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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강한 더위, 소서(小暑)<우리 철들어볼까요> 절기이야기➉ 소서
  • 이명혜 전문기자
  • 승인 2018.07.06 19:24
  • 호수 1378
  • 댓글 2
뜨거운 여름 햇살을 받으며 통통하게 익어가고 있는 햇밀.

 

[고양신문] 7월 7일은 24절기 중 11번째 절기인 소서(小暑)다. 한자 뜻 그대로 작은 더위다. 장마전선의 북상으로 푹푹 찌는 날씨인데 ‘작은’ 더위란다. 태워버릴 듯한 불볕더위인 대서(大暑)가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 소서 무렵의 더위쯤이야 애교로 봐줘야 할 듯.

작은 더위라지만 이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무더위에 돌입한다. 사람 사이의 사랑도 너무 과하면 부담스럽듯 해님의 사랑도 소서, 대서 무렵에는 뭇 생명을 태워버릴 듯 부담스럽다. 어디서 먹장구름 한 조각 짜잔 나타나서 소나기라도 뿌려줬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게 된다.

해님 사랑으로 피어났던 꽃은 결실을 맺어 소서 무렵부터는 온갖 과일과 채소가 풍성해진다. 함지박만한 수박을 쩍 쪼개어 하모니카 불 듯 먹어도 즐겁고, 동그란 스푼으로 동글동글 떠내 화채를 만들어도 좋다. 가장 맛있게 먹는 법은 뭐니 뭐니 해도 여럿이 어울려 먹는 것이다.

6월에 추수한 햇밀로 수제비와 칼국수를 만들어 먹어도 일품이겠다. 애호박이 이즈음 가장 맛이 좋다 하니 애호박과 하지감자를 동글납작하게 반달썰기해 듬뿍 넣으면 맛과 건강을 모두 잡을 수 있다. 햇보리쌀로 보리밥을 지어 푸성귀 척척 얹어 비빔밥을 해먹어도 좋겠다. 밀과 보리 모두 몸의 열을 내려주는 효능이 있어 더위로 달궈진 몸을 식히기에 제격이다. 뜨끈한 음식으로 땀을 한바탕 흘려주는 이열치열의 방식도 좋다. 소서 무렵에는 민어가 제철이다. 민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이 달아서 차가워진 신체의 기운을 회복시켜 준다고 한다.

사실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다. 이제 여름 시작인데 ‘언제 여름 끝나나’하고 노래하기 보다는 건강하게 여름날 궁리를 하는 편이 빠르다. 여름을 여름답게, 겨울을 겨울답게 지내야 건강하다. 우리 몸이 오랜 세월 그렇게 진화해왔기 때문이다. 덥다고 에어컨 켜놓고 지내고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몸이 냉해져서 가을 문턱에 들어섰을 때 쉽게 감기에 걸리게 된다. 환절기 들어섰을 때 주변사람보다 가장 먼저 감기에 걸린다면 지난여름을 어떻게 지냈는지 한번 돌아볼 일이다.

소서 절후현상으로 초후에는 더운 바람이 불어오고, 중후에는 귀뚜라미가 벽에 기어다니고, 말후에는 매가 비로소 사나워진다고 하였다. 더운 바람은 북태평양의 영향을 받은 뜨겁고 습한 공기를 말한다. 장마전선과 태풍이 몰고 오는 후끈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이 딱 이때다. 며칠 전까지 태풍 쁘라삐룬의 영향으로 푹푹 찌는 무더위에 사람들의 불쾌지수가 고공행진을 했는데, 소서다운 날씨이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평상심을 잘 유지해야겠다.

중후에 귀뚜라미는 곰곰 생각해봐도 이해가 안 된다. 귀뚜라미는 처서 무렵 되어 나타나 가을을 알리는 곤충인데 소서 중후에 귀뚜라미라니. 그런데 들판이나 숲 언저리를 걷거나 시골집을 떠올리면 언뜻 짐작이 가는 것이 있기는 하다. 초가집을 머릿속에 그려보자. 흙과 나무로 지은, 지붕마저도 짚으로 이은 초가집. 습기 많은 이 계절에 초가집은 곤충의 천국이 아니었을까.

호수공원 자연학습원은 작년까지 초가지붕이었는데 굼벵이들이 어찌나 많은지 가을이 되면 굼벵이 똥으로 주변이 얼룩덜룩할 지경이었다. 굼벵이들이 바닥으로 툭툭 떨어지기 시작하면 접근이 어려울 정도였다(그 까닭에 지금은 초가지붕을 걷어냈다). 굼벵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지, 누워서 등으로 전진하는 굼벵이 녀석들을 볼 수 없게 되어 많이 아쉽다. 어쨌거나, 습한 이 계절에 각종 곤충들이 초가집 벽을 기어다니는 모습이 저절로 그려진다. 그래서 소만의 절후현상에 언급된 귀뚜라미는 곤충의 대표 주자로서 다뤄진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말후 현상으로 매가 사나워지는 이유는 뭘까. 매는 3월부터 5월 사이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6월경이면 부화하고, 한 달 정도 부모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으며 독립을 준비한다. 계산해보니 어미새가 한창 새끼를 먹이는 시기다. 사나워질 수밖에 없겠다. 옛 사람들은 어쩜 그렇게 주변 동식물을 유심히 관찰했는지 놀랍다.

소서가 지나면 더 더울 날만 남았다. 더위도 가지가지다. 무더위, 불볕더위, 땡볕더위, 가마솥더위, 찜통더위, 삼복더위. 더위 중에 최강은 무더위같다. 물과 더위가 합쳐진 무더위는 습도가 높아 말 그대로 푹푹 찐다. 불볕더위는 뜨겁기는 하지만 습도는 낮아 태양빛만 피하면 덜 더우니 그나마 양반이다.

올여름은 어찌 지낼지 슬슬 걱정된다. 더위랑 맞짱 뜨거나 피할 생각 말고 오감으로 즐겨봐야겠다. 옛 사람들은 더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겼다고 한다. 독서삼매경에 빠져 더위를 잊는 것은 ‘망서’라 했다.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고양시도서관으로 망서하러 가야겠다. 더위도 잊고, 지식도 늘리고, 가끔 졸면서 휴식도 하고, 딱이다. 그렇구나, 도서관은 최고의 피서지였는데 왜 늘 영화관으로 피서를 갔던 것일까. 옛날 사람처럼 창문에 대나무발이나 모시발을 치고 밖을 내다보며 시원한 기분을 느껴 봐도 좋고, 풍경 하나 달아놓고 은은히 울리는 풍경소리에 더위를 잊어도 좋겠다,

여름철 갈증해소에 좋다는 생맥산을 달여마시며 건강도 챙겨봐야겠다. 인삼, 오미자, 맥문동을 1:1:2로 넣고 달여 물처럼 마시면 기력이 샘솟는다고 한다. 오미자를 우려 마셔도 여름철 원기회복에 좋다. 달달한 오미자청을 희석한 오미자 음료는 여름철 마실거리로 강력추천한다. 지난해 여름 뙤약볕에서 생태조사 다니면서도 더위 먹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다 오미자 덕이었다. 건강에 좋은 차를 마시며 무언가에 집중해 이루면서 이번 여름 더위를 잊어보는 것은 어떨까. 독자 여러분, 더위 먹지 마시고 물 많이 드세요.

 

생태세밀화를 그리느라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마을학교 세밀화교실의 모습. 한가지에 집중해 더위를 잊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다.

 

이명혜 전문기자  mingh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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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봄날 2018-07-08 12:20:13

    오미자 청을 음료로 즐겨 마시기를 근 한 달 가량 마시고 있어요.너무 좋아요.계속 마시려고 그러는데...
    올 여름은 시원한 오미자 청, 음료로 거듭나는 여름이 될 것 같습니다.^^.   삭제

    • 봄날 2018-07-08 12:15:42

      아~~시적이며, 소설틱한 글~~~
      너무 마음에 듭니다.소박하고, 소담스러운 글~~~. 너무너무 좋아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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