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정수남

정수남 소설가·일산문학학교 대표

[고양신문] 2018년도 지났다. 돌아보면 다른 해와 마찬가지로 2018년에도 여러 가지 사건과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우리의 뇌리에 각인된 것을 들라고 한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스러져가던 통일의 불씨를 10년 만에 다시 구체적으로 살려놓았다는 것이 될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판문점에서 시작하여 세 차례씩이나 숨 가쁘게 이루어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회담이 잘 말해주고 있으며, 또 뒤이어 열린 남북고위급회담과 장성급 군사회담, 남북적십자회담, 체육회담 등에서 합의한 내용들이 이미 구체적인 성과물로 드러나 있는 것 등으로 알 수 있다.

일테면, 철도 도로 연결사업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비무장화, 비무장지대의 지뢰제거 공동작업, 감시초소 철수작업, 서해북방한계선 일대의 평화수역 조성 등이 그것이 될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발표에 의하면 새해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도 이루어질 전망이며, 또 비무장지대에서는 그동안 버려져 있던 유해를 공동으로 발굴하는 작업까지 벌일 계획이라고 한다. 이는 물론 남과 북이 언급은 하지 않고 있지만 종전선언을 전제로 깔고 행하는 일련의 기초 작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며, 그만큼 통일을 향해 한걸음씩 가까이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하는 쾌거라고 아니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하나가 되기 위한 통일의 여정은 새해에도 녹록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묵은해부터 발목을 잡았던 유엔의 대북제재와 인권 문제 등이 여전히 걸림돌로 남아 있다는 것을 유념하지 않으면 아니 된다. 그 가운데에서도 미국이 비핵화로 압박하며 주도하는 대북제재라는 거센 바람은 새해에도 가장 큰 변수가 될 것 같다. 더구나 경제적 부담 등을 이유로 통일을 기피하는 국내 반대파들의 냉담한 반응 역시 부담으로 남을 것이다. 사실, 통일이 되면 몇 년 동안은 혁대를 동여매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는 것은 이미 독일을 통해서 누구나 다 숙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와 같은 것들이 결코 통일을 저해하는 빌미가 되어서는 아니 된다. 또한 국내 정치 현안 등에 밀려서도 아니 된다. 민족의 대통합이라는 전제와, 목적과 때를 놓치면 기회란 다시 오지 않는다는 것으로 배수의 진을 치고 끝까지 관철시켜야 할 일이다.

문제는 이를 이제부터는 정부가 혼자 짊어지고 가서는 아니 된다는 점이다. 그럴 경우 자칫 잘못하면 동력을 잃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모든 동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 따라서 이제부터 정부는 국민이 스스로 통일사업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그 터를 마련해주고, 귀를 열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은 물론 국민들이 그 지지 세력을 넓혀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정부는 금년보다 더 여유롭게 새로운 전술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며, 그럴 경우 지금은 반대편에 서 있는 자들까지도 회유가 가능할 것이고, 또 국제사회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한 외교활동도 더 활발하게 펼칠 수 있지 않겠는가. 

역사는 피상적인 것이 아니다. 누가 그냥 줄 것으로 기대해서는 아니 된다. 비록 한두 사람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하더라도 역사는 결국 총화에 의해 매우 구체적으로 나타나는 것이며, 그것이 곧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통일이라는 대역사를 그냥 얻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그렇게 볼 때 2018년도의 통일 사업의 역사는 문재인정부가 시작했지만, 그리고 또한 부분적으로 성공을 거둔 것 또한 사실이지만, 이제는 그 역사의 몫이 국민에게 넘어왔다고 봐야 한다.

특히 새해에는 조석지변인 트럼프가 통일의 변수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러나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우리가 하나의 목적의식을 가지고 힘을 합쳐 은연하게 대처해 간다면 그도 더 이상은 우리를 어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남과 북의 통일 문제란 결국은 우리의 몫이며, 우리가 주체이니까.

용비어천가 첫머리에 보면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세 / 꽃 좋고 여름 하나니’라는 글귀가 있다. 이 말처럼 새해에는 통일을 준비하는 우리의 마음이 그 뿌리를 더욱 깊게 펼쳐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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