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훈 ‘한결모형’ 대표

[고양신문] 박상훈(45세) 대표가 야심차게 건축모형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곳은 덕양구 행신동 윤창아파트 1단지 입구에 있다.

박 대표는 “대학 다닐 때 건축학과 교수님의 한 마디가 모형을 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전공과목 수업 중 자신이 설계한 건물을 만들어 오라는 과제가 있었고, 완성된 모형을 본 교수는 ‘모형을 정말 잘 만드는구나, 세상에는 모형을 직업으로 삼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사는 사람들도 있단다’며 칭찬을 아낌없이 했다. 

그는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며 지내온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모형이 나의 재능이구나를 느끼게 됐고, 그 이후로 모형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며 설계하고 제작하게 됐다”고 한다.

졸업작품전에서도 과동기들은 1작품 겨우 냈는데, 박 대표는 무려 10작품을 내서 별도로 전시부스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대학시절 모형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그곳에서 콤프레샤, 줄, 쇠자 등 10여 종의 공구를 선물로 받았는데, 그게 모형의 세계에 들어선 출발점이 됐다. 군 복무 후에도 모형회사를 다녔고, 에버랜드의 새로운 아이템인 전기자동차 트랙을 개발해서 얼마 동안 입점한 적도 있다.

2004~2008년에는 우리나라에 모형을 최초로 도입한 기흥성 회장이 설립한 (주)기흥성중국지사에서 근무했다. 중국에서 팀장으로 활약하며, 상해엑스포(4m 크기), 덕주도시계획관(11m 크기) 등 그곳에 머물면서 모형 수백 개를 만들었다.

박 대표는 “중국의 모형은 규모는 크지만 색깔과 마무리가 부족한 점이 있고, 한국모형은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자연미와 재료의 우수성이 깃들어서 호응도가 높았다”고 말했다.

대학 때부터 모형제작 후에는 모형일기를 쓰며 항상 평가 정리를 해왔던 그가 지금까지 참여한 프로젝트는 부신시청 1층 홀에 위치한 부산도시계획 모형, 중국 칭화대학에서 다수의 건축모형, 이태리 건축비엔날레에 영종도 모형 등이 있다.

우리나라 건축물 중 제일 좋아하는 것은 경주 첨성대(국보31호)와 다보탑(국보 20호)이며, 우리나라 대표 건축을 먼저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경주 현장답사를 수십 번 다녀왔다.

박 대표는 “모형 제작의 순서는 현장답사가 일순위이고, 사진, 도면 순으로 진행된다”며, “직업으로 하는 건축모형은 수없이 밤샘작업을 하며 항상 납품 일정에 쫒기게 되지만 모형에 대한 지극한 열정만 있다면 추천하고 싶은 직업이다”라고 전했다.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첨성대, 다보탑, 백두산 천지, 대전엑스포 한빛탑, 동십자각, 우리나라 정자, 경주타워 등을 비롯해 쇠를 달구어 여러 가지 연장을 만드는 곳으로 건축 발전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드는 대장간까지 정교하게 제작되어 스토리를 담아 진열되어 있다.

현재는 개인모형회사를 3년째 운영 중이며, 5학년 아들(한결)의 이름을 상호로 사용했다. 2학년 딸까지 자녀들이 모형에 관심을 갖고서 때로는 채색을 돕기도 한다.

박 대표는 양쪽 엄지손가락의 끝마디가 굵고 뭉퉁하다. 일명 개구리손이라고 일컫는데 이러한 손은 대부분 만들기를 잘하는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고양시의 상징인 행주산성과 가와지볍씨도 만들 계획이라는 박상훈 대표는 “내 손으로 만든 작은 세상을 볼 때 뿌듯함을 느낀다"며 "기회가 된다면 세계를 돌며 한국 건축물을 전파하고 싶고, 고양시에서 개인전을 펼쳐 시민들에게 오묘한 모형의 예술세계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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