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 빛 시 론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탈원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저항

[고양신문] 탈원전은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대세다.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내세운 탈원전·탈석탄 공약을 속도감 있게 실천하고 있다. 지난 6월 19일 부산에서 열린 ‘고리 1호기 퇴역 기념’ 행사에서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를 포함해 신규원전 건설계획의 전면 백지화, 원전 설계수명 연장 금지, 월성 1호기의 가급적 조기폐쇄를 강조했다. 또한 40년 후 원전 제로국가 체제를 갖춘다는 탈원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24일 9명으로 구성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10월 21일까지 3개월간 설문조사와 공청회를 통해 공론화 작업을 벌이고, 폐쇄에 대한 최종결정은 시민배심원단을 구성해 내릴 예정이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의 탈핵공약 이행을 반대하는 성명이 1차로 지난 6월 1일 에너지 전공교수 230명과, 2차로 7월 5일 417명의 교수들에 의해 발표됐다. 이들은 비전문가이면서 향후 책임질 수 없는 소수의 배심원단들이 3개월간의 논의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를 결정하는 건 ‘제왕적 결정’이라고 비판하면서 국회에서 충분히 공론화를 거쳐 장기적인 전력정책을 수립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원전은 가장 값싼 에너지이며, 기후변화시대에 적절한 에너지이고, 어떠한 지진에도 안전하다고 강조했고, 중국과 러시아는 지금도 원전산업에 투자하고 있으며, 원전이 아니면 전기요금이 급격히 인상되고 수출경쟁력까지 떨어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보수 일간지들은 탈핵을 주장해온 인사들과 운동가들을 공격하고 매도하는 글과 사설을 연일 보도하고 있다.


전문가, 그들은 항상 옳은가

원자력발전소 관련 토론회에 참여하면 원전담당자들은 항상 자신들만이 아는 전문용어를 사용하며, 원전 문제에 관한한 비전문가들은 무지하니 전문가에 맡겨야 한다고 말하곤 한다. 이번 2차례의 교수들의 봉기문(?)에도 역시 그 망할 놈의 ‘전문가주의’는 반복되고 있다.

사실 어느 영역이든 전문가들의 정보와 지식은 그 자체가 자신들의 밥그릇이었다. 정보와 지식이 널리 공유되면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는 약화되기 때문에 전문가 집단은 지식과 정보를 내부 폐쇄회로를 통해 유통하고 공유하려는 경향을 갖는다. 이렇게 정보의 독점을 통해 일반인 위에 군림해 지식을 권력화하려고 한다. 그러나 이제 인터넷의 발달로 수많은 전문적 정보를 광범위하게 공유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과학철학자 화이트헤드(Whitehead)는 이름하여 현대의 ‘전문가’는 ‘자신의 전공분야만을 좁고 깊게 탐구하고 인접 분야에 대해 전혀 무지한 상태라 상당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전문화는 일정한 틀에 박힌 정신을 낳게 할 뿐이며 자유분방한 창조적 상상력을 약화시킨다’고 말한다.

근대기계론적 세계관에 근거한 전공학과를 통해 배출되는 오늘날 대학의 전문가들은 ‘부분 전문가’들이다. 이들에게 종합적인 영역을 두루 고려해 결정하는 ‘통합적인 지혜’를 기대할 수 없다. 그런데 이 부분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부분성을 망각하고 보편성과 통합성을 갖는다고 주장하며 진실과 진리의 총체인 양 행세하거나, 지적권력을 남용할 때 재앙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원전 마피아’들이 해야 할 일

이번에 2차례에 걸쳐 발표한 전문가들은 원자력공학과 교수들이 주축이 된 일반 공학자들이다. 인문주의적 통찰보다는 기계적인 전문성만을 중시하는 기술자들이다. 이들에게 미래세대 문제나 보편적 민주주의적 공론형성 등에 대한 식견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들은 마치 자신들이 모든 진리를 배타적으로 소유한 것처럼 행동한다.

이들은 자기 대학출신 선후배들로 구성된 원전사업자로부터 막대한 용역비를 지원받고, 논리를 개발하고, 원전업계를 홍보해주며, 중앙일간지에 엄청난 광고비를 제공하며 언론을 친원전화하며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는 ‘원전 마피아’라고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왔다.

우리나라에 원전은 24개 있다. 세계 4위의 원전대국이자 밀집도에 관한한 세계 1위의 국가다.
최근 경주 지진에서 보듯이 우리나라는 지진 안전국가가 아니다. 또한 한두  개도 위험한데 10개나 밀집해 짓는 다수호기가 인구 400만이 넘는 대도시 부산에 있다는 것은 심각하다.

이미 탈원전, 탈핵은 거스를 수 없는 국제적 대세다. 원전의 한계수명은 30년이다. 30년이 넘으면 수명연장을 하게 되는데 후쿠시마 폭발은 이 한계수명을 연장하자마자 발생한 사고다. 30년간의 전력사용을 위해 수만 년 동안 후손들에게 방사능의 위험을 안기는 것은 현대인류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또한 1기당 폐쇄비용이 6000억원에서 2조5000억원 정도까지 지출되어야 함에도 이것을 계산에 넣지 않고 기당 2조~3조원ㄴ 되는 건설비용만 따져 값싼 에너지라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됐다.

원전전문가와 건설사업체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은 60년간 인류가 만들어 놓은 괴물 같은 핵발전소를 어떻게 안전하게 폐쇄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그 기술을 개발해 국제적으로 수출하고, 새로운 신재생에너지를 효율화하고 확대할 기술을 개발하는 일이다. 그래서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사회를 어떻게 만들것인지가 그들이 인류에게 공헌할 길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