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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은 ‘못 보는’ 사람이 아니라 ‘잘 느끼는’ 사람입니다”박찬식 고양시시각장애인협회장·장애인생할이동지원센터장
  • 권구영 기자
  • 승인 2019.11.05 01:57
  • 호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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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실명 비율이 약 80%
누구나  잠재적 시각장애인
세상 밖 활동 적극지원 앞장

 

박찬식 고양시시각장애인협회장

 

[고양신문]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의 감각 중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역할의 막중함을 보여준다. 시각장애인은 선천적 혹은 후천적 문제로 시력이 현저히 낮거나 완전히 보이지 않는 사람을 의미한다. 

흔히 태어날 때부터 아예 깜깜한 세상 속에 사는 시각장애인(전맹)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빛을 인지하고 최소한 사물의 윤곽 정도는 알아볼 수 있는 시각장애인이 훨씬 더 많다. 선천적으로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약 20%밖에 안 되고 질병이나 사고로 인해 중도에 실명되는 비율이 80%나 된다. ‘사람은 누구나 잠재적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이 괜한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박찬식 고양시시각장애인협회장 자신도 중도 실명 장애인으로서 또 고양시장애인생할이동지원센터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실명했을 때 좌절감과 고통을 잘 이해하며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애쓰고 있었다. 

고양시시각장애인협회를 소개하면.
고양시시각장애인협회의 공식 명칭은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 고양시지회(이하 고양시시각장애인협회)다. 시각장애인의 복리증진과 권익을 옹호하면서 사회참여와 평등 이념 실현을 목적으로 1996년에 설립됐다. 약 4000명 정도로 추산되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20년 넘는 기간 동안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회원은 약 400명이고, 제가 제 5~7대를 연이어 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선거를 통해 회장을 뽑는다는데.
대부분 장애인 단체의 장은 중앙 본부에서 추대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선거를 통해 선출한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 일부 갈등이나 불상사가 발생하는 부작용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회원들에게 더 좋은 평가를 받기위해 열심히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큰 장점이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우리 협회가 다른 어떤 장애인 단체보다 훨씬 더 적극적으로 회원들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쳐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다시 선출되려면 회원들에게 잘 보여야 하지 않겠나.(웃음)

 

 

 

협회의 주요 활동은 무엇인가. 
협회의 일은 크게 세 가지 분야라고 이해하면 된다. 우선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생활 복귀를 위한 기초재활프로그램으로 점자, 보행 안마 등의 교육을 진행한다. 두 번째로 노래교실, 기타교실, 밴드, 볼링교실 등 다양한 취미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저 자신도 일반인과 함께 하는 밴드를 결성해 공연 무대에 선적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더 늦기 전에 음반을 하나 내고 싶은 욕심도 있다. 

마지막으로 회원들과 문화체험 나들이를 자주 하고 있다. 화면해설영화를 관람하거나 제주도, 여수, 속초 등으로 멀리 여행을 종종 떠난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화성 전곡항으로 요트 체험을 다녀오기도 했다. 평소 외출이나 여행할 기회가 적은 회원들이 나들이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 

 

 

고양시장애인생할이동지원센터도 운영 중인데.
2004년에 개소한 장애인 지역사회 재활시설로 고양시로부터 협회가 수탁운영을 하고 있다. 이동에 불편함을 겪고 있는 장애인에게 차량운행을 통한 직장 출·퇴근 및 외출 등 이동지원서비스와 병원진료, 장보기, 민원업무 대행, 외출 및 나들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돕고 참여 기회를 확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용대상과 차량현황은.
장애인복지법 32조 규정에 의해 등록한 장애인은 물론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6조 규정에 의해 등록된 사람 중 상이등급 판정을 받은 사람도 이용가능하다. 12인승 승합차 3대와 리프트 3대 등 총 6대의 차량을 구비하고 있다. 문제는 차량이 노후화돼 교체가 필요하지만 예산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안타깝고 이용자에게 미안한 마음이다.   

중도 실명으로 아픔도 컸을 텐데.  
대학에 입학원서를 냈을 때 시력진단서를 보고는 그 자리에서 원서를 찢어버리더라. 사회에서 처음으로 시각장애라는 벽에 부딪친 사건이었다. 그때부터 피아노 조율을 배웠고 한때는 피아노 매장 5곳을 운영한 적이 있을 정도로 바쁘게 살기도 했다. 과로가 이어지다보니 급기야는 1997년에는 망막병리 증세로 인해 실명 상태가 더 심해졌다. 

2000년대 초반이 돼서야 협회에 발길을 내딛을 정도로 나 자신도 시각장애인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중도 실명을 겪는 분들은 보통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은둔생활을 하곤 한다. 충격을 빨리 극복하고 재활할 수 있도록 사회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면.
요즘은 장애인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일상적 활동을 무리 없이 할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제도가 개선되고 있어서 다행이다. 시각장애인들이 마음 놓고 집 밖으로 나와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시각장애인주간보호센터도 시급히 설립해야 한다고 본다. 

시각장애인은 ‘못 보는’ 사람이 아니라 ‘잘 느끼는’ 사람이다. 산으로 바다로 강으로 나들이를 함께 가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곳의 냄새와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소름이 끼칠 정도로 감성적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비장애인들이 ‘시각장애인은 보이지 않기에 오히려 더 잘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대해주면 좋겠다.   

■ 고양시시각장애인협회 
주소 :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대로 672번길 15-7 고양시장애인지원센터 2층
전화 : 031-975-3990

■ 고양시장애인생할이동지원센터
주소 : 고양시 덕양구 고양대로 1369번길 44-7
전화 : 031-969-5775

 

권구영 기자  nszone@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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