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계 식물 남한 분포 첫 확인


[고양신문] 한반도 북부지역에서만 자라는 식물로 알려진 ‘왕별꽃’이 고양시 일산동구 장항동에서 최초로 확인됐다. 국립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왕별꽃이 고양시 하천변에 자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유전자신분증(DNA바코드) 표준정보를 확보했다.

최근 야생화동호인들 사이에선 백두산 꽃으로 알려진 왕별꽃을 고양시 일산에서 볼 수 있다는 소식에 크게 반가워하고 있다. 기자 또한 2015년 백두산 취재 때 왕별꽃을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야생화들의 천국이라 불리는 백두산 서파코스 1442계단 옆으로 물이 조금 고여 있던 습지에서 왕별꽃을 볼 수 있었다. 당시 많은 관광객으로 오랫동안 감상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았는데, 그 간절함이 하늘에 닿았을까. 야생화를 좋아하는 지인이 “보기 드문 꽃이 있으니 답사를 가보자”는 말에 동행하게 됐는데 그날 만나게 된 꽃이 바로 왕별꽃이었다.

도심 아파트에서도 한참 떨어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외진 풀숲에는 백두산에서 봤던 왕별꽃보다 더 많은 청아한 빛깔의 꽃송이들이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새들이 씨앗을 먹고 이곳에 와서 배설했는지, 밀물에 한강을 따라 들어왔는지 알 수 없지만 참으로 신기한 광경이었다.

워낙 작은 꽃이라 야생화를 모르는 이들이 보면 그냥 잡초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북한에서는 천연기념물로 관리되고 있는 귀한 꽃이다. 남한에서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국내 연구진들도 무척 기뻐하고 있다.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왕별꽃 생육지와 개체군 보전을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구상 중이며, 개체와 종자를 확보해 국가생물자원으로 관리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왕별꽃은 한반도에서는 함경도와 평안북도 고산지대의 숲 가장자리나 하천가에 주로 분포한다. 석죽과 별꽃속의 다년생 초본 식물로 꽃받침 잎은 원형이며 꽃잎은 5장이고 5~12조각으로 갈라진다. 밑 부분이 비스듬히 자라다가 곧게 서며, 전체 잔가지들이 나누어져서 6~7월경부터 개화하는데 가을까지 꽃잎을 볼 수 있다. 꽃말은 ‘추억’이다.

야생화는 그들만의 적합한 환경 속에서 꽃잎을 피우며 살아가기 때문에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토종식물인 흰꽃민들레가 DMZ 철조망 아래서 한 포기씩 자라며 길손들의 땀을 씻어주듯이, 왕별꽃 또한 거리를 두고 지켜본다면 씨앗이 땅에 떨어져서 또 꽃잎을 활짝 피우며, 요즘 같이 코로나19로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지 않을까?

(식물 보호를 위해 군락지의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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