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인물 - 김상래 고양·파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 이사장

전국 센터 중 활동평가 1위 이어가
안심숙소·생활기반 피해자 지원 강점 
범죄발생 예방활동과 관리가 더 중요
일상회복 가능케 돕는 참여가 곧 봉사

 

김상래 이사장은 지난달 18일 취임식에서 “급격한 사회 환경의 변화로 범죄피해자 보호 및 지원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되고 있고 도움이 필요한 이들의 목소리를 귀담아듣고 마음을 담아 보살피겠다”며 “개원 15주년을 맞은 올해 ‘20년 미래비전’을 수립해 피해자 보호와 지원을 선도적으로 실천하고 사회적 관심을 더욱 확대해가겠다”고 밝혔다.

 

[고양신문] “남들보다 이른 나이인 30대 초반부터 사업을 했어요. 그때부터 청소년을 위한 봉사활동을 시작했는데, 일하는 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거의 다양한 현장을 찾아 봉사를 했습니다. 휴가 기간에도 강원도 속초 수해현장으로 충남 태안 기름유출 복구현장으로 달려가서 땀을 쏟곤 했죠. 저에게 봉사활동은 숨을 쉬며 물을 마시는 것처럼 삶 그 자체가 아닌가 싶어요. 봉사활동을 안하면 뭔가 잃어버린 것 같고 허전하더라고요.”

지난달 18일 고양·파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이하 고파 범피) 신임 이사장으로 취임한 김상래 이사장의 머릿속에서는 어떻게 하면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아이디어가 늘 샘솟는다. 내년부터 범죄피해자 자조모임에 나오는 피해자들과 자원봉사자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매점을 만들어 피해자들이 집밖으로 나와 함께 일하며 서로 돕고 의지하면서 고정적인 수입도 가져갈 수 있도록 하겠단다. 관계기관을 찾아 협의하고 사업에 참여할 후원자를 찾아다니느라 하루해가 너무 짧다. 

김상래 이사장이 고파 범피에서 활동한 계기는 김인호 초대 의정부지방검찰청 고양지청장의 권유 때문이다. 범죄예방위원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던 그를 눈여겨보던 중 새로 설립된 고파 범피에서 일을 좀 해달라는 주문을 해온 것이다. 흔쾌히 나선 것은 당연지사였다. 

2004년 설립된 고파 범피는 범죄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이나 유가족들에게 형사사법절차상 권리를 보호하고, 신체·재산·정신적 피해 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학자금, 의료비, 긴급생계비, 이사비, 장례비, 직업훈련이나 취업지원, 심리치료, 주거지원, 각종 법률지원 등을 통해 피해자들이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한다. 법률 지원을 담당하는 법무관을 포함해 4명의 상근 직원들이 일하고 있고 상담분과, 의료분과, 법정동행 봉사자 등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이 큰 힘이다. 

“우리 센터는 전국에 있는 59개의 센터 중 늘 평가에서 1등을 차지하며 모범이 돼왔어요. 전임 손재상 이사장님과 류은경 이사장님과 회원들이 열정적으로 일을 해 오신 덕분이죠. 이제 출범 15년을 맞아 저에게 부여된 임무는 센터 활동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20년 미래비전’을 수립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고양·파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 봉사자들이 일반 시민들에게 센터의 역할과 활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피해자가 안심하고 머무를 수 있는 임시 숙소인 원룸을 얻어 제공하고, 성폭력 피해자나 강도 피해자의 집 주위에 CCTV를 설치해 안심할 수 있도록 돕고, 내년부터 시행하려고 하는 매점 공동운영 등 다른 센터에서는 생각하지 못하는 프로그램을 늘 개발해가고 있다. 또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연에 예방하는 활동도 더 강화하고 있다. 상담사가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와도 꾸준히 상담을 이어가며 중재를 해주다보면 관계를 회복해 일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고양·파주범죄피해자지원센터의 경우 매월 50~60건 이상 심의를 할 정도로 범죄 피해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영화에서나 볼법하거나 들으면서도 도저히 믿기지 않아 거짓말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사람들도 많다. 피해자 지원에 필요한 예산이 늘어난 반면 설립 초창기 연간 평균 7억 원 정도 되던 센터 예산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어 최근에는 5억까지 내려앉았다. 그마저 중앙정부나 지자체 지원 예산은 전체의 30~40%에 지나지 않아 나머지 금액은 협력기관이나 후원금으로 충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범죄 피해자들은 일반적으로 움츠러들기 쉽고 대외 활동도 꺼립니다. 계속 그런 생활을 지속해가면 회복되기가 힘들어요. 피해자들이 당당하게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 과정에서 일반인 봉사자의 역할이 절대적이에요. 봉사는 멀리 있지 않아요. 피해자 자녀들을 무료로 교육해주겠다고 하는 학원 원장님, 밥값을 반만 받겠다고 하는 음식점 사장님도 많아요. 법원에 재판동행도 해주고 다양한 활동을 함께 하면서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해주시면 좋겠어요. 참여가 곧 봉사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센터에서 하는 일이 줄어들어 우리 사회가 편안하고 행복한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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