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지도부터 오늘날 지도까지
지도에 담긴 고양의 다양한 모습 조명
고양학연구소 ‘고양학 시리즈’ 10권째

[고양신문] 고대로부터 시작해 조선시대와 개화기, 일제강점기를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지도 속에 그려진 ‘고양’의 모습을 한 데 모은 특별한 책이 발간됐다. 고양문화원(원장 이승엽)이 발간하는 ‘고양학 시리즈’ 10번째 책으로 선보인 『고양의 지도 이야기』 속에는 유구한 농경 역사와 전통문화를 지닌 고양 땅의 발자취를 ‘지도’라는 키워드를 통해 짚어낸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됐으며 고양학연구소 필진 3명(문영자 세계문화교류센터 대표, 박전열 중앙대학교 명예교수, 정동일 고양시 역사문화재 전문위원)이 각각의 파트를 연구·집필했다.

▮1부 ‘조선시대 고지도의 역사와 고양’은 고대부터 고려, 조선에 이르는 시기에 제작된 지도 유산 속에 나타난 고양의 지리와 지명에 대한 인식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책에는 수많은 고지도의 도판들이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지도는 조선 초기에 제작된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인데, 현존하는 동아시아 최초의 세계지도라는 설명이 보태진다. 이어서 등장하는 지도 그림과 설명을 차근차근 따라가다 보면 조선시대에 제작된 지도의 종류와 목적, 형식을 이해하게 된다.

다음으로 ‘팔도군현지도’, ‘해동지도’, ‘광여도’ 등 조선 후기에 제작된 지도 속에 들어있는 고양군의 모습과 특징을 하나하나 설명한다. 조선 시대 고지도 속 고양군을 살펴보며 왕릉, 문봉서원, 벽제관, 행주산성 등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고양 땅의 특산품으로 행주나루 웅어와 한강변의 갈대가 중요시됐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2부 ‘고양의 모습을 담은 근현대의 지도’는 지도에 관한 기초적 이해로부터 출발해 근대의 물결이 밀려온 개화기에서부터 일제강점기, 그리고 고도의 산업화와 정보화가 실현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목적으로 제작된 고양의 지도들을 소개한다. 1부에서 화공들이 붓과 먹으로 그린 고지도를 감상했다면, 2부에서는 최첨단 기법과 디자인을 활용한 현대 지도의 다채로운 매력을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개화기로부터 현대까지,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성장한 고양시의 숨가쁜 역사가 지도를 통해서도 재확인된다. 또한 오늘날에는 자전거지도, 누리길지도, 등산지도, 생태지도, 도서관지도 등 지도의 종류와 목적이 일상과 더욱 밀착된 방향으로 분화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3부 ‘지도와 사진으로 본 벽제관과 고양 여석령 전투 고찰’은 앞선 두 파트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먼저 고양 땅을 그린 고지도에 ‘벽제’ 또는 ‘벽제관’이라는 지명이 왜 그토록 중요하게 등장하는지를 살핀다. 또한 일제에 의해 벽제관이 왜곡과 수난을 겪은 역사도 정리한다. 글을 쓴 정동일 전문위원은 “벽제관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위상을 살펴보는 연구의 단초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임진왜란 당시 이여송 장군이 이끌고 온 명나라 군대가 고양 땅에서 왜군과 처음으로 맞닥뜨려 벌인 대규모 전투를 일컫는 ‘벽제관 전투’라는 명칭이 중국 중심의 왜곡된 시선에서 비롯된 이름임을 지적한다. 나아가 ‘벽제관 전투’ 대신 ‘고양 여석령(숫돌고개) 전투’라는 명칭으로 변경하는 것이 더 당위성이 있다는 견해를 제시한다.

2014년부터 발간되고 있는 ‘고양학 시리즈’는 그동안 민속놀이, 행주산성, 한강, 자연 마을, 일산신도시 30년, 경의선 등 매 년 다채로운 주제를 선정해 내용과 재미를 아우르는 향토 연구의 결과물을 쌓아가고 있다.

이승엽 원장은 발간사를 통해 “지도를 중심에 두고 우리가 걸어온 발자취와 감동의 이야기를 엮어낸 이번 책의 출간을 계기로 더욱 획기적인 기획의 전기를 마련했다”면서 “앞으로도 우리 지역의 전통문화를 탐구하고 발전시키는 일에 더욱 정진할 것을 약속드린다”는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