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온라인 시민포럼

경기도·고양시·의회·전문가… 그리고 시민
온라인으로 만나 세계유산 추진전략 협의

최재헌 “한양도성과의 연속유산으로 추진”
박종관 “화강암봉우리 산성, 전세계 독보적”

관광홍보·보존체계·국제지원 등 등재효과 
가장 소중한 결과물은 ‘자부심과 정체성’

북한산 화강암 봉우리를 두르고 있는 북한산성. [사진=이재용]
북한산 화강암 봉우리를 두르고 있는 북한산성. [사진=이재용]

[고양신문] 고양의 소중한 역사유산인 북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준비하는 온라인 시민포럼이 12일 열렸다. ‘북한산성 세계유산 가자!’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해 11월부터 경기문화재단과 고양신문이 함께 진행한 ‘북한산성 시민교실’ 프로그램의 마지막 순서로 마련된 이날 포럼은 고양시와 고양시의회, 경기문화재단, 전문가와 시민 등 60여 명이 참여했다.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온라인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는데, 많은 시민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참여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계기가 됐다.   
포럼 주제는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어떤 목표와 전략을 준비해야 하나’였고, 발표와 토론을 위해 두 명의 학계 전문가가 초청됐다.

▲최재헌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교수는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을 역임한, 세계유산 등재에 관한 국내 최고의 전문가다.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는 북한산성과 함께 북한산성을 끌어안고 있는 북한산의 지리적, 생태적 가치를 적극적인 관점으로 조명해야 한다는 견해를 보태주고 있다.

이날 포럼은 전문가의 쟁점 토론에 이어 참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순서로 진행됐다.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사진 왼쪽부터) 포럼 발표를 맡은 최재헌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교수와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 진행을 맡은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
(사진 왼쪽부터) 포럼 발표를 맡은 최재헌 건국대 세계유산학과 교수와 박종관 건국대 지리학과 교수, 진행을 맡은 유경종 고양신문 기자.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어떤 목표와 전략을 준비해야 할까. 거시적인 방향을 제시해 달라.

최재헌 : 북한산성의 역사적 가치를 짚어보자. 북한산성은 험준한 산악지대에 쌓은 거대한 석축산성으로, 전란이 벌어졌을 때 여민공수(與民共守, 백성과 함께 지킨다)라는 도성 사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축성됐다.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기간에 축성됐다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점은 북한산성이 가진 방어체계로서의 특성이다. 한양도성-탕춘대성-북한산성이 연결되는 18세기 도성방어체계의 완성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도성연융북한합도(都城鍊戎北漢合圖)’라는 옛 지도가 조선 후기 방어체계의 독특한 특징을 한눈에 보여준다. 
북한산성 단독으로 세계유산에 도전하려면, 다른 산성들과의 비교 연구를 통해 차별성을 증명해야 하는데, 굉장히 힘든 과정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한양도성 역시 단독으로 가기에는 방어체계라는 면에서는 절름발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결론적으로 북한산성과 한양도성을 함께 묶어 ‘온전체로서의 방어시스템’이라는 연속유산 개념으로 가자는 것이다.
등재 절차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고양시와 경기도, 서울시, 경기문화재연구원, 경기문화재단 등이 효율적으로 힘을 결집하는 연합체를 구성해야 한다. 그런 후에 잠정목록부터 등재를 시작해도 최소한 5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와 지자체가 참여하는 행정추진단을 구성해야 한다. 연속유산의 경우 추진단 구성은 필수 조건이다. 추진 과정에서 고양시민들이 세계유산 등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참여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박종관 : 북한산성의 희귀성이 뭐냐는 관점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해보자. 외국 심사위원들이 찾아왔을 때 가장 놀랄 만한 게 뭘까? 바로 북한산성이 자리하고 있는 지리적 입지다.
북한산성은 평지에 쌓은 평범한 성이 아니다. 남한산성과도 완전히 다르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높은 화강암 봉우리를 따라 산성을 쌓았다는 것은 국제기구 심사위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특별한 차별성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해외 사례들과의 비교 연구를 좀 더 심도 있게 진행해 북한산성의 희귀성을 어필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갖춰야 할 조건들은 무엇일까. 세계유산 선정 기준에 근거해 의견을 제시해 달라.

최재헌 : 박종관 교수의 견해와 제 견해가 상충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분명히 밝힌다. 세계유산이 되려면 등재 조건에 초점을 맞춰 접근해야 한다. 특히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산하에 별도로 방어시스템을 담당하는 ‘이코포트(ICOFORT)’라는 위원회가 있다. 이코포트가 제시하는 8가지 선정 조건을 충족하면 북한산성의 탁월성을 평가받을 수 있다. 박종관 교수가 제시한 견해는 이코포트가 요청하는 ‘지리적 가치’를 입증하는 데 적용될 수 있다.
세계유산의 등재조건 첫 번째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다. 이것은 국경을 초월해 보편성을 인정받는 가치가 있어야 함을 말한다. 북한산성은 10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 기준 중 3번이 적용될 수 있다. 이어 거짓 없는 정보의 진정성을 증명해야 한다. 등재 신청서는 운영 지침에 따라 작성되지만, 사전에 굉장히 많은 연구와 자료들이 축적돼야 비로소 작성이 가능하다.
또한 유산 구역을 어디까지 획정하고, 완충 구역은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도 유산의 가치를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범위로 정해져야 한다. 다음으로 보존과 관리를 위한 법적 행정적 제도가 충분히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지역주민들의 호응과 경관·환경의 보존 등도 등재 조건에 포함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박종관 : 북한산성의 입지에 대해 좀 더 짚어보자. 한국의 산사가 세계유산에 등재된 결정적인 계기도 입지의 독특함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가까이 사는 사람들은 늘 익숙하게 보아왔기 때문에 북한산과 북한산성의 가치를 오히려 잘 모른다. 하지만 외국의 심사위원들이 인천공항에서 차를 타고 서울로 진입하며 멀리 북한산을 바라볼 때 “저 산 꼭대기에 산성이 있다”고 설명하면 깜짝 놀랄 것이다. 왜 산성이 거기에 있을까?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며 경이로움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전략적 방법이 필요하다.
지리학자적 관점에서 북한산성이 놓인 북한산의 지형은 세계적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고, 굉장히 재미있는 스토리텔링 콘텐츠가 될 수 있다. 또한 스토리텔링 과정을 통해 지역주민들에게 자부심과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지리적 특성과 역사성을 결부해 복합유산으로 접근하는 방법이 지지부진했던 세계유산 추진에 활력을 불어넣는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시민포럼 참가자들. (왼쪽부터 시계방향) 정봉식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송규근 고양시의원, 김석환 화가, 이재용 사진작가, 이영준 마운틴저널 대표,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진흥원장.
시민포럼 참가자들. (왼쪽부터 시계방향) 정봉식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송규근 고양시의원, 김석환 화가, 이재용 사진작가, 이영준 마운틴저널 대표, 안재성 고양시향토문화진흥원장.

북한산성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 어떤 이익이 있나. 기대효과를 짚어 달라.

최재헌 : 쉽고도 어려운 질문이다. 남한산성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많은 지역민들이 반대했다. 개인 재산권 문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세계유산에 등재돼도 국내법에만 적용을 받는다. 국제법 규제는 전혀 없다.
세계유산 등재의 이익은 분명하다. 우선 관광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남한산성의 경우 세계유산 등재 이후 방문객이 40% 증가해 지역주민의 수익도 증가했다. 또한 정부와 지자체의 관심 증가로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 수준이 향상되고, 지역주민의 자부심이 고취된다. 국가가 외침을 당했을 때 국가와 백성이 함께 생존권을 지키는 운명공동체가 되겠다는 북한산성의 스토리텔링은 한국인의 정체성이라는 가치를 선물해준다.
아울러 세계유산기금으로부터 재정적 기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커다란 이익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 유산을 바라보는 우리 스스로의 안목과 시각이 달라진다는 점이다. 

박종관 : 맞는 말이다. 우리 땅에 대한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모멘텀을 제공할 것이다. 우리 땅을 어떻게 재조명하고, 외국과의 차별성을 찾아내고, 아름다운 한반도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환기하는 이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일반적으로 우리 땅이 작아서 폄하하는 경향이 없지 않은데, 대한민국 국토는 구석구석 선조들의 손때가 묻은 ‘코리아 가든’이다. 이러한 아름다운 국토를 어떻게 보살피고 후손들에게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실질적인 수단으로서 ‘세계유산’ 선정은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이제 해외 손님들이 강남이나 명동만 가지 않는다. 한류가 세계로 전파되며 한국의 자연과 역사를 체험하는 것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북한산성이 세계유산에 선정되면 세계인이 찾아와 트레킹을 즐기며 체험하는 투어를 만들 수 있다. 고양시의 다른 관광 콘텐츠와 연계하는 프로그램을 묶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북한산과 북한산성을 중심으로 ‘코리안 스토리’를 세계인에게 선보이면 얼마나 좋겠는가.  

북한산성과 한양도성을 연속유산으로 등재하면, 향후 가치 조명과 활용 측면에서 한양도성에만 포커스가 맞춰지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재헌 : 요새화된 성곽방어시스템이라는 측면에서 보자면 한양도성보다는 북한산성이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결국은 경기도와 고양시가 하기 나름이 아닐까. 실질적인 이야기를 보태자면, 서울 쪽 성곽 여장은 많은 부분 원형을 상실했다. 그나마 고양시 구간의 성곽이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이러한 진정성의 가치 부분도 적극 어필할 필요가 있다.
세계유산은 국가와 지자체, 시민 모두가 함께 마음을 모아 추진해야 한다. 지자체장의 의지와 전문가와의 결합도 아주 중요하다. 어떤 주체도 상업적인 욕심이나 명예를 앞세워서는 안 된다. 고양시도 서울시도 스스로를 내려놓아야 한다. 우리 민족, 나아가 세계인의 유산을 만드는 보람 있는 과제라는 사실에 집중하자.

시민포럼 참석자들. (왼쪽부터 시계방향) 장덕호 경기문화재연구원장, 박노철 고양시교육문화국장, 한준호 국회의원(고양을, 더불어민주당), 박서정 고양신문 편집위원, 박기성 한국등산사연구회장, 김옥석 문화해설사협회 전국회장.
시민포럼 참석자들. (왼쪽부터 시계방향) 장덕호 경기문화재연구원장, 박노철 고양시교육문화국장, 한준호 국회의원(고양을, 더불어민주당), 박서정 고양신문 편집위원, 박기성 한국등산사연구회장, 김옥석 문화해설사협회 전국회장.

참석자 여러분들의 자유로운 의견을 들려달라.

박기성 한국등산사연구회장 : 북한산 사기막골의 청담동에 대한 연구와 조명이 필요하다. 민간인 출입이 금지돼 알려지지 않은 이곳은 송시열을 비롯해 조선의 문인들이 즐겨 찾았던 명소이고, 겸재 정선이 산수화를 남긴 곳이기도 하다.

이영준 마운틴저널 대표 : 북한산성 접근 루트의 진입로는 서울 은평구라서 고양시에 경제 효과가 별로 없을 것 같다. 고양시 지역의 등산로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국립공원관리공단 등과의 슬기로운 소통을 바탕으로 대안이 강구돼야 할 것 같다.

김옥석 문화해설사협회 전국회장 : 북한산성이 고양시에 속한다는 것을 모르는 고양시민들이 아직도 많다. 고양시가 보다 적극적으로 북한산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달라. 세계유산 추진이 본격화되면 전국 4000명 문화해설사들의 힘을 보태겠다.

이재용 사진작가 : 북한산성 사진을 찍기 위해 구석구석을 다니다 보면, 커다란 나무 뿌리 등에 의해 유적이 훼손되는 현장을 많이 목격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수목 보호와 문화유산 보존 사이에서 지혜로운 해법을 찾았으면 좋겠다.

안재성 향토문화진흥원장 : 고양시민들의 관심과 정체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양시가 적극적인 네이밍 작업을 하면 좋겠다. 북한산구, 북한산동, 북한산역 등이 가능할 것이다. 그래야 관광 효과와 경제적 성과가 고양시로 돌아올 것이다.

김석환 화가 : 고양시민들이 북한산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보다 많이 만들고, 북한산을 한번이라도 더 찾아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좋겠다.
박서정 고양신문 편집위원 : SNS 챌린지 등을 많이 한다. 북한산 백운대 인증 릴레이 등 SNS를  활용한 이벤트를 해보자.

한준호 국회의원 : 북한산성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많은 분들이 함께 하는 자리가 마련돼 기쁘다. 국회의원으로서 어떤 점을 함께 할 수 있는지 찾아보겠다.
    
정봉식 고양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 시의회 차원에서의 관심이 부족했다는 사실을 자책하게 된다. 문화복지위원회를 중심으로 더 많은 연구와 노력을 기울이겠다. 2021년도가 북한산성 세계유산 등재를 향한 유의미한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송규근 고양시의원 : 북한산과 북한산성을 활용하기 위한 공론의 장을 더 많이 만들고, 필요한 인프라 구축하는 등 시의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

박노철 고양시 교육문화국장 : 고양시도 북한산성 단독 추진보다는 한양도성과의 연속유산으로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는 견해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서울시, 그리고 관계기관 전문가들과 협의를 잘 하고, 고양시의 매력적인 장점과 가치를 부각하도록 노력하겠다.

장덕호 경기문화재연구원장 : 북한산성 세계유산 추진에 큰 관심과 동력을 보태주신 시민 대표들께 감사드린다. 차근차근 준비하며 긴 호흡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향해 다가가야 할 것이다. 고양시민들이 뜨겁게 응원해주시면 반드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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