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 뉴타운 주민 물리적 강압에 밀린 고양시의회 ‘뉴타운 조례 개정안’

뉴타운 조례 재개정과 관련해 상임위가 열렸던 지난달 14일, 조합 측의 압력에 시의원이 조례 수정과 관련해 각서까지 쓰는 촌극이 벌어졌다.

뉴타운 조례개정안 통과보다
탄탄한 근거마련이 더 중요 
주민 측 물리적 강압 자제필요


[고양신문] 이재준 시장의 뉴타운 사업 재검토 방침이 발표되면서 뉴타운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조합 측 사업자와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의 반발은 시위는 물론 물리적 강압과 문자폭탄 등 점점 강도 높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뉴타운 사업을 두고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능곡 지역의 조합 측 주민들은 뉴타운 조례 개정안(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조례 일부개정안)을 상정한 고양시 의회 의원들에게 문자폭탄을 날리는가 하면 발의 의원을 찾아가 강압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내용을 제외하는 각서를 쓰도록 종용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모 의원은 “핸드폰으로 받은 문자폭탄이 수천 건이 넘는 것 같다”며 “도저히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압력을 넣고 있어 폭력으로 느껴지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뉴타운 조례를 발의한 윤용석 의원은 조합 측 주민들이 찾아와 조례 내용 중 일부 내용을 제외시키겠다는 각서를 쓰라고 압력을 넣어 각서까지 쓴 상태다. 윤용석 의원 측은 “각서에 담긴 내용은 조합 측의 강압이 아니었어도 제외를 검토 중이었기 때문에 이후 조례 상정 작업에 큰 문제는 없을 것” 이라고 해명했지만 의회 내부의 절차를 거치지 않고 떠밀려 후퇴한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윤용석 의원이 발의한 조례 내용을 살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본다. 

더불어민주당 윤용석 의원이 처음 발의했던 조례개정안의 내용은 크게 3가지였다. 기존 토지등소유자 30% 이상이 요청할 경우 구역해제를 검토할 수 있도록 했던 조항에 “국공유지를 제외한 토지면적의 30%이상 소유자가 요청하는 경우”도 포함시켰으며 “비례율이 80% 미만일 경우에도 토지등소유자의 의견을 조사해 사업반대자가 과반수인 경우 해당 구역을 해제”할 수 있도록 하는 항목을 추가했다. 시장이 비례율 산정을 위한 사업성 검토와 의견조사 중 해당 정비사업의 사업 중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발의 이유에 대해 윤용석 의원은 “10년 전 뉴타운 사업이 추진될 당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며 제대로 된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75%의 주민동의만 가지고 진행됐던 측면이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사업성 등에 대한 검증절차를 제대로 해서 공정한 정보를 알려주고 다시 한번 주민판단에 맡기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개정내용과 시장님의 정책방향이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서 서로 소통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조례자체는 지난 시의회에서부터 개인적으로 준비해왔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해당 조례개정안은 지난달 14일 상임위인 건설교통위원회에 올라왔지만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뉴타운 사업 재검토에 반대하는 능곡·원당 조합 측 주민들이 시의회에 대거 방문해 강하게 반발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례발의자인 윤용석 의원은 조합 측 주민들의 반발에 못 이겨 “‘면적 30% 해제조항’을 개정안에서 제외하겠다”는 내용의 각서를 쓰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사진>. 

이에 대해 윤용석 의원은 “‘면적 30% 해제조항’은 이미 의원들과의 사전협의 과정에서 삭제하기로 합의됐던 내용”이라며 “주민반발 때문에 갑작스럽게 내린 결정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당시 상황이 험악했었고 자칫 물리적 충돌이 우려되는 상황이어서 부득이 각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 하지만 이번 각서파동이 자칫 시의회에 안 좋은 선례를 남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능곡 비대위 한 관계자는 “아무리 삭제할 조항이었다고 해도 조합 앞에서 포기각서를 쓴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비판의견을 나타내기도 했다. 

첫 상임위가 무산된 뒤 몇몇 의원들은 해당 조례개정안을 다시 논의하자는 의견을 나타냈지만 찬반의견이 팽팽한 상황이어서 현재로서는 안건상정조차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은 조합 측 주민들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수천 통의 ‘문자폭탄’에 시달리기도 했다.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보름 넘게 계류된 사안인 만큼 이제 의원들이 입장을 정리해서 통과를 하든 부결을 시키든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할 상황”이라며 “이렇게 계류상태로 끌고 가는 것은 뉴타운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만 부추기는 결과를 낳게 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해당 의원은 “사실 이번 조례에 나온 내용 중 대부분은 이미 상위법에 명시된 내용이고 조례 없이도 시장권한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사안”이라며 “다만 시장의 정책추진이 힘을 받기 위해서는 조례통과 여부가 중요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전했다. 

뉴타운 사업에 대한 찬반 대립은 당분간 첨예할 것으로 예상된다. 찬성이든 반대이든, 재산권과 관계된 문제기 때문에 퇴로를 찾기도 쉽지 않다. 시의회가 깊은 고민과 연구, 합리적 판단,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중심으로 탄탄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주민들의 물리적 강압에 끌려 다닐 수 있다. 

조례를 빨리 통과시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조례가 얼마나 합리적이고 탄탄한가, 주민들의 강압에 의연하게 대처할 만큼 확실한 논리적 근거를 가지고 있는가이다. 고양시의회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뉴타운 문제에 합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혜안이 담긴 조례를 위해 기초부터 다시 촘촘하게  점검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