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주엽동 독립출판서점 ‘고메북스’

마음과 생각 나누는 동네책방이자
자신의 책 만들어보는 독립출판서점
북클럽·독립출판워크숍 등 진행

[고양신문] 자신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기존 출판사를 통해서가 아니라 본인이 직접 책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 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 독립출판서점이다.

주엽역 근처 동부썬프라자 건물에는 자그마한 가게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건물 1층에 동네책방 겸 독립출판서점인 ‘고메북스(대표 정경혜)’가 있다. 작고 아담한 이곳은 오픈한지 만 3년이 됐다. 주인장 정경혜씨는 10년 차 고양시민으로 시집 『멀리 날아보지 않은 새』, 『지난날을 장작위에 올린다』와 에세이집 『25+0』을 출간한 작가로 한국문인협회와 고양시 문인협회 회원이다.

커피를 내리고 있는 정경혜 대표
커피를 내리고 있는 정경혜 대표

고메북스는 정 대표가 글을 쓰는 작업실이자 사람들과 소통하는 곳이다. 서점의 진열대에는 베스트셀러 대신 자신이 선호하는 책들을 큐레이팅해서 채웠다. 독립출판 서적들과 고전이 주를 이룬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될 책, 살면서 가장 좋았던 책’으로,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 씨 이야기』 등에는 인상적인 문장을 적어 놓기도 했다. 최근에는 과학책도 좋아져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매대에 추가했다.

서점 이름 고메북스의 ‘고메(gourmet)’는 식도락가를 뜻한다. ‘신체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배부르고, 정신은 책을 읽음으로써 유지한다’는 의미를 담았고, ‘고매하다’는 말의 뉘앙스가 좋아서 그렇게 지었다. 공간 한편에는 음식과 관련된 책들을 모아 진열했다. 우연히 마들렌 과자를 먹다가 무의식적으로 과거 기억을 떠올리는 내용으로 유명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가 꽂혀있다.

정 대표는 “이곳에서 읽기, 쓰기, 그리고 직접 책 만들기 3가지를 지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철학책 읽기반과 지정 도서를 읽는 북클럽을 운영하고 있다. 그밖에 중학생과 함께하는 청소년 북클럽도 진행 중이다. 11월부터는 ‘나만의 책 만들기’ 프로그램으로 ‘독립출판 워크숍’ 9기를 시작할 예정이다. 독립출판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배우고 자신의 책을 직접 출판하는 과정이다. 수업을 들은 이들은 책을 만들고, 그 책은 이곳에서 판매할 수 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시집과 에세이집도 자신이 독립출판을 직접 배워서 출간한 것이다.

그는 이곳이 동네 사랑방 같은 공간이기를 바란다. 독립서점이지만 사람들과의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봄·가을에 책과 굿즈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오픈마켓을 진행했고, 외부 강사를 초빙해 에세이쓰기 수업을 운영했다. 앞으로 인문학 강좌나 북토크도 진행하고 싶다고 한다. 지금은 커피와 최소한의 음료만 판매한다. 커피를 주문하면 정 대표가 직접 그라인드를 해서 수동식 기계로 내려준다.

“저는 늘 책과 함께하는 삶은 무엇이 다른가를 생각하죠. 책은 저 자신을 지켜주는 힘이에요. 이곳이 책을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책을 읽는 공간이 되길 바래요. 항상 책을 옆에 두고 책 속에서 답을 얻기를 바랍니다.”

주소 : 일산서구 중앙로 1470 동부썬프라자 B동 128호
문의 : 010-9248-8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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