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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은행열매 악취 ‘1석2조’ 대책
  • 박수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 부본부장
  • 승인 2019.10.10 09:36
  • 호수 1439
  • 댓글 2

박수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 부본부장, 
정의당 고양병지역위원장, 전 SBS환경전문기자

[고양신문] 가을이 점점 깊어진다. 도로변 가로수 은행나무 잎사귀도 갈수록 황금색을 더해간다. 잿빛 우중충한 도시에서 은행나무 가로수는 여름엔 푸르게 가을이면 노랗게 수를 놓아준다. 은행잎사귀 주워서 책갈피에 끼워놓던 기억, 은행 낙엽 밟으며 산책하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전국의 어느 도시든 은행나무 가로수가 천덕꾸러기 밉상이 되고 말았다. 길바닥에 떨어진 은행열매가 사람 발에 밟히고 차바퀴에 깔려 터지면서 냄새를 풍기기 때문이다. 은행알을 둘러싼 외피 과육의 생체물질 때문이다. 은행이 해충이나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한 나름의 방식이다.

도시민들은 밟혀 터진 은행 열매 냄새를 악취라고 부르며 불평을 쏟아낸다. 가로수 관리 공무원들은 민원 대응에 골치가 아플 지경이다. 환경미화원들이 쓸어 모으지만 도저히 감당하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일부 지자체는 아예 열매가 익기 전에 ‘열매 조기채취 작업’을 하기도 한다. 열매를 맺는 암나무만 골라내 ‘수종갱신’을 구실로 잘라내고 대신에 숫나무로 바꿔 심는 ‘근원적 대응’을 하는 곳도 있다. 한 그루 바꾸는 데 비용이 100만원 넘게 들어간다. 뒤집은 우산 모양의 열매수거망을 은행나무 줄기에 달아 일일이 쓸어 모으는 수고를 더는 아이디어 제품도 등장했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해도 문제는 비용이다. 경기도 고양시의 경우 올 가을에 시민 통행이 많은 시내 버스정류장과 주변 거리, 열매 악취 민원이 많은 곳 위주로 모두 48그루에 수거망을 시범사업으로 설치했다<사진>. 가격은 개당 40만원으로 설치비를 포함해 2000만원이 웃돌았다고 고양시 녹지과 조경팀장은 말한다.

고양시가 시범 운영 중인 은행나무 열매 수거망. 설치비는 개당 40만원이다. 

고양시 관내 은행나무 가로수는 1만4000그루이고, 이 가운데 도심지역의 암나무는 2419그루라고 고양시 녹지과는 밝혔다. 도심의 은행 암나무에 모두 열매수거망을 달 경우 9억6760만원이나 들어간다. 이재준 고양시장과 통화하면서 은행열매 악취 대응방안을 물었더니 수거망 가격을 절반인 20만원으로 낮추도록 실무진에게 지시했다고 말한다. 값을 깎아서 설치한다고 해도 5억원 가까이 들어간다.

큰 돈 안 쓰고도 은행열매 악취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자체마다 동 단위로 주민자치위원회가 결성돼 있다. 새마을운동, 바르게살기운동협의회를 비롯해 행정과 협력할 수 있는 단체, 자원봉사 조직과 힘을 모으면 된다. 바닥에 합성수지 시트를 넓게 펴서 깔고 장대로 가지를 쳐서 떨면 열매가 우수수 떨어진다. 자원봉사자들이 시트 귀퉁이를 잡고 들어 올려 기울이면 빠르고 쉽게 자루와 통에 담을 수 있다. 길바닥에 흩어진 열매를 일일이 줍거나 쓸어 모으는 수고와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찻길 일부로도 시트가 나가야 하기에 행정은 경찰과 협조해서 통행 차량을 통제하면 사고 위험은 막을 수 있다.

거둬들인 열매는 행정이 맡아 냄새 풍기는 과육을 벗겨내고 알맹이를 씻어 말리면 훌륭한 임산 자원이 된다. 은행알은 한약재와 식품으로도 널리 쓰이기 때문이다. 열매 떨기에 나선 시민들에게 나눠주거나 시나 구 행사 때 기념품, 선물로도 손색이 없다. 지역 특산물로 판매할 수도 있다. 얼마든지 자원으로 살려 쓸 수 있는 가로수 은행열매를 고양시는 낙엽과 함께 긁어모아 일반폐기물로 취급해 소각장으로 보내 태우고 있다. 마르지 않아 수분이 많은 상태에서 태우면 소각장 효율도 떨어진다.

은행열매 악취 줄이기 시책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널리 알리기만 하면 많은 시민이 기꺼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의식 높은 시민이 특히 많다고 안팎으로 정평이 난 고양시가 아닌가? 행정과 시민의 협치, ‘거버넌스’를 실생활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 은행나무는 대기오염에 강하고 모양도 좋아 도시 가로수로 많이 심었다. 숫나무 암나무가 어울려 잎을 내고 열매를 맺는 모습 자체가 자연의 순리임을 도시민들이 아량으로 받아들여, 가로수도 우리의 이웃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재준 고양시장은 올해 3월 26일 일산호수공원에서 ‘고양 나무권리 선언’ 선포식까지 열었다. 고양시가 은행나무와도 벗하는 도시가 될 의지와 역량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박수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 부본부장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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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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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kim 2019-10-13 06:53:53

    아이디어는 좋은데 망값이 너무 비싸네요. 폭리를 취하고 있는듯.
    눈으로 보기에 5만원, 아무리 후하게 쳐도 10만원 이상 주면 안 될 제품으로 보입니다.   삭제

    • 김명일 2019-10-10 11:13:53

      훌륭한 생각입니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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