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민건동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

진통 끝에 7일 개관식 갖고 출범
애정 어린 비판 겸허히 수용할 터
지역사회 활동가와 손잡고 함께 갈 것

 

▲ 민건동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은 1996년부터 고양시에 살고 있고, “아내와 함께 호수공원을 산책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라고 말했다.

“내려갈 때 보았네 / 올라갈 때 보지 못한 / 그 꽃”(고은 시인의 시 ‘그 꽃’)
민건동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장은 평소 마음에 새기는 삶의 격언이 있냐는 마지막 질문에 고은 시인의 열다섯 글자 시로 답을 했다. 모든 것을 다 보면서 안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지만, 뒤돌아보면 ‘그 꽃’처럼 삶의 많은 부분을 놓치며 살고 있는 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4개월이 4년처럼 느껴질 정도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제가 자치공동체지원사업의 완성자가 아니라 400m 육상 계주의 첫 번째 주자로 나섰을 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하려고 합니다.”

민 센터장은 고양 지역 내에서 활동하며 밀착형 풀뿌리 자치역량을 키워온 단체를 실질적으로 배제하는 공모기준과 외부기관을 포함했던 사업자 선정과정에 대한 지역사회의 거센 반발을 실감하고 있었다.

컨소시엄을 꾸려 공모에 참여하여 심사과정을 거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고, 지역 사회에서 자치활동을 통해 경험과 역량을 쌓아온 사람들이 당연히 인정받고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앞으로 지역에서 헌신해온 많은 활동가들과 함께 손잡고 힘을 모아 센터를 운영해가겠다”라고 밝히는 이유다.

 

 

▲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가 지난 7일 개관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전문적인 자치컨설팅과 자치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주민주도 자치공동체 실현의 돛을 올렸다.

 

“고양시에서 5~6년의 오랜 논의 끝에 탄생한 기구이니만큼 센터가 초기 출범을 잘 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해서 2년 후 다음 사업자에게 성공적으로 이관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채용은 모두 공개모집으로 진행했다. 지역에서 제기되고 있는 여러 가지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첫 걸음이기 때문이다. 고양 지역에서 신뢰받는 8명의 면접위원들이 참여해 투명하고 공정한 선발 과정을 통해 총 42명이 응시생 중 6명을 최종 선발했다. 이들과 함께 센터의 가치를 공유하면서 호흡을 맞추고 내부 역량을 높이며 업무를 준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사회와 융화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것이 올해의 과제다.

2017년에는 지금까지 고양시에서 진행되어왔던 자치, 공동체 관련 사업들을 차분히 살펴보며 잘 해온 부분은 더욱 확장하고, 부족한 부분은 개선하면서 전체적인 사업 리모델링 작업을 통해 센터가 주민과 마을을 위한 자치공동체 촉진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이를 기반으로 2018년에는 조금 더 세련된 형태로 사업을 숙성시켜내겠다는 것이 그의 복안이다.

“오랜 시간동안 이 분야에서 일을 해오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 자치·공동체 사업에 대한 조사나 평가지표가 전무하다는 것이었어요. 대외적으로 전국의 어디에나 떳떳하게 내놓을 수 있는 ‘고양형 공동체 사업 평가지표’를 개발하고 실제 적용해보고 싶습니다. 고양시에서 자치와 공동체 사업이 실행되기 전과 후가 실질적으로 이렇게 달라졌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내용으로요.”

 

▲ 개관식 현장에서 만난 민 센터장은 “힘든 과정을 거쳐 긴 여정의 첫발을 뗀 만큼 이제는 지역사회의 모든 분들께 한걸음 더 먼저 다가서겠다”며 웃었다.
민 센터장은 자치와 공동체에 관련된 예산이 너무 작기 때문에 일부 소수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것이 평가지표 개발과 적용이 부진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제대로 된 대단위의 사업으로 확장되기 위해서는 평가지표가 반드시 필요하고, 사업의 진행과 평가에 반영되어 실제 가시화 된다면 자연스레 일반 시민들의 참여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대외적으로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과정과 목표도 못지않게 중요하단다. 고양시의 시민사회 활동가, 주민자치 활동가, 공동체 활동가들이 자치공동체지원센터의 컨설턴트나 코디네이터 혹은 강사진으로서 양질의 교육을 펼치며 지역사회에서 리더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센터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돕겠다는 것.

그는 “일하면서 가장 보람 있던 때가 개인의 관심사로부터 출발했던 일반 시민들이 하나씩하나씩 마을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가는 과정을 통해 그 관심이 지역으로 확장될 때였다”며  “이렇게 활동가와 시민들이 마을의제를 발굴하고 함께 마을을 만들어간다면 우리의 일은 충분히 지속가능하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민 센터장은 우리 사회도, 특히나 고양시 정도의 시민 의식 수준이라면 센터의 2기 사업이 시작되는 2019년 이후에는 시민자산과 사회적 자본을 통해 자치공동체사업이 운영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와 희망을 갖는다.

“시민들의 자발적 기부와 마을기금 등을 통해 형성된 사회적 자본으로 관의 도움을 받지 않고 마음껏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자치공동체 활동을 펼쳐가는 모습, 상상만 해도 신나지 않나요?”

지난 7일 개관식을 갖고 이제 막 긴 여정을 향한 첫 발을 뗀 그는 “센터에 대해 애정을 가지고 비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언제든 어디든 열린 마음으로 찾아가고 만나서 이야기 듣겠다”고 했다. 이러한 의지와 힘의 원천은 그의 SNS 프로필 문구 속에 숨어 있었다. ‘인생의 저 언덕 넘으면 어차피 헤어질 것을.’


민건동 고양시 자치공동체지원센터 센터장 프로필

Facilitation&Debate&NLP 전문가
마을&공동체&사회적경제&도시재생 활동가
사단법인 마을 이사
사단법인 고양마을 이사
한국마을지원센터연합 이사
서울시 마을공동체지원센터 강사
서울시 도시재생/주거환경 자문위원
스스로넷-청소년미디디어센터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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