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고양도시포럼’에서 제시된 습지 관리위한 고양시의 역할

서울 여의도의 4배 정도의 장항습지는 생태계에 존재하는 온갖 동식물이 블루카본과 그린카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탄소흡수원이다.
서울 여의도의 4배 정도의 장항습지는 생태계에 존재하는 온갖 동식물이 블루카본과 그린카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탄소흡수원이다.

‘생태학적인 특징’ 유지 필요
장항천·제2자유로 사이 배후지
습지로 살려 탄소흡수량 증대
‘고양시 습지조례’ 제정 시급 

[고양신문] 지난 5월 21일 람사르습지로 공식 인정받은 장항습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고양시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러한 논의는 지난 28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됐던 ‘2021 고양도시포럼’에서 ‘환경’을 주제로 한 세션에 참여한 발제자와 패널에 의해 구체화됐다.  

이번 포럼에서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십(EAAFP)의 더그 왓킨스 대표는 습지에 대한 현명한 관리는 바로 ‘생태학적인 특징’을 유지하는 것임을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생태학적인 특징이란 ▲장항습지 생태계의 동식물과 환경 등 구성요소 ▲이러한 구성요소가 장항습지 내에서 서로 영향을 끼치는 과정 ▲장항습지가 제공하는 생태적 혜택 등 3가지 요소에 의해 결정된다. 더그 왓킨스 대표는 “생태학적 특징의 변화 중 특히 인위적인 특징의 변화는 생태계 구성요소 간 영향을 주고받는 프로세스를 퇴화시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고, 습지의 생태학적, 생물학적 기능을 완전히 붕괴시킬 수도 있다”면서 “이러한 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습지 관리에 있어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해서도 제안이 나왔다. 더그 왓킨스 대표는 지방정부가 습지 관리의 주체가 되는 대표적 경우로 호주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람사르습지를 65곳이나 보유하고 있는 호주의 경우, 습지관리 책임이 중앙정부 혹은 연방정부보다 지방정부에게 맡겨진 호주 각 지역에 흩어진 습지를 관리하기 위해 연구, 모니터링, 습지관리 역량교육 등 전반적인 습지 관리계획이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뤄진다”고 말했다.

더그 왓킨스 대표는 호주와 비교해 한국 지방정부의 습지관리의 한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과 호주의 상황은 좀 다르다. 한국의 지방정부는 전문성을 기를 기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 내 관리 책임자의 자리이동이 빈번하기 때문에 습지 관리의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양시가 순천에 있는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와의 협력을 이뤄낸다면 습지관리 역량개발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는 한국, 중국, 일본, 베트남 등 동아시아 17개 국가의 습지보전 등 람사르협약 이행 업무를 담당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다.

‘2021 고양도시포럼’ 3일째인 지난 30일, ‘환경’ 세션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들 중 왼쪽에서 두 번째가 더그 왓킨스 EAAFP 대표, 다섯 번째가 한동욱 에코코리아 PGA 연구소 소장이다.
‘2021 고양도시포럼’ 3일째인 지난 30일, ‘환경’ 세션에 대한 발제와 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자들 중 왼쪽에서 두 번째가 더그 왓킨스 EAAFP 대표, 다섯 번째가 한동욱 에코코리아 PGA 연구소 소장이다.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기까지 노력을 기울인 한동욱 에코코리아 PGA 연구소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고양시 역할에 대한 여러 제안을 했다. 한 소장은 “장항천과 제2자유로 사이 도시개발로 훼손된 배후 습지구역을 다시 건강한 생태습지로 재생시켜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장항습지가 더 큰 탄소 흡수원이 될 수 있고 도시를 보호하는 안전망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소장은 이어 고양시 습지조례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말했다. “장항습지만 들여다볼 것이 아니라 대덕생태공원부터 장항천 등 주변에 있는 한강 전체를 조망해야 한다. 특히 고양시 전체의 습지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양시 습지 조례가 하루빨리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 소장은 “김포시, 파주시, 인천시 등 한강 하구권 도시들과의 연대를 통해 한강하구 전체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될 수 있도록 이재준 시장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습지보전을 위한 남북 간 협력을 제안하기도 했다. 한 소장은 “북한에는 청천강 하구의 문덕습지와 두만강 하구의 라선습지 등 2개 습지가 람사르습지로 등록되어 있다. 이 중 문덕습지는 장항습지에 날아드는 개리(오릿과의 겨울철새)들의 공통 서식처다. 문덕습지에서는 매년 ‘개리 축제’를 열고 있는데, 남과 북이 이러한 축제를 공동개최하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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