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연구원 보고서 ‘코로나19와 교육’ 분석 ①

[고양신문] 지난 8개월 동안의 코로나 팬데믹 현상은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교육현장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의 학교는 4차례 휴업(개학연기) 끝에 4월 단계적 온라인개학으로 학기를 시작했다가 6월에서야 학교 문을 열고 오프라인 등교를 시작했다. 한시름 놓을 새도 없이 어느새 각 학교에서는 2학기가 시작되고 있다. 

사상초유의 1학기 학교모습은 혼란 그 자체였다. 순차적 분리등교 개학 후 약 두 달간 학교는 뉴노멀(New Normal)을 요구하면서도 현재 상황에 대응해야 하는, 변화와 대응을 동시에 해야하는 상황을 맞이했다. 중요한 것은 ‘흘러간 시간’에 대한 평가다. 처음 도입된 디지털 원격수업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비대면 기간 동안 학생들은 무엇을 했고 교사들은 어떻게 대응해 왔는지 보호자들에게는 학교의 공백이 어떻게 다가왔는지 살펴봐야 한다. 코로나 이후 공교육의 역할을 고민하기 위해서는 앞선 경험에 대해 살펴보고 전망을 내놓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경기도교육연구원이 지난 8월 30일 내놓은 ‘코로나19와 교육 : 학교 구성원의 생활과 인식을 중심으로’ 조사연구는 중요한 함의를 갖고 있다. 연구진은 지난 7월 15일부터 7월 27일까지 경기도 내 800개 학교의 학생, 학부모, 교사들을 대상으로 온라인(모바일)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초중고 학생 2만1064명, 학부모 3만1042명, 교사 3860명이다. 그동안 코로나 이후 교육현장의 변화에 대한 단편적인 분석은 있었지만 실증자료를 통해 종합적인 분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지에서는 이번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3회에 걸쳐 코로나19 이후 교육현장의 변화와 대안을 모색하는 기획기사를 마련한다. 첫 번째 순서에서는 ‘학생들의 달라진 삶’에 초점을 맞췄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등교연기로 인해 학생들 삶의 질은 전반적으로 떨어졌으며 특히 교육불평등의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났다. 

디지털 사용시간 68.9% 늘고, 친구와의 만남 58.9% 줄었다
가장 먼저 들여다 볼 부분은 코로나19 이후 학생의 생활실태 및 변화다. 연구보고서는 코로나 전후 학생들의 생활패턴 변화를 알아보기 위해 12가지 항목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는 <그래프 1>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설문결과는 코로나 시대 학생들의 생활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온라인 수업이 강행되면서 PC, 스마트폰 등 디지털기기의 사용시간이 크게 늘었다. 집에서 학교과제를 하는 시간과 사교육시간도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아무 일 없이 그냥 있는 시간이 늘어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반면 바깥세상과의 접촉시간은 줄어들었다. 밖에서 친구를 만나는 시간과 PC방, 노래방, 영화관 등 문화놀이공간 방문시간은 크게 줄어들었다. 

정리하자면 코로나로 인해 외부활동을 통한 새로운 경험의 기회는 줄어든 대신 집에서 공부를 하거나, 디지털 기기를 이용하거나, 혹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 연구를 진행했던 이정연 경기도교육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반적인 문항에서 변화를 겪었다는 답변이 많았다는 점을 볼 때 적어도 코로나19라는 상황이 학생들의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준 것은 분명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시간 비중이 가장 늘어난 것으로 나온 ‘학습 목적으로 디지털기기를 사용하는 시간’의 경우 68.9%의 학생들이 ‘늘었다’고 답변했다. 특히 초등학생들의 시간비중이 가장 높아졌는데 무려 74.8%의 응답률을 나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학생의 46.7%가 ‘늘었다’고 답한 ‘학습 목적 외 디지털기기 이용시간’에서도 가장 높은 응답률을 보인 것은 초등학생이었다(61.6%). 디지털기기를 이용하는 전체 시간의 비중도 주목할 만하다. 학습목적과 학습 외 목적으로 각각 4시간 이상 이용한다는 응답이 22.2%, 23%에 달했다. 즉 학생 4명 중 1명은 하루에 8시간 이상 디지털 기기를 만지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의 과제부담과 사교육 시간 비중도 증가했다. 53.1%의 학생들이 이전에 비해 집에서 학교과제를 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변했으며 학원, 과외, 온라인강의 등 사교육에 쏟는 시간이 늘어났다는 답변도 27.1%였다. 아무 일 없이 무료하게 보내는 시간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 많아졌는데(31.2%)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들의 답변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39.3%).

이처럼 학생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남에 따라 다른 활동에 대한 시간비중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것이 친구와의 만남이다. 59.8%의 학생들이 ‘줄었다’라고 응답했는데 앞선 사례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저학년의 답변비중이 가장 높았다(69.4%). 초등학생들의 경우 하루에 친구들과의 대화시간이 1시간 미만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으며(52.1%) 아예 대화를 하지 않는다는 답변도 14.2%를 차지했다. PC방, 노래방, 영화관 등을 이용하는 시간도 덩달아 줄어들었다. 문화놀이 공간 방문시간이 줄었다는 답변은 무려 71.8%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이전과 비슷하다’는 25.1%, ‘늘었다’는 고작 3.1%였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이러한 외부활동시간 축소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다. 전성민 부천여성청소년재단 이사장은 “형식교육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형성 같은 비형식교육도 매우 중요한 영역인데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러한 부분이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특히 저학년일수록 관계 맺기를 통한 공감능력 형성이 중요한데 현재 상황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소득에 따른 학습권 격차 심해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교육 불평등 문제다. 온라인 수업 초기부터 우려됐던 디지털 기기 ‘소지 여부’에 대한 계층별 격차는 걱정했던 것만큼 크지 않았지만 ‘성능 문제’로 인한 격차는 눈에 띄게 나타났다. ‘기기가 낡아 수업에 방해를 받는 정도’에 대해 가정형편 하층의29.3%가 ‘그렇다’ 혹은 ‘매우 그렇다’라고 답했다(가정형편 상 11.5%, 가정형편 중 13.7%). 격차는 기기문제뿐만 아니라 학습환경에서도 더욱 드러난다. 가정형편 하층의 22.6%가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운 장소에서 학습한다고 답했는데 이는 가정형편 상층의 답변(6.2%)에 비해 3배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나마 학교라는 공간에서는 동일한 환경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수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코로나 이후 비대면 온라인 수업이 강제되면서 ‘가정형편’이 곧 ‘수업환경’을 결정짓게 된 것이다. 공교육이 부재한 영역에서 교육격차가 어떻게 발생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온라인 수업 시 발생하는 어려움에 대한 대응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가정형편 상층의 경우 부모님 등 보호자로부터 도움을 받는 비율이 34.2%로 가장 높았다. 반면 저소득층 학생의 경우 혼자서 해결(26.5%)하거나 심지어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22.4%)가는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소득수준이 높은 집안의 자녀일수록 주변인들로부터 과제해결에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취약계층은 그러지 못했다. 당연히 학습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학습만큼이나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격차는 돌봄 영역에서도 발견된다. 온라인 수업기간동안 상층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님과 함께 시간(52%)을 보낸 반면 하층 학생들은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경우(28.6%)가 많았다. 당연히 혼자식사를 하는 비중도 하층 학생들이 가장 많았다( 23.5%).

식습관의 격차는 더 극명하게 엇갈렸다. 경제수준이 낮은 가정의 학생들은 중상층 학생들에 비해 온라인 수업 기간동안 점심을 거의 먹지 않았다는 답변이 월등히 높았다(상 7.9%, 중 11.4%, 하 20.7%). 예전에 비해 편의점 음식 혹은 패스트푸드를 먹거나 배달음식을 시켜 먹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응답도 각각 35.9%, 34.8%에 달했다.

취약계층 학생 62.6% 불안감 호소
이러한 격차는 학생들의 정서 및 심리상태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학생들의 행복감에 대한 조사 결과 가정의 경제적 수준이 높거나 낮 시간에 보호자가 함께 있는 학생들은 긍정적 정서를 나타낸 반면 경제적 수준이 낮거나 낮 시간 보호자가 부재한 경우 ‘짜증을 많이 낸다’는 부정적 정서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취약계층 학생들의 불안감도 중상층에 비해 훨씬 높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나의 미래가 불안하다’는 질문에 대해 하층의 62.6%가 ‘그렇다’라고 답해 중상층 학생들의 답변(상 42.5%, 중 48.1%)을 상회했다.  

 

한편 학생들이 느끼는 교육정책 및 복지에 대한 인식의 변화들도 감지되고 있다.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코로나 이후 학교와 교육정책이 근본적으로 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86.8%). 동등한 온라인 수업 접근을 위한 정보통신기기 제공, 재난상황에 따른 마스크 무상제공 및 식재료 제공 등 교육복지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높았다(각각 81.8%, 85.3%). 모두 학부모와 교사들의 응답률에 비해 높은 수치였다.

이정연 연구위원은 “설문 결과 학습복지와 교육복지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가 다른 학교구성원에 비해 더 높았다”며 “특히 학생들은 코로나 등 급변하는 재난상황을 긍정적으로 해결하는 데 있어 복지기반이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변화에 대응하는 융통성도 눈에 띄었다”고 이야기했다. 

더불어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지역사회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공교육이 부재한 상황에서 특히 초등학생들의 돌봄 격차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에 나오지 못할 경우 아이들이 방치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앞으로 학교와 지역이 함께 미래인재들을 키워낸다는 차원에서 교육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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