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뉴스 종합
사업 빚 갚고 집 대신 요트 구입 “도전할 때 심장이 뛰더라”한국 첫 요트세계일주 성공한 김승진 선장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9.05.10 18:41
  • 호수 1419
  • 댓글 1

2014년 당진 왜목항 출발
단독 무기항 무원조
209일간 4만1900㎞ 항해

요트 새 문화로 자리잡도록
일반인 요트체험 등 진행

 

찻집 '잇다'에서 만난 김승진 선장

[고양신문] "요트를 통해서 세계 최고의 스포츠맨이 되고 싶어요.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중에 가장 오랜 시간, 가장 가혹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게임이 바로 요트예요. 쉬지 않고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오는 무기항 세계일주 대회에서 세계 톱 클래스들과 경쟁해서 세계 랭킹 5위를 달성하는 게 제 목표입니다. 이 꿈이 이뤄지면 우리나라에서 최초, 아시아에서 두 번째가 될 수 있어요. 적당한 배만 구할 수 있다면 해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저력을 갖고 있어요.”
해양탐험가이자 다큐멘터리 PD인 김승진 선장을 만났다. 그는 ‘희망항해’라는 타이틀로 2014년 10월, 200여 일분의 식량을 싣고 당진 왜목항을 출발해 2015년 5월, 209일 만에 4만1900㎞의 항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했다. 한국 최초로 ‘단독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것. 이는 바다에서 혼자 아무런 항구에 정박하지 않고, 외부로부터 어떠한 물리적인 도움도 받지 않았다는 의미다.
항해 도중 배가 고장 나고 통신이 두절되고, 폭풍과 유빙을 만나고, 해적을 만나는 등 힘든 일이 많았지만 그는 모든 역경을 이겨냈다.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이 힘들어 할 때, 좌절하지 않고 난관을 헤쳐나가는 그의 모습은 여러 사람들에게 용기를 줬다. 그런 그가 또 다른 꿈을 들려준 것이다. 막연히 상상했던 강한 이미지와 달리 실제로 만난 그는 차분하면서도 자신감 있는 모습으로 이야기를 조근조근 들려줬다.
 
요트로 세계일주 중인 김승진 선장 (사진=김승진)

요트를 타게 된 이유는.

행복하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살던 40대 시절, 놀이시설도 좋고, 수영장이 있고, 정원이 넓은 집을 구입했다. 세 살짜리 딸이 마음껏 뛰놀며 행복해 했다. 그러나 정작 나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똑같은 일상이 무료해지기 시작했고 행복하지가 않았다. 그 생각이 들자 주저 없이 짐을 꾸렸다. 북한과 중국 국경에서 더 나은 삶을 찾아 헤매는 탈북민들을 만나 동행 취재에 합류했다. 너무 어렵고 힘든 일이었지만 즐거웠고 가슴이 뛰었다. 그때 편안한 삶보다 도전을 즐기고, 위기를 극복하는 행위에 존재감과 삶의 의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앞으로 그렇게 살아가자고 생각했다.

외롭지 않았나.

모험과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고 고집도 세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반드시 하고야 만다. 목표를 세우면 추진력이 강하다. 부정적인 것은 금방 지워버린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목표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꿈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향을 받은 책이나 사람이 있다면.

2001년 다큐 피디로 일할 때 일본 출장길에 시라이시 코지로가 쓴 자서전 『7개의 바다를 건너서』를 읽게 됐다. 저자는 26세의 나이에 세계 최연소로 단독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에 성공한 사람이다. 책을 읽으며 가슴이 설렜고,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 뒤로 요트에 관련된 잡지와 서적을 구입하고 외국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지식을 쌓아갔다.
2008년 40대 후반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부동산 사업에 실패했다. 이후 은행 빚을 모두 갚고 남은 돈으로 집을 사는 대신 꿈에 투자했다. 프랑스 베네토사의 5년 된 중고 요트를 구입한 것이다. 이것이 인생 2막의 시작이었다. 그 요트에 바다라는 의미의 ‘아라’와 달팽이란 뜻의 ‘파니’를 따서 ‘아라파니’라 이름 지었다. 이 배를 타고 크로아티아에서 한국까지 다소 무모해 보이는 도전을 했고, 9개월 동안 항해해 2011년 부산항에 무사히 입항했다. 이 항해의 성공으로 자신감이 붙었고, 논스톱 세계일주를 하고 싶다는 꿈을 키웠다. 그리고 2015년 그 꿈을 이뤘다. 그때 탔던 아라파니호는 지금 해양박물관에 유물로 전시돼 있다.
 

단독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중인 김승진 선장(사진=김승진)


또 다른 하고 싶은 일은.

바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주 다양하다. 현재 국내 요트 인구는 20만 명 정도로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더욱 더 발전할 것이고, 새로운 문화로 더 키워야 한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일반인들에게 유럽에서 한국까지 요트를 체험시켜 주는 ‘신항해시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바다를 통해 젊은이들은 새로운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사업 아이템을 찾고, 예술가들은 영감을 얻는 것을 보았고, 중년에서 노년층은 인생의 후반전을 함께할 새로운 친구가 생겨 불안감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고양시에서 펼치고 싶은 일이 있다고 들었다.

어린이들이 요트를 타고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기분 좋다. 아이들에게 바다에 대해 친숙함을 심어줄 수 있고, 여유롭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 수 있다. 일산호수공원은 앞뒤가 막혀 있고, 요트가 물 위에 떠 있으니 안전하고 수질에 악영향을 미치지도 않는다. 외국에서는 유치원에서부터 요트 스쿨을 운영하고 있다. 요트를 통해 삶이 훨씬 더 풍요롭게 바뀔 수 있다. 또한 고양시 앞 한강 물길에 마리나(항구)를 만들고 북한 쪽을 통과할 수 있으면 아라뱃길을 지나지 않고도 큰 바다로 바로 나갈 수 있다.

현재 근황은.

세계일주 항해를 하면서 직접 촬영한 자료로 다큐멘터리 ‘아라파니’를 만드는 중이고, 앞으로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해양수산부 명예 홍보대사로 위촉돼 각계 각층에서 강연과 교육을 하고 있다. 최근 4월에는 사람들과 함께 요트로 여행하면서 그들이 바다와 친해질 수 있게 안내를 하고 왔다. 좋아서 하는 일이어서 너무 행복하다. 모험 기회가 생기면 언제고 나설 것이고, 평생 그렇게 할 것이다. 나중에 인생을 돌아볼 때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2014년부터 2015년, 한국 최초로 단독 무기항 무원조 요트 세계일주 중인 김승진 선장(사진=김승진)
요트로 세계일주 중인 김승진 선장(사진=김승진)

 

 

정미경 기자  gracesophia@naver.com

▶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미경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1
전체보기
  • 권혁준 2019-05-24 06:48:20

    어제 김슷진선장님 세계일주 라디오 인터뷰 듣고 검색해서 찾아왔습니다 용기와 열정 정말 대단하십니다   삭제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