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이웃> 『솔섬 쌤과 아이들』 펴낸 이상욱 동화작가

첫 부임지 숙직실에서 글쓰기 독학
아이·어른 함께 읽는 이야기 창작
글 쓰고 등산하고… 활기찬 제2의 인생

 

이상욱 작가가 펴낸 창작동화 『솔섬 쌤과 아이들』과 『막내 연어의 모험』.

[고양신문] 신문사로 책 한 권이 배달돼 왔다. 『솔섬 쌤과 아이들』(참글어린이)이라는 장편 동화다. 책과 함께 작가가 쓴 편지도 동봉됐다. 고양시 강선초, 능곡초, 신일초, 행주초를 거쳐 파주 갈현초등학교 교장을 지내다 정년퇴직한, 고양시에 거주하는 이웃이라고 스스로를 밝힌 이상욱 작가는 ‘스마트폰에 빠져 독서를 멀리하는 요즈음 어린이와 어른들, 선생님들이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며 꿈과 순수함을 배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아이와 어른이 함께 읽기에 맞춤한 감성동화를 출간했다고 적었다.

이야기는 약국을 경영하다 뒤늦게 잊었던 꿈을 찾아 선생님이 된 주인공이 첫 부임지로 발령을 받은 작은 섬마을 분교에 도착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설레임과 두려움을 안고 시작한 교사로서의 삶은 곧 천진한 아이들과 순박한 마을 사람들과 친구가 되며 크고 작은 경험들로 차곡차곡 쌓여간다. 학생이 몇 명 안 돼 소꿉놀이하듯 복식수업을 해야 하는 작은 학교. 하지만 한 명 한 명 아이들의 마음에 다가가는 것이 보람되고, 무엇보다도 풍요롭고 아름다운 바다가 있어 하루하루 심심할 틈이 없다.

봄꽃 선물을 주는 비밀의 주인공, 해당화호에 얽힌 귀신 이야기, 고구마와 알밤에 얽힌 소동, 베트남에서 온 정원이의 새엄마 등 잔잔한 미소와 감동을 건네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동화는 아쉬움과 희망을 함께 남기며 마무리된다. 작은 섬에도 연육교가 놓이며 작은 학교는 졸업식을 마지막으로 폐교가 된다. 선생님과 아이들은 교정의 ‘독서하는 소녀상’ 아래 추억을 담은 타임캡슐을 묻으며 훗날의 재회를 약속한다.     

책을 쓴 이상욱 동화작가를 탄현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부드러운 미소 속에 인자한 교장선생님의 인상과 창작혼을 불사르는 작가로서의 열정이 함께 전해졌다.
 


▶ 본인 소개를 부탁한다.

2년 전 40여 년 교직생활을 마무리한 퇴직교사다. 주문진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나 강릉교대에 진학해 교사가 됐다. 20여 년 전 강선초등학교에 부임하며 고양시민이 된 후 고양시의 여러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다. 동화작가로는 일찌감치 등단했지만, 교직에 있으면서는 여건상 장편동화를 쓰기 어려웠다. 파주에서 교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비로소 첫 장편동화 『막내 연어의 모험』(참글어린이)을 출간했다. 이번 책 『솔섬 쌤과 아이들』은 두 번째 장편동화다.

▶ 처음 동화를 쓰게 된 동기가 궁금하다.

1978년 교사가 된 후 첫 부임지가 평택의 작은 학교였는데, 남자 선생님이 달랑 둘밖에 없었다. 당시만 해도 선생님들이 학교에서 숙직을 섰는데 미혼이었던 내가 1년 내내 숙직을 도맡아야 했다. TV도 없는 숙직실에서 긴긴 밤을 보내던 어느 날, 글을 한 번 써 보면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책방에 가서 책을 잔뜩 사 들고 와서 동화라는게 어떻게 쓰는 건지 홀로 독학을 시작했다. 이후 교원잡지 등에 추천돼 글쓰기를 시작했고 경인일보 신춘문예와 농민신문·교원신문의 동화공모에 당선됐고, MBC창작동화공모에서는 대상을 수상했다. 나중에 본격적인 동화작가로 활동할 때 독자들에게 최소한의 이력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에서 공모에 욕심을 많이 냈던 것 같다(웃음).


▶ 첫 책인 『막내 연어의 모험』에 대해 들려달라.

연어의 모험을 그린 성장동화다. 못난이 막내 연어는 언니들을 따라 먼 바다로 가지도 못하고 홀로 남겨진다. 어느 날 할아버지 소나무의 권유에 용기를 내 먼 바다를 향하는 긴 여행을 시작하고, 마침내 당당하고 멋진 우두머리연어로 성장해 돌아오는 이야기다.
사실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계기가 있다. 첫 부임지인 평택에서 가르쳤던 제자들이 꼭 한번 뵙고 싶다며 아주 오래간만에 연락을 해왔다. 옛 사진첩을 찾아보니 흑백사진속의 개구쟁이 제자들이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었다. 모임 자리에 나갔더니, 매일같이 말썽을 부리며 나한테 혼도 많이 났던 코흘리개 꼬마가 듬직하고 당당한 풍모의 40대 중년신사가 돼 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고향에서 큰 사업장을 운영하며 지역사회활동도 활발히 참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도 반가웠다. 학교의 열등생이 사회에서는 얼마든지 우등생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한 셈이다. 그때의 감동을 동화로 쓴 게 『막내 연어의 모험』이다. 책을 읽은 이들 중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좋을 재미있는 소재라고 이야기하는 분도 있어서 기뻤다.


▶ 『솔섬 쌤과 아이들』에도 숨은 에피소드가 있을 것 같은데.

맞다. 정년퇴임을 하고 좀 쉬려는데, 전라남도 완도군의 한 작은 학교에서 선생님 한 분이 유고가 생겨 1년간 임시교사를 못 구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예비군처럼 다시 1년을 교단에 서기로 결심했다. 완도에서 신지도와 고금도를 거쳐 약산도라는 작은 섬에 있는 학교였는데, 그곳에서 보낸 1년이 이 책을 쓴 배경과 소재가 됐다. 교사 초년시절의 순수했던 꿈과 열정을 되새겨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도 아주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 성인 독자들의 반응도 좋을 것 같다.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읽기 좋은 눈높이로 쓰려고 했다. 자연의 일부가 돼 자라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모두에게 푸근한 감성을 전해주리라 생각한다. 한편으로 이 책은 교사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요즈음은 예전과 달리 교직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낮아져 선생님들이 무척 힘들어한다. 이러한 경향은 젊은 선생님들일수록 더하다. 그래서 후배 선생님들에게 교사라는 직분이 얼마나 귀하고 멋진 일인지를 되새겨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다. 다행히 책을 읽은 선생님들로부터 자신의 초임지 시절이 떠올라 감동적이었다는 피드백이 돌아왔다.


▶ 오늘날의 농어촌 상황을 반영한 설정도 눈에 띈다.

약산도 초등학교에 60여 명의 아이들이 다녔는데, 3분의1은 조부모 손에서 자라는 아이들이었고, 3분의 1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었다. 대개의 농어촌 학교의 상황이 비슷하다. 그런 가운데서도 따뜻한 인정과 씩씩한 희망이 싹트는 모습을 동화 속에 담고자 했다.


▶ 일상을 어떻게 채워가고 있나.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중압감에서 벗어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하루하루의 시간을 잘 관리하면 정년 이후의 삶도 40대와 같은 활력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동화도 더 열심히 쓰고 여유를 누리며 제2의 인생을 살고자 한다. 오랜 취미인 등산과 자전거타기도 규칙적으로 즐긴다. 젊은 시절부터 백두대간을 틈틈이 밟았고, 가까운 북한산은 지금도 한 달에 한 두 번씩 오른다.


▶ 다음 작품은 어떤 이야기인가.

차기작은 진돗개와 주인공 소년의 교감과 우정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버려진 유기견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오래 전에 반려견을 소재로 단편을 쓴 적이 있는데, 새로운 이야기를 더해 장편동화로 만들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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