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부터 두꺼비 수백마리 찾아와
요란한 짝짓기 후 연꽃줄기 위에 산란
다양한 생명 깃드는 소중한 보금자리

너른마당 임순형 대표가 보경지 연못을 가득 채우고 있는 두꺼비알을 들어보이고 있다.
너른마당 임순형 대표가 보경지 연못을 가득 채우고 있는 두꺼비알을 들어보이고 있다.

[고양신문] “너른마당 연못에 두꺼비 수백마리가 알을 줄줄이 깔아놓았습니다. 한번 구경하러 오세요.”
고양신문의 오랜 독자인 임순형 너른마당 대표가 오래간만에 소식을 전해왔다. 12년 전 서삼릉 진입로 입구로 너른마당을 이전하며 조성한 연못 보경지(寶慶池)에 새로운 생태 가족들이 찾아왔다는 것. 반가운 마음에 카메라를 들고 너른마당으로 달려갔다.

건물 뒷마당에 자리한 연못 가까이로 다가가 보니, 물속에 잠겨있는 연꽃줄기 고사체 사이마다 두꺼비 알주머니가 가득 널려 있다. 젤리처럼 투명한 알주머니 속에는 키위 씨처럼 작고 새까만 알들이 줄줄이 박혀 있다. 마치 아날로그 카세트나 비디오테이프를 길게 뽑아 뭉쳐놓은 모양새다.

짝짓기를 위해 암컷 등에 올라 탄 수컷 두꺼비 [사진=임순형]
짝짓기를 위해 암컷 등에 올라 탄 수컷 두꺼비 [사진=임순형]

“이달 초부터 두꺼비들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난주(3월 둘째 주)에는 수백마리가 보경지로 몰려와 짝짓기를 하느라 야단법석이었습니다. 덩치가 작은 수컷이 덩치가 큰 암컷 등에 올라타기 위해 서로 밀고 밀치고 난리를 치는 모습이 어찌나 신기하고 반갑던지, 아침저녁으로 구경하고 사진 찍느라 바빴습니다.”

수풀이나 농경지, 또는 농가 두엄에서 사는 두꺼비들은 3월 초 물웅덩이나 연못을 찾아와 짝짓기와 산란을 한다. 덩어리 형태로 뭉쳐 있는 개구리알과는 달리 두꺼비알은 긴 띠 모양을 하고 있고, 햇빛을 많이 받으려고 수면 가까이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코코리아 이은정 사무처장은 “일주일에서 열흘 정도면 알이 부화해 올챙이가 돼고, 4월 말 무렵이면 꼬리가 없어져 두꺼비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끼 두꺼비들은 천적들의 활동이 줄어드는 비 오는 날을 골라 물웅덩이를 떠나 수풀이나 농경지로 이동한다”고 덧붙였다.

연꽃줄기 위에 가득 걸쳐 있는 두꺼비알. 일주일에서 열흘 가량 햇빛을 쬐면 올챙이가 깨어난다.
연꽃줄기 위에 가득 걸쳐 있는 두꺼비알. 일주일에서 열흘 가량 햇빛을 쬐면 올챙이가 깨어난다.

새와 물고기 깃든 생태 오아시스

보경지 자리에는 원래 논과 작은 웅덩이가 있었는데, 너른마당이 이사를 오면서 1000여 평 넓이의 연못으로 조성됐다. 봄부터 여름까지 하얀 연꽃(白蓮)이 수면을 가득 채우는 보경지는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다. 물속에는 잉어 붕어 송사리, 진흙 속에는 미꾸라지와 우렁이가 가득하고, 물 위에는 목을 축이러 찾아오는 산새들은 물론 백로, 왜가리, 물총새와 같은 물새들도 날아든다고 한다. 기자가 보경지를 찾은 날에도 윤기나는 깃털색을 자랑하는 청둥오리 한 쌍이 헤엄치고 있었다.

수백마리의 두꺼비들이 보경지로 몰려온 이유는 뭘까. 임 대표는 올해 처음 두꺼비들을 본 것 같다고 말하지만, 생태 전문가들은 아마도 매년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 올해 개체수가 극대화되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은정 사무처장은 “두꺼비는 번식장소를 찾아 2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면서 “십여년 전 주변 삼송신도시가 개발되며 서식지와 번식장소가 줄어든 두꺼비들이 보경지로 몰려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연못인 보경지가 인근 서삼릉과 원당종마목장, 농협대학교 일대에서 서식하는 두꺼비들에게 아주 소중한 번식장소 역할을 하고 있으리라는 얘기다.  

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된 너른마당 보경지.
많은 생명들의 보금자리가 된 너른마당 보경지.

광개토대왕 추모제 여는 고양의 맛집

두꺼비 산란을 제보한 임순형 대표는 여러 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뉴스메이커’다. 임 대표가 운영하는 너른마당은 3대째 전통의 솜씨를 이어오는 고양시 대표 맛집이다.

그런가 하면 매년 가을마다 임 대표 스스로 “가장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조상”인 광개토대왕을 기리는 ‘광개토태왕 추모제’를 사비를 털어 열고 있다. 너른마당 본관 앞에 서 있는, 실물과 똑같은 크기로 제작한 광개토대왕비 앞에서 열리는, 올해 17회를 맞게 될 추모제는 이한동·이수성 전 국무총리 등 유명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로 자리를 잡았다. 연못 이름 ‘보경지’도 광개토대왕의 별자리인 ‘보경성(寶慶星)’에서 따 온 이름이다.

너른마당 앞뜰에 우뚝 서 있는 광개토대왕비
너른마당 앞뜰에 우뚝 서 있는 광개토대왕비

수많은 생명과 교감하는 ‘동물들의 친구’

하지만 임순형 대표를 표현하는 가장 적절한 명칭은 ‘동물들의 친구’가 아닐까. 너른마당의 정원과 뒷마당에는 윤기나는 말(프러시안 종)과 꼬리가 멋진 재래종 닭, 흑구·백구·재구 진돗개, 십여 마리의 토끼들이 깃들어 살아가고 있다. 그런가 하면 몇 해 전 미아가 된 새끼 노루를 거두어 기르다가 숲으로 돌려보내기도 했고, 주인을 잃은 병든 말을 정성으로 살려내기도 했다.

너른마당은 통오리밀쌈과 녹두지짐, 우리밀칼국수로 유명한 맛집이지만, 온 가족 봄소풍을 즐기기에 손색없는 나들이 코스다. 넓은 마당에는 매화와 목련, 벚꽃과 진달래가 순서대로 피어나고, 구석구석 대리석을 깎아 만든 조각작품도 놓여있어 포토존을 제공한다.

아이들이 토끼와 말 구경에 빠져있는 동안 어른들은 마당 한쪽에서 통오리 화덕과 ‘하몽’(스페인식 숙성 돼지다리)을 숙성시키는 모습을 구경하곤 한다. 여기에 하나 더, 3월과 4월에 너른마당을 찾는다면 보경지 물속을 헤엄치는 두꺼비 올챙이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더해질 것 같다.

두꺼비알은 보경지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두꺼비알은 보경지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망아지때부터 길러 익숙하게 정이 든 프러시안 종 말
망아지때부터 길러 익숙하게 정이 든 프러시안 종 말
진돗개 흑구 강아지와 산책하는 임순형 대표
진돗개 흑구 강아지와 산책하는 임순형 대표
너른마당에서 기르는 재래종 닭
너른마당에서 기르는 재래종 닭
너른마당 정원 곳곳에선 멋진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너른마당 정원 곳곳에선 멋진 조각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본관에서 바라본 보경지
본관에서 바라본 보경지
고양의 대표 맛집 중 하나인 너른마당
고양의 대표 맛집 중 하나인 너른마당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