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 화제 - 긴꼬리닭을 아시나요?

이희훈씨 40년동안 순수혈통 복원
고양1호 천연기념물 지정 기대

조류인플루엔자(AI)의 습격으로 닭들이 수난을 겪고 있는 요즘, 재래종 토종닭의 위풍당당한 품격과 멋을 자랑하는 닭이 고양시에서 자라고 있어 화제다. 일산동구 풍동농장의 긴꼬리닭이 그 주인공. 토종 수탉 특유의 붉은 벼슬과 윤기나는 적갈색 털색깔도 아름답지만,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꼬리 길이가 자그마치 1m에 이른다는 점이다. 우연히 발견된 돌연변이가 아니다. 40여 년 가까이 전문적인 육종 과정을 거치며 유전 형질이 고정된, 국내에서 유일무이한 품종이다. 풍동농장이 보유하고 있는 긴꼬리닭은 적갈색계와 황갈색계를 합쳐 250수에 달한다.   

풍동농장에서 자라는 긴꼬리닭은 위풍당당한 풍채와 아름다운 꼬리를 자랑하는 순수혈통의 재래종 닭이다. 사진은 적갈색계 수탉의 모습.

상고시대부터 기른 한민족의 가금

육계나 산란계로 밀집 사육되는 닭의 모습에 익숙한 현대인에게는 낯선 이름이지만, 사실 긴꼬리닭은 상고시태부터 길러진 한국의 고유 특산종이다. 중국의 역사서인 후한서 동이열전에는 ‘마한에 꼬리가 긴 닭이 있는데 꼬리 길이가 5척이나 된다’는 기록이 나오고, 삼국지 위서동이전이나 조선후기의 서유구가 쓴 임원십육지에서도 긴꼬리닭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있다. 가까운 기록으로는 일제강점기 초기에 일본학자가 남긴 기록에 ‘조선의 재래닭 가운데 꼬리깃의 발육이 양호하여 땅에 끌리는 것을 장미계(長尾鷄)라고 부른다’는 내용이 남아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민화와 세시풍속 등이 긴꼬리닭이 상고시대부터 구한말까지 우리 민족의 토종 가축으로 존재해왔던 사실을 증명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일제강점기와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서양 품종의 닭 보급과 함께 긴꼬리닭은 말 그대로 '꼬리'를 감추었다.

역사에서 자취를 감춘 긴꼬리닭을 원형 그대로 복원해낸 이는 '월간 현대양계'의 발행인이기도 한 풍동농장의 이희훈 대표다. 젊은 시절 기자로 활동했던 그는 점차 사라져가는 재래종 닭의 품종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1978년부터 산간오지를 돌며 토종닭을 모아 꼬리가 긴 개체를 선별 육종하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수탉의 꼬리 길이가 매 년 1m까지 자라고 빠졌다가 이듬해 다시 길게 자라는 긴꼬리닭의 혈통 복원에 성공했다. 한편으로는 엄밀한 가계도를 작성하고, 단 한 마리의 닭이나 종란도 외부로 분양하지 않는 완벽한 관리로 순수 혈통을 철저히 지켜냈다.

40여 년 육종 통해 고유종 완벽 복원

긴꼬리닭 황갈색계 수탉.  
긴꼬리닭의 품종적 가치는 이미 객관적인 검증과 인증을 받았다. 국립축산과학원이 실시한 엄정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한국 고유의 재래종이라는 것이 명백히 확인되었다. 일본의 긴꼬리닭과의 유전적 관련성에 관한 의심도 떨쳐버렸다.  그 결과 풍동농장 긴꼬리닭은 FAO(세계식량농업기구)와 DAD-IS(가축유전자원정보시스템)에 ‘Ginkkoridak(긴꼬리닭)'이라는 이름으로 당당히 등재되었다. 긴꼬리닭의 복원에 40여 년의 세월을 바친 이희훈씨는 "풍동농장의 긴꼬리닭의 혈통을 지켜내지 못하면 수천년간 명맥을 이어 온 우리 곁의 아름답고 품격 있는 고유종 하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희훈씨는 긴꼬리닭의 안정적인 보존을 위해 지난 해 문화재청에 긴꼬리닭의 천연기념물 등재를 신청했다. 심의 결과 긴꼬리닭의 유전적 고유성과 역사 문화적 가치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문화를 상징할 수 있는 축양동물로 인정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가지정 천연기념물의 지정은 개인이 아닌 공공기관이 소유하도록 내부 방침이 변경된 까닭에 아쉽게도 천연기념물 지정이 미뤄졌다.

이희훈씨는 행정기관과의 연계 여건을 보완해 천연기념물 등재를 다시 신청할 계획이다.
“천연기념물 등재를 위한 생물학적, 문화적 여건은 이미 완벽히 갖췄습니다. 문제는 어떤 지자체나 기관과 파트너십을 맺을 것인가인데, 이왕이면 풍동 긴꼬리닭들의 고향인 고양시가 함께 나서줬으면 합니다.”

고양시와 함께 천연기념물 등재 작업 요망 

한편 한민족의 긴꼬리닭과 신화속의 새 봉황과의 관계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한 역사연구가 지양미씨는 긴꼬리닭에 대한 문화적 가치를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은 용을 천자의 상징으로 사용한 반면, 새 토템문화인 한민족은 봉황을 이상적 정치지도자인 성인(聖人)의 표상으로 활용했습니다. 특히 봉황의 외모는 상상이 아닌 실제 존재했던 동물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크구요."
그는 봉황을 형상화한 선조들의 유물에 나타난 모습을 분석해보면 바로 꼬리가 긴 재래종 닭, 다시 말해 이희훈씨가 복원한 긴꼬리닭이 봉황의 모티프가 됐을 것이라고 확신에 찬 어조로 얘기를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개인이나 지자체 등이 종자를 보유하고 있는 천연기념물은 모두 7종이다. 지자체로는 제주특별자치도가 관리하는 제주 흑돼지, 제주 흑우, 제주 말과 진도군의 진돗개가 있고, 연구기관이 관리하는 종으로는 경주의 동경이라는 개가 있다. 개인이 종자를 관리하는 천연기념물로는 대구의 삽살개와 충남 연산의 오골계가 있는데 모두 개인에게 천연기념물 지정을 허용하던 시절에 지정된 종들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와 강원도 지역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유종이 한 종도 없다. 만약 이희훈씨와 고양시가 함께 손을 잡고 '고양 긴꼬리닭'을 천연기념물로 등재시키면 중부권 유일의 지자체 보유 천연기념물이 탄생하게 된다.

지양미씨는 '고양 긴꼬리닭'의 탄생이 단순히 재래종 보존의 의미뿐 아니라, 어마어마한 문화적 가치를 갖는다고 말하며 기대감을 표했다.
"고양시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고양 긴꼬리닭’이라는 공식 명칭으로 천연기념물이 된다면 우리 민족의 독보적 문화 상징인 봉황과 생물학적 실체인 긴꼬리닭을 연계해 파생 콘텐츠를 만들며 성장시킬 여지가 충분합니다. 정유년 닭의 해를 맞는 2017년에 시도해볼만한, 흥미롭고 창의적인 문화적 도전이 되지 않을까요?"

역사연구가 지양미씨는 "한민족을 상징하는 봉황은 실제로 존재했던 긴꼬리닭을 의미한다는 것을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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