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홍 노무사의 <인사노무칼럼>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고양신문] B는 직원 다섯 명을 고용하여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다. 김밥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서인지 점심손님이 몰릴 때는 일손이 부족해 최근 홀 서빙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했다. 새로 채용한 A를 믿고 홀 서빙업무와 더불어 카운터를 맡긴 것이 화근이 되고 말았다. 

A가 근무를 시작한 지 3~4일쯤 된 어느 날 주방 찬모가 하는 말이 자신이 얼핏 보았는데 A가 계산을 하면서 무언가를 주머니에 넣는 것 같더라는 것이다. 그날 저녁 혼자 남아 매장 CCTV를 확인하는데 찬모가 본 것은 사실이었다. A는 금고에서 만원짜리 지폐 서너 장을 절취하고 있었다. 

다음날 A를 조용히 불러 돈 문제는 모른척하고 손이 느려 홀 서빙을 더 이상 맡기기 어려우니 미안하지만 다른 곳을 알아보는 것은 어떠냐고 했고 A도 순순히 그렇게 하겠다고 하여 잘 마무리 되었다. 

이 일이 거의 잊혀질 무렵 어느 날 지방노동위원회라는 곳에서 등기우편물이 도착했다. 봉투에는 A가 B에게 부당하게 해고를 당하여 억울하다는 내용의 구제신청 이유서가 들어있었다.

B는 너무나 황당했지만 그래도 노동위원회에 참석해 이러한 정황을 잘 설명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심문회의에 참석했다. 그런데 막상 심문회의에 참석해보니 B에게 유리한 상황만은 아니었다. 위원들은 해고를 서면으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A에게 1개월분 해고예고수당과 추가로 1개월분 급여를 지급하고 합의할 생각은 없는지 수차례 물었고 B는 그 당시 A를 절도죄로 고소하지 않은 것이 어디냐며 원칙대로 판단해달라고 했다. 

노동위원회의 판단은 다음과 같았다.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효력이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이 사건 분식집 부당해고 사건에서는 사용자가 근로자 A를 해고함에 있어서 구두로 하였으므로 부당하다.’ 

해고의 정당성에는 절차적 정당성과 실체적 정당성이 있는데 이 사건에서는 실체적 정당성을 판단하기 이전에 이미 절차적 하자가 있었으므로 부당한 해고로 판단되어 신청인 A를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되지 않았다면 지급 받았을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것이다. 

사업주가 근로자의 어떤 행동에 대해 이 정도면 충분히 해고할 만하다고 생각했더라도 반대로 부당한 해고로 판정받는 경우는 허다하다. 분식집을 운영하던 사업주 B는 근로자 A에게 해고의 사유를 적시하고 소명의 기회를 주고 구두가 아닌 서면으로 해고를 통지했어야 했다.

B입장에서는 금전 절취 부분을 언급하지 않은 것과 조용히 불러 구두로 얘기한 것이 A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라고 생각했겠지만 노동위원회에서는 절차적 하자있는 부당해고로 판단한 것이다. 영세한 사업주가 정당하게 근로자를 해고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김기홍 노무법인 터전 대표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