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사람들> 정재도 고양실업고등학교 교장

정재도 교장과 아내 최은영 교사. 정재도 교장은 천막학교 교사로 만난 부모님들처럼 2003년 학교에 부임한 최은영 교사를 만나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고양신문] “컬링이 국민들에게 행복을 선사한 것처럼 고양실업고엔 솥뚜껑컬링이 힘을 줄 겁니다.”

성석동 황룡산자락이 듬직한 울타리가 되는 고양실업고. 정재도(46세) 교장이 청년 같은 열정과 패기로 마음을 쏟고 있는 학년인증 2년제 고등학교다.

학교가 산자락에 있어서 겨울에 눈이 오면 산 그림자로 인해 운동장 한쪽 귀퉁이는 자연스럽게 얼음판이 형성된다. 정 교장과 교사들은 최근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모아 이곳 얼음판을 이용한 재미있는 일을 생각해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대 히트작이라 할 수 있는 컬링 경기를 소재로 학교 홍보영상을 만들자는 것이다.

“평소 안경을 안 쓰는 교사도 검은 뿔테 안경을 착용하고 안경선배역을 맡았다”는 정 교장은 “솥뚜껑에 실을 매 앞에서 끌고 두 명의 교사는 옆에서 긴 수세미 청소 솔로 얼음판을 닦는 자세를 취하며 영상을 촬영했다”며 즐거워 했다.

인터넷에서는 이들 교사들이 찍은 ‘고양실업고 가~자 파이팅’이란 ‘솥뚜껑컬링’이 컬링국가대표만큼이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동영상은 학교 홈페이지 외에 네이버에서도 ‘솥뚜껑컬링’으로 검색해 감상할 수 있다.

고양실업고가 이처럼 홍보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배움의 기회를 놓친 이들에게 보다 많이 학교가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올 초 37회 졸업생을 배출한 고양실업고는 꿈을 향해 재도전하는 청소년, 잠시 배움을 쉬었던 성인, 일과 배움을 병행하는 직장인(야간반)들을 위한 2년 6학기 학력인정 고등학교다.

졸업 후에는 대학 진학도 가능하다. 고양실업고 입학자격은 정규 중학교 졸업 또는 중학교 졸업과 동등한 자격의 검정고시에 합격하면 누구나 입학할 수 있다.

고양실업고는 정재도 교장의 선친인 고 정종득 교장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설립했다. 작고한 그의 부모는 천막학교 교사로 만나 결혼 후에도 가난한 이들을 위한 교육 봉사를 함께 했다. 정 교장도 2003년 학교에 부임한 지금의 아내(최은영 교사)와 부부의 인연을 맺었다.

상담과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최은영 교사와 정재도 교장은 “부친께서 돌아가신 후 어려운 시기를 맞았는데 반드시 학교를 다시 일으켜 세우겠다는 다짐을 하며 ‘솔바위 장학재단’을 만들고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족과 교사들의 응원 덕분”이라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고양실업고는 학교 입구부터 계단과 벽면에 ▲힘차게 날아올라라 ▲밤하늘 별처럼 우리의 내일도 반짝반짝 등 희망과 응원을 노래하는 그림과 메시지가 곳곳에 있다. 또한 이곳만의 특색사업인 바리스타, 제과제빵 등 다양한 무료 방과 후 학교는 취미를 넘어 1인 1기 자격증 취득 지원도 해준다.

다문화가족에게도 고등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고양실업고의 정재도 교장은 “뜻을 함께 하는 교사들과 배움이 즐거움이 되는 학교에서 학생들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정성과 노력을 기울이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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