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 개정보다 선거법 개정이 중요

▲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가권력 추락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모색해 보는 토론회가 고양신문 주관으로 지난 16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렸다.

<제53회 고양포럼 신년토론회> - '당신은 어떤 국가에서 살고 싶습니까?'

헌법 개정보다 선거법 개정이 중요
지역주의·다수당 횡포 막게 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 해법으로 제시
차기정부 ‘100일’ 개혁 성패 좌우

[고양신문] “박근혜 대통령이 감옥에 간다고 여러분들 생활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지 않을 겁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고, 제도개혁은 차기정부 집권 초기 6개월 안에, 짧게는 100일 안에 처리돼야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논의는 지금부터 활발히 이뤄져야 합니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진단과 해결책으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제도개혁을 강조했다. 개혁에 대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선거법 개정을 필두로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등을 통한 정치개혁을 1순위에 뒀다. 선거방식은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제안했다. 정치참여의 문턱을 낮출 수 있고 진보정당이 제도권 내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거제도라는 이유에서다.

2017년 신년회를 겸한 제53회 고양포럼은 국정농단 사태 이후 국가권력 추락에 대한 진단과 대안을 모색해 보는 토론회로 진행됐다.

지난 16일 일산동구청에서 열린 토론회는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와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최창의 박근혜퇴진고양운동본부 공동대표, 강경민 고양평화누리 상임대표, 김범수 연세대 교수,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토론회를 주관한 고양신문사의 이영아 발행인이 좌장으로 나섰다.

토론에 앞서 이영아 발행인은 “이번 사태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선 참여하는 시민, 지역주민, 학자, 전문가가 모여 자유롭게 토론하는 과정이 동반돼야 한다”며 “이 자리는 우리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토론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2시간 넘게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는 “민주시민의 덕목은 나 혼자 잘 사는 것이 아닌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이라며 “학교와 가정, 또는 교회공동체 같은 곳에서 ‘괴물’을 양성하는 교육이 아닌 ‘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구체적인 제도개혁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수차례 ‘독일식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를 강조했다. 김 교수는 “헌법 개정보다 중요한 것이 선거법 개정이며 그 핵심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라고 말했다. 다수당의 횡포와 지역주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것이 정치개혁의 과제라는 전제하에, 소수정당의 다양한 정치참여가 제도적으로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선거법 개정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적폐청산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지금 준비하지 못하면 때를 놓치게 된다”며 “시민들이 지역 국회의원들을 압박해 그 뜻을 중앙으로 모아야 현실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상구 대표도 개혁 시기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경제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추진했던 ‘100일 개혁안’을 예로 들며 “혁신적인 개혁은 다음 정부 임기 초기에 진행되지 않으면 불가능하며 그에 대한 논의가 지금부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정교과서, 영유아법, 기초연금법 등 지금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은 곧바로 진행해야 하며, ‘박근혜표’ 정책은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창의 박근혜퇴진고양운동본부 공동대표는 김동춘 교수가 강조한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또다시 강조했다. 최 대표는 “새누리당의 반대와 여당 내부의 갈등이 예상되지만 이런 선거제도 개혁안을 국민들이 적극 요구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정치개혁은 요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범수 연세대 교수는 “우리나라의 정치시스템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시민들의 정당 참여”라며 “참여하지 않고 정당을 욕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정치참여가 우선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토론 이후 방청객들도 적극적인 의견개진과 질문을 쏟아냈다. 이영아 고양신문 발행인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오늘 토론회는 정치, 교육, 지방자치, 복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으로 알차게 진행된 것 같다”며 “모두에게 기회가 균등한 나라, 제도적 장치를 갖춘 나라를 새로 건설하는 것은 오직 시민의 힘만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도 개혁 없이 깨끗한 정치 바라는 것은 오산
개혁 드라이브 지금이 적기인데, 정치권 손 놓고 있어
전국 거의 모든 지역에서 개혁 위한 정책토론회 벌여야

일산동구청에서 지난 16일 고양포럼 신년 토론회가 진행됐다. 주제는 국가권력의 추락에 대한 진단과 대안모색이었다. 토론자 6인의 제안을 정리했다.


▲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
<한국 사회학계의 거장인 박영신 연세대 명예교수>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는 민주시민의 소양 갖춰야

대한민국의 첫 지도자는 국민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려 했지만 결국 독재자가 됐다. 이후 군사정권 때 국민들은 국가에 순종하기 시작했다. ‘당신들을 배부르게 해주겠다’는 말에 국민은 동의했고 국가는 국민들로부터 민주주의를 뺏어갔다. 국민들은 국가를 ‘우리를 배부르게 해주는 도구’ 정도로 생각했다. 몇 사람이 희생되더라도 눈감았다. ‘다수가 배부르니까, 다수가 좋은 것이 민주주의 아닌가’라고 생각하며.
하지만 그것은 틀렸다. 국가는 참여의 공간이어야 한다. 국가가 절대자여서는 안 된다. 국가에 도전하고 저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참여해야 한다. ‘주권’을 가진 시민, 깨어있는 시민이 곧 민주주의다.

우리 스스로 개·돼지로 살아오지 않았나
시민의 덕목은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그런 공감이 참여 민주주의의 핵심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시대의 인간관은 짐승과도 같다. 자기 혼자 배부르면 그만인 세상이다. 생각해 보라. 혹시 우리가 개·돼지처럼 살아오지 않았나. 민주시민에겐 공감과 함께 비판의 능력도 필요하다. 그래야 짐승이 아닌 인간인 것이다. 내가 조금 배고프더라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것, 함께 어깨동무하고, 함께 눈물 흘리는 것이 시민의 능력이다.

‘시민’ 아닌 ‘괴물’ 양성하는 교육 바꿔야
제대로 된 시민이 되려면 공감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과 공동체가 필요한데 사방을 둘러봐도 그런 곳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교육이다. 학부모들이 18세에 참정권을 주는 선거법 개정을 반대한다고 들었다. 공부하기도 바쁜데 고민할 거리를 주지 말자는 것인데, 이런 꽉 막힌 교육제도에서 일류대에 가서 성공하는 아이들이 과연 이웃의 아픔에 공감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어렵겠지만 가정에서부터 시민을 길러내야 한다. 나와 내 아이들이 개·돼지와는 다른 존재가 돼야 한다. 나 자신을 먼저 바꿔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을 어떻게 키우고 있나 생각해보자. 시민으로 키우고 있는지, 아니면 일류대학에 보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고 있는지.

 

▲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 성공회대 NGO대학원장인 김동춘 교수>
독일식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선거법 개정해야

이번 게이트는 일본군 장교의 딸 박근혜, 일본순사의 딸 최순실, 지역주의 좌장 김기춘, 출세주의의 전형 우병우, 세습재벌 이재용이 함께 모여 국민자산을 탈취한 사건이다.
이들 대부분의 공통점은 세습권력자들이란 것이다. 우리나라가 이른바 헬조선이 된 이유는 세습권력에 있다. 깨어있는 시민이 있었다면 이번 사태를 애초에 막았을지도 모른다. 형식적 민주주의가 가지는 한계가 드러났다. 국민이 준 권력으로 왕족처럼 살 수도 있다는 것을 박근혜가 보여줬다. 우리가 아는 민주주의는 절차일 뿐 그 절차가 곧 민주주의일 수는 없다.
나는 이번 정국이 1987년 6월 항쟁보다 더 중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의 모든 적폐가 들춰지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만만치 않다. 탄핵을 주도했던 ‘촛불 세력’과 ‘대선주자 세력’들이 긴장감 속에서 마주하고 있다. 종편들은 촛불 세력보다는 대선주자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문제의 본질을 희석시키려 한다. 대선주자들에 대한 시시콜콜한 얘기로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그리고 반기문이 왔다. 개인적으로 ‘이승만이 또 왔나’ 이런 생각을 했다.

적폐청산 위한 제도적 장치 만들어야
좋은 지도자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게이트를 가져온 원인을 어떻게 청산할지에 대한 논의가 더 중요하다. 이번에 검찰과 경찰, 재벌들을 개혁하는 방안이 논의되지 않고서는 어떤 지도자가 당선 돼도 관료들을 통제하기 어렵다. 선거연령 하향조정, 부당재산 몰수, 잘못된 정책 폐기 등 이런 것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큰 기대를 갖기 힘들다. 적폐청산을 위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그에 대한 제도적 장치를 지금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전국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정책토론회를 벌여야 한다. 지역 국회의원들을 압박해 그것이 중앙으로 모여야 한다.
이번 촛불집회에서 한 청년은 “박근혜가 감옥 간다고 내 생활이 나아지지는 않는다”며 이번 사태의 핵심을 꼬집었다. 본질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이런 발언을 했던 청년들이 트럼프 같은 파시즘을 지지할 수도 있다.

헌법보다 선거법 개정이 더 중요
제도적으로 시민 한사람 한사람의 목소리를 정치인에게 전달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선행돼야 한다. 헌법보다 선거법 개정이 더 중요하다. 관료검찰의 독점을 해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정치인들의 25%가 법조인들이다. 이런 나라도 없다. 정치권력이 너무 편향적이다. 진보정당이 제도권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런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아직 반쪽 국가다. 대의민주주의를 제대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정치권력에 의해 움직이지 못하도록 검사장도 직접 선출해야 한다. 정치인에 대한 소환법도 만들어야 한다

집권 100일 안에 정치개혁 해치워야
지금은 대선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기다. 집권 초기 6개월, 짧게는 100일 안에 이런 정치개혁들을 해치우지 못하면 앞으로도 개혁은 힘들 것이다. 개혁조치를 마구 밀어붙여야 한다. 장기적으로 시민정치를 활성화하고 지역에서 독점화된 거대정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 무지개빛 다양한 정치 스펙트럼을 보여줘야 한다. 이번 정국을 개혁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 강경민 고양평화누리 상임대표

 <평화·통일운동에 앞장서온 강경민 고양평화누리 상임대표>
적폐청산 위해 정권교체 필수, 지방분권형 개헌 고민해야

광화문 촛불은 위대했다. 모든 시민들이 비폭력 시민운동을 펼쳤고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 냈다. 광화문 촛불로 인해 정권교체가 완성된다면 세계사적 유산이 될 것이다.
촛불혁명의 정신으로 친일세력의 기득권을 청산해야 한다. 개발독재세력을 완벽히 제압해야 한다. 소위 태극기 세력의 집회를 보고 있으면 기득권세력이 얼마나 뿌리 깊게 우리 안에 파고들었는지 알 수 있다. 적폐청산은 정권교체 없이는 안 된다. 실패한 보수정권이 주장하는 개헌의 내용은 의원내각제다. 그들에게 주도권을 내줘서는 안 된다. 한국사회의 주류 세력인 보수집단은 관료와 재벌과 언론과 종교 세력을 등에 업고 견고한 정치권력을 형성하고 있다. 결단코 만만한 세력이 아니다.
야권 지도자들은 적폐청산을 위한 로드맵으로 지방분권형 개헌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도권 집중 문제를 극복할 수 있고 지역패권주의 문제가 근원적으로 해결되고 다가올 통일시대에 북한 지역의 독립적 지방정부 준비를 미리 연습할 수 있다.


▲ 최창의 박근혜퇴진고양운동본부 공동대표
<고양지역에서 촛불탄핵 운동에 앞장선 최창의 박근혜퇴진고양운동본부 공동대표>
적폐청산 과정 지켜보고 안 되면 다시 저항해야

국회에서 탄핵안이 통과될 때 끝이 아니고 시작이란 얘기를 많이 했다. 광화문 촛불을 통해 우리사회가 변한 것이 무엇인가. 안타깝지만 정치권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정치권이 양두구육(羊頭狗肉, 겉은 훌륭해 보이나 속은 그렇지 못한) 행세를 하고 있다.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도 바꾸지 않고 있다.
한 가지 예로 친일독재 역사교과서는 당연히 폐기돼야 마땅하지만 정부가 끝내 밀어붙이고 있다. 정치권이 막을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 매우 심각한 문제다. 박근혜가 해왔던 일을 지금도 보란 듯이 추진하고 있다. 정치집단이 또다시 이합집산하며 국민들을 허탈감에 빠지게 내버려둬선 안 된다. 적폐가 청산되는 과정을 지켜보고 제대로 되지 않으면 다시 저항해야 한다. 지금 대선정국에 빨려들어 갈 것이 아니라, 적폐청산을 위한 끊임없는 토론을 해야 한다.
김동춘 교수가 앞서 얘기했듯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가 중요하다. 새누리당이 반대하겠지만, 또한 민주당 내부에서도 갈등이 있겠지만 이런 선거제도 개혁안을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요구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은 멀리 있지 않다. 직장과 마을과 소모임과 가정에서 나온다.


▲ 김범수 연세대 사회과학데이터혁신연구센터 교수
<고양시 시의원을 지낸 정치학자인 김범수 연세대 교수>
시민들의 정치참여 없이 정치개혁 어려워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의제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는 ‘정치시스템’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정당 활동을 안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하지만 대의제가 정착된 선진국 시민들은 당비를 내고 적극적으로 정당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스페인의 ‘포데모스’라는 정당이다. 이 정당은 대규모 광장시위가 만들어낸 정당이다. 광장의 시민들이 정책을 만들어 내는 정당을 세웠다. 우리의 정치시스템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 정당에 대한 참여도다. 정당을 욕할 뿐, 참여하지는 않는다. 참여와 공존이 중요하다.
비례대표제를 강화하자고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국민들이 이해했으면 한다. 그것은 권력의 공유다. 촛불 세력이 친박 세력과도 함께 살아가는 것이 비례대표제다. 독일은 진보와 보수가 대연정을 한다. 그것이 비례대표제다.
국가공동체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규칙을 만드는 것이고, 그 안에는 시민들의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정치는 정치인들이 알아서 하게 놔두고 그것이 마음에 안 들면 무너뜨리고, 무너진 공백을 또 다른 기득권자가 다시 가져가는 역사가 반복될 수도 있다. 권력을 무너뜨리는 것은 쉽지만 좋은 국가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참여하느냐, 또는 밖에 있느냐의 문제다. 많은 시민들이 정당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정치개혁을 논하기 힘들다.

▲ 이상구 복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참여정부 청와대 복지담당 행정관을 지낸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취임 100일 안에 개혁 성공시켜야

박근혜 퇴진과 정권교체로 광화문의 숙원이 달성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근본원인은 국가시스템의 문제다. 현재 대한민국 상황은 매우 어렵다.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대북, 안보, 경제가 모두 심각한 상황이다. 총체적 개혁이 필요한 때인데 그것을 단숨에 처리해야 한다.
경제대공황 당시 루즈벨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추진했던 ‘100일 계획’ 같은 어마어마한 정책들이 필요한 때다. 대기업에 대한 증세 등 당시 상상도 못할 혁명적인 정책들이 진행됐다. 중요한 사실은 정책의 절반 이상이 취임 100일만에 진행됐다는 것이다. 다음 정권이 돌파력을 얻으려면 지금 준비해야 한다. 치울 수 있는 것을 취임 후 2~3개월 내에 치우도록 해야 한다.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지금이 개혁 드라이브를 걸기 유리한 환경이다. 국정교과서 문제 해결, 영유아법(누리과정), 기초연금법 개정 등은 당장 가능하다. 국민에겐 우선 ‘작은 승리’를 잇달아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선 전에 각 상임위별로 박근혜표 정책을 폐기해야 하고 우수 정책들을 추진해야 한다.
촛불집회의 수많은 시민들도 위대하지만 지역에 있는 100명의 유권자 또한 중요하다. 각 지역의 유권자들은 지역 국회의원에게 명확한 메지시를 전달하고 성과를 요구해야 한다. 시민들이 정치권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제53회 고양포럼. 한 시민이 토론자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정권교체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곤란
토론회에 참석한 6명의 발제와 제안이 끝나고 질의응답이 진행됐다. 강경민 상임대표는 “부패한 권력의 청산 없이, 즉 정권교체 없이 유럽식 권력공유가 가능하냐”며 김동춘 교수와 김범수 교수에게 물었다.

이에 김동춘 교수는 “정권교체는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것은 정거장일 뿐 목적지는 아니다”라며 “독일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은 지금부터 충분한 여론을 만들면 2월 국회에서 논의를 할 수 있고, 입법적 사안들은 정권교체 이후에 이어서 하면 된다. 단 정권교체 자체가 목표가 되는 것은 곤란하다”고 답했다.

김범수 교수는 “룰을 제대로 만들면 부정부패가 존재할 수 없다. 하지만 상대를 거세하려 할 때, 상대는 죽지 않기 위해 대응할 것이기 때문에 룰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며 “그 과정에서 미국식 다수제 민주주의보다는 독일식 합의제 민주주의의 가치를 더 의미 있게 설명 드린 것”이라고 말했다.

제도 선행되면 사회 분위기 바뀔 것 
토론자들 간 질의응답이 끝나고 방청객 질문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우리 교육 현실에서 18세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3년 정도의 준비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김동춘 교수는 “현재와 같은 교육여건에선 3년이 지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모든 준비가 끝나고 제도를 시행하기보단 제도가 선행돼야 할 때도 있는데 그것이 투표권 하향조정”이라고 답했다. 또한 “독일식 비례대표제가 시행되면 시민사회 자체가 변할 것이고 다양한 정치적 의제들을 통해 교육문제, 대학구조 개편 등 활발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토론자들.

독일식 정당명부제로 선거법 개정해야
또 다른 시민은 “적폐청산의 핵심은 선출직 공무원에 대한 견제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김동춘 교수는 역시나 독일식 정당명부제 비례대표제를 강조했다. 그는 “국회의원의 특권은 완화돼야 하지만 숫자는 늘려야 한다”며 “지역구에선 부자들만이 선출되는데, 다양한 계급이 국회에 가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회의원 중 농민은 1명, 노동자는 2~3명에 불과하고 법조계가 25%를 차지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정당의 문턱이 높기 때문에 다양한 직업과 계층이 국회의원이 되지 못한다. 정당의 문턱을 낮추는 법개정이 필요하다. 부자가 아닌 보통 사람들도 국회의원에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단순히 ‘깨끗한 사람이 정치인이 돼야 한다’는 원론적인 주장만으론 해결 못한다. 이 같은 시스템 안에서는 또 문제가 발생한다”며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중심으로 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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