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의 무대 만든 빛소리친구들·고양장애인럭비팀

고양시 장애 예술·체육인 손잡고
“장애의 벽 넘어 공존 세상 꿈꿔”

 

평창패럴림픽 개막식에서 세계를 감동시킨 공연을 선보인 주인공들. ㈔빛소리 친구들 최영묵 대표(사진 왼쪽)와 고양시장애인휠체어럭비팀 조웅영 단장, 가운데는 조 단장의 아내 이진숙씨.
 

[고양신문]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고양시청 소속 쇼트트랙 남매 김아랑·곽윤기 선수가 뛰어난 실력과 매력을 발산하며 전국구 스타로 등극한데 이어, 지난 18일 막을 내린 평창동계패럴림픽에서도 고양시 장애인 예술인과 체육인들이 세계를 감동시킨 무대를 연출했다. 주인공은 장애인 무용단 빛소리 친구들 단원들과 고양시장애인휠체어럭비팀 선수들이다.

고양시를 무대로 각각 공연과 체육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들은 지난 9일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개최된 동계패럴림픽 개막식에 한 팀을 이뤄 출연했다. 개회 선언 직전 메인 공연으로 펼쳐진 작품 ‘공존’에서 빛소리 무용단원 6명과 고양시휠체어럭비팀 선수 24명은 280여 명의 보조무용단을 대동한 무대 중앙에서 열정적인 몸짓과 일사불란한 행렬을 보여주며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과 세계 각국에서 찾아온 선수단의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다.
 

평창패럴림픽 개막식 메인공연으로 펼쳐진 무용작품 '공존'. <사진제공=빛소리친구들>

 
이들이 펼친 공연은 평창패럴림픽 개막식 테마인 ‘열정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Passion moves us)’를 온몸으로 증명한 무대였다. 6명의 무용수들은 예술적으로 승화된 몸짓을, 24명 휠체어럭비선수들은 완벽한 군무를 선보이며 ‘너와 내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 장애와 비장애의 구별을 넘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는 공존의 세계를 완성한다’는 작품 주제를 멋지게 표현했다.     

장애인 문화복지사업을 펼치고 있는 ㈔빛소리 친구들 최영묵 대표는 개막공연 연출자에게 섭외를 받고 함께 출연할 이들을 고민하다 지역에서 인연을 맺어 온 고양시휠체어럭비팀을 떠올렸다.
“한쪽에서는 특수체육과 학생들을 섭외한 무대를 제안했지만, 중증장애를 안은 이들이 스스로를 넘어서는 몸짓을 보여줘야 패럴림픽의 진정한 의미를 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해 고양시휠체어럭비팀과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최 대표의 말처럼 고양시휠체어럭비팀은 경추손상으로 전신장애를 겪는 중증장애인들이다. 하지만 휠체어럭비라는 가장 격렬한 운동을 선택해 스스로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관리하고 있는 작은 영웅들이다. 럭비팀 조웅영(56세)단장 역시 94년 사고를 당해 손과 발이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조 단장은 평창패럴림픽 개막공연을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과연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 걱정됐죠. 예술적 움직임을 표현해야 하는 무용공연은 운동과는 다른 장르니까요. 하지만 연습이 시작되자 다들 한번 해 보자는 투지를 발휘했죠. 럭비팀 특유의 단결력을 서로가 믿었던 거죠.”

파이팅 넘치는 출발이었지만 일정도 여건도 빠듯해 작품을 완성하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2월 초 고양시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첫 연습을 시작한 후 평창 스타디움과 똑같이 설계된 킨텍스 전시홀로 연습장소를 옮겨 안무와 동선을 맞췄다. 장시간 활동이 버거운 이들도 불편한 손에 연신 테이핑을 해 가며 동작을 반복해 익혔고, 일부 선수는 화장실 가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소변팩을 차고 연습에 임하기도 했다.  

개막을 일주일 앞둔 지난 3일부터는 평창에서 합숙을 하며 공연을 준비했는데, 큰 눈이 세 차례나 내려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연습장에서부터 300여m 떨어진 식당까지 이동할 수 없어 동행한 스태프와 가족들이 도시락을 나르느라 고생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무용단과 럭비팀, 그리고 가족과 스태프가 ‘원 팀’, ‘팀 고양’이 되어 성공적으로 공연을 완성했다.

개막공연 참가단의 모든 일정은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센터장 이석산)에서 주관했다. 이석산 센터장은 “첫 소집부터 개막식 참가를 마무리할 때까지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했다”면서 고양시의 지원과 스태프들의 헌신에 고마움을 표했다. 고양시재활스포츠센터에서는 센터에서 활동하는 장애인들과 함께 ‘꿈의 버스’를 타고 평창으로 달려가 패럴림픽의 감동을 함께 나누기도 했다.

개막공연에서 선보인 ‘공존’은 빛소리 친구들이 2016년 12월 고양아람누리에서 고양시민들에게 먼저 선보였던 작품이다. 장애를 품은 이들이 인간의 숭고한 의지를 펼치는 세계인의 축제에서 최고의 무대를 만들어낸 최영묵 대표는 “삶의 조건이 가장 열악한 이들이 열정과 창의력을 가지고 만든 무대를 고양시민들이 기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시장애인휠체어럭비팀의 경기모습. <사진제공=고양시장애인휠체어럭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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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럴림픽 개막공연의 감동, 일상에서 이어간다

빛소리 친구들 국제무용제 준비
휠체어 럭비팀도 경기도 대표로 활약 

 

빛소리친구들 무용단과 고양시휠체어럭비팀 선수들은 혼신의 열정으로 개막공연을 감동적으로 완성해냈다. <사진제공=빛소리친구들>

빛소리친구들 최영묵 대표와 고양시장애인휠체어럭비팀 조웅영 단장은 고양시 일산동구 호수마을의 오랜 이웃이다. 두 사람은 장애인 문화 복지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빛소리 친구들의 사진 강좌에서 인연을 맺었다. 장애인을 향한 최 대표의 진실한 마음과 큰 사고를 겪고도 세상을 긍정하려는 조 단장의 의지를 서로 알아본 두 사람은 이번 공연을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손을 잡고 감동적이고 창조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음을 온 세상에 보여줬다. 
 
빛소리 친구들 무용단원들과 고양시휠체어럭비팀 선수들은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개막공연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막이 오르기 직전까지 예측 못한 상황은 계속됐다. 당일 오후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본 공연을 초조하게 기다리는데 출연진 중 한 명이 컨디션 난조로 쓰러져 119에 실려 응급실로 이송되기도 했다. 돌발 변수가 생겼지만, 나머지 출연진이 당당하게 등장해 무대에 서지 못한 동료의 빈자리를 최선을 다해 메우며 공연에 몰입했다.  

공연이 절정에 다다르자 객석에서 탄성이 터졌고, 출연진들의 마음에 비로소 해냈다는 안도감이 밀려왔다. 최영묵 대표는 “하나의 팀이 되어 만들어낸 완벽한 공연”이었다며 “우리들 스스로는 금메달보다 더 큰 성취를 이뤘다며 서로를 축하했다”고 말했다.

감동은 출연진만의 것은 아니었다. 조 단장의 아내 이진숙(53세)씨는 “숨죽이며 공연을 지켜본 가족들의 감동이 더 컸을 것”이라며 잊지 못할 순간을 회고했다.
“공연이 마무리됐을 때는 너무 감격스러워 가족들이 모두 눈물을 흘렸어요. 출연자들이 공연을 마치고 환하게 웃으며 나오는데, 그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눈부신 광채가 빛나는 것 같았어요.”  

세계인의 축제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였지만 이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예전과 다름없는, 평범하지만 성실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빛소리 친구들은 매년 개최해 온 대한민국 국제장애인무용제를 올해도 준비한다. 8월에 서울 대학로에서 열릴 무용제에는 빛소리 친구들을 비롯해 7개 국의 장애인 무용단이 참가할 예정이다.

고양시장애인휠체어럭비팀 역시 일주일에 두 번씩 어김없이 모여 체력과 팀워크를 다진다. 경기도에 하나밖에 없는 장애인럭비팀이라 전국대회에 항상 도 대표로 출전한다. 지난해 처음 개최한 고양시장배 장애인럭비대회를 올해는 보다 규모 있게 치르려고 준비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애인 무용단 빛소리 친구들의 꾸미는 공연 무대. <사진제공=빛소리친구들>
운동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있는 고양시장애인휠체어럭비팀 선수들. <사진제공=고양시장애인휠체어럭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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