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선생님, 그런데 헬리콥터 검사는 하셨나요?”

바쁜 진료 시간, 내시경을 끝낸 후 환자들에게 설명을 할 때가 되면 종종 내가 듣게 되는 질문이다. 물론 이 질문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라는 위 안에 살고 있는 균에 대하여 물어보는 질문이다. 처음에는 이 질문이 참 어색했지만, 환자들이 무려 아홉 글자나 되는 균의 학명을 정확히 외우고 있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수도 있는지라 지금은 굳이 정정하지 않고 살갑게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000씨, 헬리콥터 균 검사는 위궤양이나 위암이 있지 않으면 굳이 할 필요가 없는 검사입니다.” 
“000씨는 내시경 결과가 나쁘지 않아 따로 균 검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환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선다. 하루에도 수차례 반복되는 익숙한 광경이다. 이러한 설명은 현재의 보험급여기준에 따른 일반적인 설명이다. 하지만 정말로 ‘헬리코박터’라는 균은 환자들에게 그냥 두어도 아무렇지 않은 무해한 균일까? 결론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가능하다면 제거하는 것이 좋겠다.’ 라는 것이다.  

마시는 요구르트 광고로 더 유명해진 위 안에서 살고 있는 세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발견 된지도 벌써 15년이 지났다. 워렌과 마셜박사에 의해 이 세균은 세상에 알려졌지만 발견 초기부터 지금까지 여러 가지 논란을 부른 세균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치료 과정에서의 항생제 사용에 대한 위험성이나 천식 증상의 악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헬리코박터균 치료는 다양한 반대 의견을 갖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한국인과 일본인에게서 헬리코박터균 발견률이 전 세계 기준으로 최 상위권에 속해 있고 위암 발병률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에서는 한국과 달리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되면 항생제를 사용해 이를 제거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는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하면 위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고 위궤양 등 다양한 소화기 질환에 대한 예방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것이다. 

한국에서는 심한 위염인 위궤양 혹은 위암 등의 병변이 환자에게서 발견되었을 때만 치료를 추천하고 있는데, 실제 임상 진료 중에서는 이보다 훨씬 다양한 경우에서 헬리코박터균 치료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더군다나 한국의 위암 발병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고 소화기 질환 환자의 수가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환자 본인에게 헬리코박터균이 있는지에 대한 확인과 이에 따른 치료는 선택이라기보다 차라리 필수요건이라 보는 것이 맞겠다.

때문에 소화기내과 분과전문의로서 필자는 다양한 환자들에게 가능하면 현재의 보험기준보다 더 넓은 치료 필요성을 설명할 때가 많다. 물론 이에 대한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균을 제거 하는 데는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의 약물 치료면 충분하다. 물론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다. 하지만 100세 인생 시대에서 일생에 한 번 이 정도 투자는 나 자신을 위해 부릴 수 있는 작지만 꼭 필요한 사치가 아닐까. 

▲ 김일규 일산복음병원 내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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