섭 단장은 “아마추어가 만들어내는 감동은 프로의 세계와는 또 다른 무엇”이라고 말한다. 친근함, 순수함과 함께 혼신의 힘을 다하는 열정과 에너지를 함께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렇지만 지휘자는 최고의 실력파로 선임하기 위해 당당히 공모한다. 김정호 지휘자 역시 지난 해 9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통해 선임되었다. 그는 고양시립합창단의 수석단원이이기도 하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공모 절차 거쳐 고양의 실력 있는 지휘자를 모셨다는 자부심이 크다. 아마와 프로의 벽을 넘나들며 노래가 만들어내는 가능성의 저변을 조용히 넓혀가고 있다.

관계의 공동체를 만드는 소프트파워
합창단을 하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뭘까. “단원들이 주로 40, 50대예요. 한창 경제적으로 활발히 뛸 나이인데 사회적 여건이 점점 힘들어지잖아요. 단원들 스스로가 노래를 통해 긴장을 해소하고 재충전하며 스스로 행복감을 회복합니다. 그런 후에 비로소 그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되는 거지요.” 신관섭 단장은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도시속의 공동체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백만이 넘는 거대도시가 된 고양시. 무엇을 통해 각자의 마음들을 엮어낼 수 있을까? 그는 이렇게 말한다. “단순히 한 지역에 산다는 것만으로 공동체성을 갖기가 불가능해진 현대사회에서, 같은 지향과 취미를 공유하는 작은 모임, 그리고 그런 모임들끼리의 네트워크야말로 새로운 공동체의 모델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합창도 아주 유용하고 의미 있는 소프트파워 중 하나지요.” 

한가람 합창단원들의 연습 시간에는 항상 열정과 즐거움이 가득하다.

세상과 이웃을 향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가람 남성합창단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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