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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이 묻어나는 엄마의 인생 레시피가좌도서관 ‘맛의 기억, 엄마의 음식을 기록하다’
  • 정미경 기자
  • 승인 2019.06.13 22:19
  • 호수 1424
  • 댓글 1
가좌도서관에서  '엄마의 음식을 기록하다' 수업을 진행중인 김현숙 강사와  수강생들


[고양신문] “어릴 때부터 먹어서 내 몸 구석구석에 저장된 엄마의 음식은 내 삶의 청량제고 치유제이기도 하지요. 세월이란 장사가 엄마의 손맛을 데려가기 전에 엄마의 음식을 책으로 만들어서 선물해 보세요.”

지난 5월 3일부터 7월 5일까지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가좌도서관에서 진행되는 ‘맛의 기억, 엄마의 음식을 기록하다’라는 강좌를 소개하는 이선화 관장의 초대 글이다. 총 10회로 계획된 이 강좌는 최지현, 김현숙, 이은주 3명의 강사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출판 편집자이기도 한 김현숙 강사는 아람누리도서관에서 ‘책 읽으며 인생을 뜨다’라는 뜨개 동아리를 진행했고, 세 명 모두 그 프로그램에 함께한 인연이 있다. 이은주 강사는 ‘그림책으로 읽는 일본어’를 진행해 일반 시민이 강사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준 케이스다. 전주가 고향인 최지현 강사는 “어렸을 때 먹었던 엄마의 손맛이 담겨있는 음식을 기록해서 선물해드리고 싶다”는 말을 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과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 그는 “전주에 내려가 엄마와 음식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만의 레시피가 담긴 동영상을 찍으면서 이전에 느껴보지 못한 감정을 느꼈다”고 말한다.

15명이 참석한 수업 첫날, 어떤 사연이 있어서 엄마의 대표 음식을 정하게 됐는지 발표하는 시간에 참석자 모두 울음을 터뜨렸다고 한다. 지난 7일 6번째 시간, 그 감동을 느껴 보고 싶어 수업을 참관했다.

먼저 김현숙 강사가 레시피 쓰기, 사진 준비하기, 대표 음식 제목 정하기 등에 대해 설명했다. 엄마 요리의 특별함이 묻어나는 요리 이름을 지을 때는 ‘햇빛담은 무말랭, 팔아파 카스테라, 품질보증 지여사, 빠삭빠삭 부추탑전, 비오는 날엔 장떡’ 등 즉석에서 요리 이름을 만들며 웃음꽃이 피었다.
 

엄마의 대표 음식 '쑥개떡'을 소개하고 함께 만든 이명옥 씨(어머니 유지완 여사)


이후 조별 대표 음식을 만드는 시간. 달래조의 이명옥 씨가 쑥개떡 재료를 준비해 왔고, 방앗간을 운영했던 어머니 이야기를 들려줄 때는 뭉클함이 느껴졌다.

“36년 생인 엄마는 해마다 봄이 되면 나물을 뜯으러 가고 싶어 하세요. 올해도 안면도에서 뜯어오신 쑥으로 쑥개떡을 만들어 주셨어요. 쑥개떡과 아카시아꽃떡이 엄마의 봄떡이예요. 여름에는 감자를 넣은 증떡, 가을에는 호박을 넣은 시루떡, 겨울에는 가래떡이 대표적이었어요. 당시 방앗간은 우리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곳이면서, 엄마의 일터이자 놀이터였고, 엄마의 모든 인생이 이루어진 곳이었어요. 지금 생각하면 그 안에 있던 엄마가 너무 장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어 그의 설명에 따라 쑥과 찹쌀가루를 골고루 섞고 열심히 치댄 후, 정성스럽게 모양을 빗어 찜솥에 쪄냈다. 처음 해보는 쑥개떡 만들기에 다들 즐거워했고, 자신들이 만든 음식 맛에 감탄했다. 이씨의 어머니가 만든 것을 가져왔다는 아카시아꽃떡도 향과 맛이 특별했다.
 

주제책 '밑줄 읽기'를 진행중인 최지현 강사와 낭독중인 수강생


마지막으로 최지현 강사의 진행으로 공지영 작가의 책 『딸에게 주는 레시피』 속 인상적인 부분을 돌아가며 낭독했다. 매 시간 주제 책을 선정해 읽고, 좋은 문장을 함께 나누고 있다. 『외로운 사람끼리 배추적을 먹었다』, 『나는 매일 엄마와 밥을 먹는다』, 『잊을 수 없는 밥 한 그릇』 등이 주제 책이다.

이선화 관장은 “엄마와 가족의 삶이 묻어있는 엄마의 대표 음식을 기록으로 남겨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면서 “함께 읽고, 함께 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엄마의 음식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엄마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누고자 했다”고 말했다.

진행중인 시즌1에는 총 15명이 참석했고, 8월에 시작하는 시즌2에는 20명을 모집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11월에는 참여자들의 글을 모아 『맛의 기억』 이라는 단행본으로 엮을 예정이다. 강사와 수강생들 사이에서 조율을 담당하고 있는 박대원 주무관은 “마지막 시간에는 참여자 모두가 엄마의 대표 음식을 조금씩 만들어 와서 음식이 있는 출판 기념회를 하려고 하는데 너무 기대된다”고 말했다. 동네 사람들의 숨은 재능을 알아보고, 그것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었고, 멋진 결과물로 엮어지는 과정을 함께 기다려보자. 이 프로그램은 한국도서관협회에서 공모한 ‘길 위의 인문학, 함께쓰기’ 과정에 선정되어 진행되는 것이다.

6차시 수업시간에 함께 만든 '쑥개떡'과 아카시아꽃떡

 

 

정미경 기자  gracesoph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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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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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예숙 2019-06-15 00:40:56

    어머~도서관에서 이런 프로그램도 하는군요. 참 의미있는 뭉클한 시간 같아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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