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신혼부부 2쌍 합동 전통혼례 열려
고양문화원, 혼례비용 전액 무상지원
“다문화이웃 등 전통혼례지원 이어갈 것”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고양신문] 한옥 건물 마당에 하얀 차일(遮日)이 내걸리고, 비단자수 병풍 앞에는 풍성한 혼례상이 차려졌다. 가을햇살이 따스했던 24일 정오, 아름다운 한복을 차려입은 신랑·신부 두 쌍의 전통혼례가 고양문화원 앞뜰에서 열렸다. 고양문화원(원장 이승엽)이 진행하는 전통혼례 무상지원 프로그램 첫 일정으로 열린 이날 혼례에서는 두 쌍의 탈북민 신혼부부(염금석·송혜심, 노성·송선희)가 전통 예법에 따라 부부의 연을 맺고 백년해로를 약속했다. 

이날 혼례는 정대채 용강서원장의 집례로 혼인대례 홀기(笏記, 전통 의례의 순서를 적은 글)에 따라 진행됐다. 먼저 홍초와 청초에 화촉(華燭)이 밝혀지고, 가마꾼들의 기운찬 “물럿거라” 외침과 함께 신랑과 신부가 각각 가마를 타고 혼례식장으로 입장했다. 깨끗한 물로 손을 먼저 닦은 신랑·신부는 서로를 향해 절하는 교배례(交拜禮)를 마친 후, 술을 세 번 따르며 음과 양의 결합을 하늘에 고했다.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혼례의 사회를 맡은 정선화 전통혼례해설사는 순서마다 의미와 절차를 친절하게 설명하며 하객들에게 전통혼례의 의미를 이해하고 아름다움을 체험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했다. “나무로 만든 기러기는 자손의 번창과 가족공동체의 결속을, 밤과 대추는 각각 조상과 자손을, 두 개의 표주박을 하나로 합치는 것은 서로의 단짝을 찾아 하나됨을 상징합니다.”   

합환주(合歡酒)를 함께 마시며 온전한 부부가 된 신랑과 신부가 맞절을 하자 관객들이 큰 박수로 두 부부의 앞날을 축복했다.  

이승엽 고양문화원장은 “하늘이 화창한 날 고양문화원 앞뜰에서 혼인예식을 올리게 돼 더없이 기쁘다”면서 “오늘 혼인예식을 올린 두 부부가 오래오래 행복한 가정을 꾸리시고, 찾아주신 하객분들에게도 만복이 깃들기를 기원드린다”면서 축하 인사를 전했다. 이어 “코로나로 인해 식사를 대접하지는 못하지만, 고양햅쌀로 만든 맛있는 떡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축하 인사를 전하는 이승엽 고양문화원장.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축하 인사를 전하는 이승엽 고양문화원장.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이날 전통혼례는 (사)한국사진작가협회 고양지부(지부장 이재용)와 고양사진문화발전회(회장 문영선) 회원들이 재능기부에 동참해 전통혼례의 모든 과정을 아름다운 사진작품으로 남겨 두 신혼부부에게 선물했다.

고양문화원 관계자는 “전통혼례 무상지원 프로그램은 고양시의 다문화주민, 탈북주민, 생계곤란 주민을 대상으로 진행되며, 예식 비용은 전액 무료”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도 경기서북부하나센터, 고양이민자통합센터 등의 도움을 받아 지원 대상자를 선정해 전통혼례 무상지원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가마 옆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두쌍의 신랑과 신부.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가마 옆에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두쌍의 신랑과 신부.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집례를 맡은 정대채 문봉서원장이 두 개의 표주박을 하나로 합치며 부부됨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집례를 맡은 정대채 용강서원장이 두 개의 표주박을 하나로 합치며 부부됨을 선언하고 있다.  [사진=김정호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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