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잃은 고양시 뉴타운 행정

 
현재 뉴타운사업은 과거 광풍이 불 때와 달리 장기추진이 어렵거나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다. 심지어는 뉴타운사업에 대해 ‘정부조차 실패를 인정한 사업’이라는 평도 있다. 경기도 뉴타운사업의 현황을 보면 5개 시, 8개 지구에 총 40개 사업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고양시의 8개 구역을 비롯해 남양주시 14개, 광명시 11개, 김포시 4개, 구리시 3개 구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 당초 2006~2008년경 경기도에서 12개 시, 23개 지구, 213개 구역에서 뉴타운사업이 진행된 것에 비하면 뉴타운사업은 현저히 힘을 잃은 셈이다. 뉴타운의 사업성이 예전만 못하고 이에 따라 주민들이 지불해야 할 경제적 비용도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 자체가 혼란을 겪고 있다. 전국적으로 대부분의 시·도가 사업을 포기하거나 해제하며 새로운 뉴타운과 다른 방식의 도시재생 전략을 수립해나가고 있다.

시가 손 놓고 있는 뉴타운
현재 고양시의 뉴타운 추진현황을 보면 전체 20개 구역 중 조합이 승인된 구역은 8개 구역이다. 주민동의 75%를 얻어 조합 승인 후 뉴타운사업을 추진하는 8개 구역 중 5개 구역은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상태다. 시공사를 선정한 5개 중에서 시로부터 사업승인을 받은 곳은 원당1구역과 원당4구역으로 2개 구역이다. 현재 원당1구역은 감정평가 전 단계, 원당4구역은 감정평가 후 관리처분 전 단계로 경기도 모든 구역 중에서도 가장 사업이 많이 진행된 구역이다. 현재 고양시에서 뉴타운사업을 추진하는 8개 구역 외에 4개 구역이 향후 촉진구역으로 예정되어 있다. 고양시의 나머지 8개 구역은 일몰제 혹은 주민반대에 의해 구역해제결정이 내려졌다.

고양시 3개 지구(원당·능곡·일산)에서 2만6163세대(가구당 4인 기준으로 환산하면 약 10만 명 이상)이 뉴타운사업의 성패에 따라 삶의 질이 좌우된다. 재산상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사업을 끌고 가겠다는 조합 측과 사업을 반대하는 대책위 측이 모든 구역에서 첨예하게 갈등하고 있다. 주민의 갈등이 불신의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고양시는 뉴타운사업에 대해 커져가는 불확실성을 제어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서류 검토 후 겉으로 드러난 승인 요건만 갖추면 뉴타운 사업을 진행시키는 쪽으로 일을 해왔다. 약 10만 명의 주민이 뉴타운사업에 묶여있고 사업 성패에 따라 도시의 주거공간이 크게 변함에도 불구하고 고양시는 아무런 개입 없이 거의 손을 놓고 있는 셈이다. 이는 지난달 22일 열린 고양시의회 임시회에서 “이미 존재하고 다양한 법을 초월하게 됐을 경우, 이루 말할 수 없는 여러 가지 감사들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 때문에, 그리고 어떻든 주민투표라든가 합의적 구조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뉴타운에 대해 직권취소를 했을 경우 오히려 새로운 분란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고충이 있다”라는 최성 시장의 시정답변에서 잘 드러나고 있다.

 

대법원, 능곡2구역 촉진지구 무효로    
뉴타운사업에 대한 관리가 고양시의 행정력 밖에 있고, 이 때문에 고양시가 결국 큰 손실을 입게 될 가능성을 열어놓은 사례가 능곡2구역이다.   

올해 9월 고양시 능곡2구역의 노후도 조작에 따른 구역취소 소송이 5년간의 공방 끝에 대법원에서 원고 승소로 확정됐다. 대법원은 2010년 2월 실시했던 능곡2구역에 대한 뉴타운사업의 요건인 불량건축물 선정방법이 위법하다고 판결한 것이다. 이러함에도 고양시는 능곡2구역에 대해 2010년 7월 촉진구역으로 결정해버렸다. 6년이 지나 대법원이 내린 판결내용이 요지는 ‘시가 관련 전문가에 의한 신뢰성 있는 조사를 통해 노후·불량 건축물을 산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2010년 재정비촉진계획 결정 당시 법령에 따른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의 수가 40% 이상이라는 점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해 위법한 촉진구역 결정’이라는 것. 윤용석 시의원은 “당시 능곡2구역의 노후·불량 건축물을 산정할 때 광범위한 조사대상을 전문성 없는 자가 1개월 여간의 조사만으로는 진행했다”며 “조사과정에서 조사시기와 사진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다수 존재하는 등 자료조작까지 이뤄지는 불법적 조사로는 구역지정은 무효라는 것이 대법원의 판결”이라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 이전에 2012년 2심 판결에서도 동일한 판결이 이미 내려졌었다. 이에 고양시는 지난해에 능곡2지구에 대해 촉진지구 재지정고시를 했다. 고양시 측에 따르면 개정된 도시정비법에 따라 고등법원 판결 시의 지적사항을 해소하기 위해 건축구조기술사 등 관련 전문가를 통한 노후·불량 건축물에 대한 조사를 실시해 노후·불량 건축물 수가 63.6%로 확인되어 2015년 5월에 능곡2지구에 대해 촉진지구 재지정고시를 했다는 것이다. 개정된 도시정비법이란 ‘기존에 철거가 불가피한 건축물 40% 이상’이라는 노후도 조건에서 ‘노후화로 인한 구조적 결함 건축물 40% 이상’이라는 보다 완화된 노후도 조건으로 바뀐 것을 말한다. 시 도시재생과 담당자는 “촉진지구 재지정고시에 대해 논란이 있을 것을 우려해 저희 부서가 변호사 자문을 받은 결과 사업을 계속할 수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양시가 개정된 법에 따라 능곡2구역이 노후도 조건을 갖췄다고 보고 촉진지구 재지정을 했기에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상고했으나 대법원에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법원의 이러한 판결에도 불구하고 조합 측은 능곡2지구에 대한 뉴타운사업을 계속 진행하고 있고 시는 이를 묵인하고 있다. 대법원 판결 이전인 조합은 지난 3월 이미 조합설립인가를 시로부터 받았고 지난 6월에는 시공사를 GS건설·SK 건설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대법원이 판결내리기까지 5년 동안 사업은 상당부분 진행되어 쉽게 돌일킬 수도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능곡2구역 뉴타운 비대위 측은 “만약 능곡2구역의 뉴타운 사업 실패로 매몰비용이 발생했을 때 고양시가 상당부분 이에 대해 부담을 져야하고 매몰비용 액수에 대해 조합측과 갈등에 놓였을 때 역시 시는 소송 부담을 지게 된다”고 말했다.

사업성평가·주민경제실태 조사 필요 
뉴타운사업 실패는 해당 주민에게도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시 재정에도 엄청난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도 뉴타운사업에 대한 ‘시의 개입’이 필요하다.
 
고양시에 따르면 조합 추진위나 조합이 결정된 이후 뉴타운사업을 포기했을 때 나타나는 매몰비용에 대한 부담은 추진위 혹은 조합 측이 30%, 경기도가 35%, 해당 지자체가 35% 지게 된다.  
 
고양시에서 현재까지 매몰비용을 요구한 최초의 사례는 원당 상업구역이다. 원당 상업구역의 조합 측은 78억원의 매몰비용 보조금을 고양시에 신청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이를 부풀렸다고 보고 자체적으로 매몰비용심사위원회를 꾸려 매몰비용으로 4억5000만원 정도를 검증했다고 밝혔다. 매몰비용을 놓고 조합 측과 시의 갈등은 심화될 전망이다.

고양시에 따르면 부천시의 매몰비용 신청은 29개 구역에서 약 668억원을 신청했다. 구역 취소에 따른 매몰비용 부담과 관련해서 부천시 26개 구역의 직권해제 지역에서 약 10여 건의 조합과 시공자, 채권자 간에 대여금 반환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뉴타운과 관련한 매몰비용과 기반시설 조성 비용 등을 위한 고양시의 재정비촉진 특별회계 예산규모는 9억7000만원, 도시·주거환경정비기금 31억원 등 현재 총 40억7000만원이 적립돼 있다. 이 규모로는 뉴타운과 여러 가지 주거환경정비사업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다.

뉴타운사업 실패 전에 주민과 시 재정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고양시가 지금의 현실에 비춰 주민들이 뉴타운 사업을 다시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윤용석 시의원은 뉴타운의 사업성에 대한 조사와 주민경제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현시점에서 뉴타운사업이 진행되는 전 구역에 사업성평가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주민에게 문서로 알리고, 설명회를 개최해 개발주체인 주민들이 사업을 선택할 기회를 다시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또한 “주민들이 가진 현재의 부채는 물론 향후 뉴타운 사업진행에 따른 막대한 부담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를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모든 구역에 대한 조사도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원당6구역에 대해 올해 하반기에 주민부채를 포함한 실태조사용역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원당6구역 주민들의 종전·종후자산 분석을 통한 개인별 추정분담금 공개 등 주민 스스로 사업의 찬ㆍ반을 결정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해 구역해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을 밝혔다. 또한 고양시는 원당8구역과 능곡3구역 등 아직 사업시기가 도래하지 않은 정비예정구역의 경우도 해당지역에 대한 주민경제실태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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