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배성호 사진전 ‘대문 안 풍경’

경기 북부 오래된 가옥 찾아다니며
세월의 흔적 쌓인 대문 풍경 포착

배성호 작가의 작품 '대문 안 풍경'
배성호 작가의 작품 '대문 안 풍경'

[고양신문] 도심의 아파트 숲에 살면 우리의 전통가옥을 보기 어렵다. 서민들이 살았던 집은 누추하지만 노동의 건강성을 보여주며 과거의 추억을 소환한다. 3일부터 풍동 ‘아트스페이스 애니꼴’(대표 김희성)에서 배성호 작가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작가의 작품 13점과 사진집은 사라져 가는 전통가옥의 ‘대문 안 풍경(The other side of the gate)’을 보여준다.

배성호 작가는 홍대 사진디자인학부에서 본격적인 사진 수업을 받았다. 지난 10월 비움갤러리에서의 개인전 이후 두 번째 개인전이다. 30년 동안 고양시에 살고 있는 이웃으로, 고양문화재단 감사를 맡고 있다. 그는 시간, 공간, 사물에 대한 사실적인 표현을 추구하면서 주관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시각으로 묘사한다. 인물이 생략된 그의 작품은 회화의 극사실주의를 닮았으며, 기록용 다큐멘터리 사진처럼 보인다.

경기북부 가옥을 찾아다니며 찍은 '대문 안 풍경' 작품으로 전시를 여는 배성호 사진작가.
경기북부 가옥을 찾아다니며 찍은 '대문 안 풍경' 작품으로 전시를 여는 배성호 사진작가.

그는 왜 하필 대문 안 풍경을 찍게 되었을까?
“경기도 북부지역의 가옥들은 한국전쟁 이후 건축된 집들로 오랫동안 보수되지 않고 있어요. 삐딱하게 기울어진 대문과 문틀을 통해 세월의 굴레가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는 곳을 유형학적으로 접근하고 싶었죠. 포천, 연천, 양주, 고양, 파주, 김포, 강화 등지의 외진 곳에 있는 서민들의 전통가옥을 찾아다녔습니다. 사적인 공간을 포커싱했는데 그곳에는 젊은이들은 떠나고 노인들만 남아있죠.”

전시작품은 2018년부터 찍은 사진들로 100여 가구 중에서 선별했다. 촬영 요청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많았고, 도둑으로 오해를 받아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사진을 찍을 때는 경계하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집에 얽힌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다는 설득과정이 필요했다.

전시가 열리는 풍동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전시가 열리는 풍동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그는 전달자 역할만을 하기 위해서 촬영자인 자신의 내면이 아니라 그 가옥에 살았던 사람들의 내면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 흔적들을 통해서 풍성한 삶의 모습과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해석은 관객들의 몫으로 남겨 놨다.

대문은 밖으로 나가는 통로이자 경계다. 얼핏 보면 대문 안 풍경이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가마니, 농기구, 비료 포대, 연탄 더미 등 오브제들이 다양하다. 파주 농협, 강화도 안경점, 동아약품 등 그 시대만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가지 텍스트가 포함되어 있어 어느 지역인지 암묵적으로 드러난다. 소작인으로 살아온 삶, 혹은 대지주로서 소작인들을 부리며 살던 삶 등 서로 대비되는 상상을 통해 가려진 세계를 추상해 볼 수 있다. 그의 사진 속 대문 틈 안으로 스며드는 햇살은 밝고 희망적인 느낌을 주며 그 자체로 아름답다.

배성호 작가는 현재 두 가지 작업을 구상 중이다. 그동안 가옥 내부에서 대문을 바라본 풍경을 찍었다면 앞으로는 가옥 외부에서 대문을 바라보는 사진을 찍을 예정이다. 그리고 그동안 생략되었던 인물들을 작품에 등장시킬 생각이다. 다른 하나는 가칭 ‘불 꺼진 공장(out of operation)’이라는 주제로 현재 멈춰 서있는 중소기업공장들을 찍고 있다. 내년에는 은퇴 후 사진에만 전념할 생각이다. 전시는 19일까지 계속된다.

▮ 배성호 사진전 ‘대문 안 풍경’

기간 : 11월 19일(목)까지
장소 :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일산동구 애니골길 70)
문의 : 010-5290-5904

배성호 작가의 작품 '대문 안 풍경'
배성호 작가의 작품 '대문 안 풍경'
배성호 작가의 작품 '대문 안 풍경'
배성호 작가의 작품 '대문 안 풍경'
전시가 열리는 풍동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전시가 열리는 풍동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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