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품귀·전세가격 상승 고양시 현황은
[고양신문] 최근 ‘전세 품귀’라는 전국적 현상이 고양시에서도 역력하게 나타나고 있다. ‘전세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전세 매물이 고양시 대부분의 아파트 단지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고 있어봐야 고작 1~2건이 전부다.
후곡동의 한 부동산중개업 대표는 “3일 현재 주엽동 강선마을 1만800세대 중에서 전세 매물은 5건뿐이다. 14단지 2건, 6단지·11단지·17단지 각 1건으로 손에 꼽는다”라며 “신도시 전체의 전세 매물을 통틀어 봐야 60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토당동의 한 부동산중계업 대표는 “전세 매물이 토당동에는 전세가 1건 밖에 없고, 화정동을 다 합쳐도 8건이다”고 말했다.
중계업자 “계약갱신청구권이 원인”
백석동의 한 공인중개업 대표는 “공인중계업자들이 내부적으로 공용하고 있는 통합 부동산 거래정보망인 ‘마이스파이더’를 살펴보면, 가장 수요가 많은 28평~32평으로 한정해서 시장에 나온 전세 매물은 3일 현재 일산동구에 33건, 일산서구에 21건, 덕양구에 14건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부동산 시장 일선에 있는 공인중개업자들 대부분은 이러한 전세 품귀의 이유를 정부가 지난 7월말부터 시행한 ‘임대차 3법’에서 찾고 있다. ‘임대차 3법’ 중에서 계약갱신청구권이 전세 물량 부족을 부추기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부동산중계업자는 “통상적으로 나왔어야 할 전세물량 100건 중에서 80~90건 정도가 계약갱신청구권으로 2년 연장되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업자는 “세입자들이 당장은 계약 연장의 혜택을 볼지 모르지만 2년 후에는 확 뛰어오른 전세가격을 감당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금 계약을 갱신한 매물이 2년 후 새로 시장에 나올 때는, 집주인들이 지난 2년간 전월세상한제 때문에 5% 초과해 올리지 못한 전세금에다 향후 4년간 올리지 못할 전세금까지 더해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사 가고 싶은 사람, 발 묶어”
전세 품귀와 맞물린 전세가격 상승이 세입자를 괴롭히는 것도 문제다. 한국감정원의 자료분석 결과, 10월 12일·19일 기준 고양시의 평균 전세가는 평당 875만원으로 경기도 평균 844만원에 비해 높다.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을 보면, 경기도의 평균이 65.3%인데 비해 고양시 평균은 74%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KB부동산 통계자료 ‘Liiv On’에 따르면, 고양시의 전세가격지수가 6월 1일부터 10월 26일까지 5개월간 상승폭은 덕양구 100.6 ⟶ 108, 일산동구 98.2 ⟶ 103.3, 일산서구 98.3 ⟶ 102.5로 나타났다. 이 통계의 전세가격지수는 2019년 1월 전세가격을 100으로 환산한 수치인데, 이 시점의 전세가격이 2억원으로 가정하고 동기간을 적용하면, 덕양구는 2억120만원 ⟶ 2억1600만원, 일산동구는 1억9640만원 ⟶ 2억660만원, 일산서구는 1억9660만원 ⟶ 2억500만원이다. 공교롭게도 임대차 3법이 발효된 지난 7월 이후 전세가격의 상승폭이 커졌다.
최근 1개월 실거래 기준으로 고양시의 고가 아파트 전세가격을 살펴보면, 신원동 신원마을삼송아이파크(38평) 5억5000만원, 화정동 별빛마을 9단지(32평) 4억5000만원, 백석동 요진와이시티(36평) 6억6414만원, 장항동 킨텍스원시티M2BL(35평) 8억2333만원으로 나타났다.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전세 수요는 그다지 증가하지 않았지만 문제는 전세 품귀에다 높은 전세가격 때문에 꼭 이사가야하는 사람들이 이사 가고 싶어도 못가는 점이다. 중·고등학교 배정이 끝난 후 학교가 멀어서 이사 가야 하는 내년 2~3월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눌러앉는 사람들도 속출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문가 “모든 걸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잘못”
하지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 품귀와 가격 상승 원인을 임대차 3법 하나로 몰아 찾지는 않는다. 이들은 원인을 ▲주택가격 급등에 따른 연쇄 상승 ▲전국적인 주택 공급 감소 ▲전월세를 유지해야 하는 세입자 상황 ▲보유세 중과 부작용 ▲계약갱신요구권 행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 중에서 주택가격 급등은 전세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전세가격은 급등한 매매가격 기준으로 다시 재조정되어 세입자의 지불능력을 넘어서는 수준까지 올라가 버린다.
김갑열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많은 언론들이 전세 품귀의 원인을 임대차 3법 때문이라며 정부 탓을 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 임대차 3법이 주택가격이 급등하는 시점과 맞물리면서 시행되는 시점의 문제일 수 있어도 사회적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한다는 취지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전세 가격은 이자율 분의 임대수익으로 결정된다. 이자율이 낮아지는 상황에서 전세 가격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지금처럼 가게부채가 많은 상황이고 세계적으로 소비 진작이 어려운 현실에서 정부가 마냥 이자율을 올릴 수 없는 노릇이다. 전체적인 경제구조 속에서 전세 품귀 현상을 보아야지 이것을 마냥 부동산 정책 탓만 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